라푸디딘·파모디딘·P-CAB·PPI ‘급부상’…장단점도 ‘뚜렷’
작년 하반기 매출 급증세 기록했지만…올 1·2분기는 ‘정체’
“상위 품목 급성장 시기 끝났다”…전체 시장 규모는 상승세

▲ 게티이미지뱅크 사진 제공

라니티딘 계열의 약물이 발암물질 검출로 시장에서 퇴출된 지 1년이 지났다. 이 기간 국내 위장약 시장은 격변의 시기를 보냈다. 또 다른 H2수용체길항제들이 빈자리를 대체했고, P-CAB과 PPI도 지분을 늘리며 영향력을 확대했다. 이들 제제들이 라니티딘 제제의 스위칭 영역을 나눠가지면서 의료현장의 수요도 어느정도 윤곽이 잡혔다는 분석이다.

국내 위장약 시장이 ‘라니티딘 사태’로 재편된 지 1년이 넘었다. 대체제로 급부상한 라푸티딘과 파모티딘, P-CAB(Potassium-Competitive Acid Blocker)과 PPI(proton pump inhibitors) 제제는 작년 하반기부터 수요가 급증하며 신흥강자로 떠올랐다. 실제로 이들 제제의 실적은 라니티딘 사태 전후로 큰 차이를 보여주고 있다.

현재 H2수용체길항제 중 가장 많은 처방액을 기록하고 있는 품목은 보령제약의 ‘스토가(라푸티딘)’다. 사업보고서 기준 지난해 상반기(1Q 25억9,800만원/2Q 27억1,800만원) 처방 실적이 53억1,600만원에서 발암물질 검출 이슈가 터진 하반기(3Q 44억4,400만원/4Q 46억5,700만원) 91억100만원으로 급증했다.

뒤를 쫓고 있는 동아에스티의 ‘가스터(파모티딘)’ 역시 실적이 급상승했다. 회사 측에 따르면, 작년 1~2분기(1Q 25억5,100만원/2Q 25억4,700억원) 50억9,800만원이었던 판매고는 3~4분기(3Q 35억6,500만원/4Q 80억2,700만원)에는 115억9,200만원으로 2배 이상 뛰었다. 다만 이는 경구용과 약 30% 이상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주사제(원내처방)가 모두 포함된 수치다.

그러나 이 같은 실적 급증세는 올해까지 지속되지는 못했다. 실제로 스토가의 올해 1~2분기 매출은 각각 45억8,200만원, 44억7,100만원으로 작년 3~4분기(44억4,400만원/46억5,700만원)와 비슷했다. 가스터 역시 작년 하반기 매출액(115억9,200만원)이 올해 상반기(120억7,200만원/1Q 73억5,200만원/2Q 47억2,000만원으로)와 큰 차이가 없었다.

P-CAB, PPI 제제 역시 라니티딘 사태의 수혜를 받았지만 품목에 따라 매출 성장 폭의 편차가 심했다.
 

의약품 시장조사기관 유비스트에 따르면, 국내 유일한 P-CAB 계열 약물인 ‘케이캡(HK이노엔)’은 90억원에서 307억3,300만원, ‘에소메졸(한미약품)’은 159억9,300만원에서 202억7,700만원으로 각각 341%, 27% 높은 성장률을 기록했다.

반면, ‘넥시움(아스트라제네카)’은 198억6,700만원에서 227억1,800만원으로 14%, ‘놀텍(일양약품)’은 155억2,500만원에서 169억7,600만원으로 9% 성장하는데 그쳤다. ‘란스톤엘에프디티(다케다)’는 147억2,900만원에서 138억8,100만원으로 오히려 6% 역성장했다.

이처럼 라니티딘을 스위칭하며 몸집을 키운 라푸티딘, 파모티딘, PPI 계열의 상위 품목들이 올해 정체된 모습을 보이는 이유로는 한정된 적응증과 약가 및 급여 기준, 코로나19로 인한 내원 환자 감소 등이 주된 원인으로 꼽히고 있다.

우선 라니티딘 제제의 경우 위장관 보호 목적으로 비스테로이드성 항염증제(NSAIDs)와 병용 처방되는 비중이 높았는데 라푸티딘, 파모티딘 제제의 적응증으로는 이 부분을 커버하기가 어렵다는 분석이다. 즉 위궤양이나 역류성식도염 등에 처방됐던 라니티딘의 포션만 한정적으로 가져갔다는 것.

PPI 제제는 H2수용체길항제 계열의 약물보다 효과가 뛰어나지만 약가가 비싸고, 일정기준을 충족해야 급여가 가능한 것이 한계로 지목되고 있다. 때문에 약가가 저렴했던 라니티딘 제제처럼 소위 타 약물에 ‘깔아 쓰기’에는 여러모로 무리가 있다는 평가다.

여기에 코로나19 확산으로 병원을 찾는 환자 수가 줄어든 점도 이들 제제들의 매출 증가세에 제동을 건 요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때문에 향후 코로나19가 진정되기 시작하면 대체제들의 실적 향상에 일정 부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란 관측이다.

제약업계 한 관계자는 “발암물질 이슈 이후 1년여가 지나면서 의료 현장에서도 처방 약물을 선택하는 가이드라인이 잡혔다”며 “이에 따라 작년 하반기를 기점으로 매출이 어느정도 결판 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대체제 시장 전반이 정체돼 있다고 보는 것은 무리가 있다. 올 들어 상위권 품목의 실적 성장세는 둔화된 반면 하위권 품목 상당수는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기 때문”이라면서 “후발제품들이 대거 진입한 데다 제약사들도 적극적으로 마케팅을 진행하고 있는 만큼 라푸티딘과 파모티딘, PPI 제제 시장은 향후 몇 년간 완만하게 규모가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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