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지요법 표준치료 정착했지만 시행률 63.7%…98% 호주 대비 '미흡'
1회 투여용량 20~30IU/kg→30~40IU/kg 확대 시 맞춤형 치료도 가능

▲ 게티이미지뱅크 사진 제공

혈액응고인자 8인자의 반감기가 연장된 혈우병 치료제의 등장으로 환자들의 삶의 질을 높일 수 있게 됐지만 제한된 급여 용량이 발목을 잡고 있다. 전문가들은 반감기 연장제의 급여 용량을 확대해 혈우병 환자들의 삶의 질을 높여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 치료제의 급여 용량을 확대할 경우 개인별 맞춤형 치료도 실현 가능하다는 것이다.

대구가톨릭대학교병원 소아청소년과 최은진 교수는 5일 사노피-아벤티스 코리아가 주최한 ‘A형 혈우병의 최신 치료 지견과 국내 치료 환경의 현재’를 주제로 한 미디어 세미나를 통해 이 같이 밝혔다.

세계혈우연맹은 올해 8월 혈우병 치료 가이드라인 제3판 개정판을 발간했다. 2012년 이후 8년만이다.

연맹은 이번 가이드라인에서 출혈 시에만 혈액응고인자를 투여하는 것은 더 이상 장기치료 옵션으로 고려되지 않는다며, 중증 혈우병 환자의 유지요법 시행을 표준 치료 원칙으로 정했다.

또한, 표준 반감기 혈액응고인자(Standard half-life CFCs) 외에도 반감기가 연장된 혈액응고인자(Extended half-life CFCs), 비인자 치료제(non-factor hemostasis product) 등 새로운 기전의 치료제도 가이드라인에 포함시켰다.

반감기가 연장된 혈액응고인자 치료제의 장점은 ‘적은 투여 횟수’를 통해 병원 방문 횟수와 투여 일정에 대한 부담감을 감소시키고 유지요법의 순응도를 증가시킨다는 데 있다.

실제로 엘록테이트(성분명: 에프모록토코그-알파)의 반감기는 19시간으로, 기존의 표준 반감기 치료제 대비 최종 반감기를 약 1.5배 더 연장했다.

엘록테이트의 일상적 예방요법의 용량은 3~5일 간격으로 1회 50IU/kg이나 25~65 IU/kg의 범위 내에서 환자의 임상반응에 기초해 결정하면 된다. 12세 미만의 소아는 투여 횟수를 증가시키거나 80IU/kg까지 증량하는 것이 필요할 수 있다.

하지만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급여기준은 1회 투여용량(1회분)이 20-25IU/kg으로 제한적이다. 중등도(moderate) 이상 출혈의 경우 의사의 의학적 판단에 따라서 최대 30IU/kg까지 가능하다.

투여횟수는 중증 기준으로 주 2회, 4주 8회가 가능하며 투여한 이후에 출혈이 발생해 내원한 경우에는 1회 내원 당 2회분까지 인정하고 있다.

사실상 유지요법에 필요한 용량의 절반만 급여로 인정되는 셈이다. 이 같은 급여 기준이 환자들의 치료 접근성을 제한시키고 있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국내 중증 A형 혈우병 환자의 유지요법 시행률은 63.7%에 불과하다. 미국은 74.9%, 호주는 82% 수준이며, 특히 호주의 소아 환자의 유지요법 시행률은 98%에 달했다.

최은진 교수는 “유지요법 시 필요한 용량은 1회 50IU/kg이지만 현행 급여 기준은 절반 밖에 안 되는 수준이다. 개별 환자 특성에 따라 급여 기준을 초과해 처방할 경우 비급여로 전환돼 환자는 고가의 약가에 부담스러워한다”고 토로했다.

이어 “ 제한된 급여로 인해 환자들은 다시 추가로 병원에 내원해야 하는 불편함이 존재하고, 이는 치료 순응도를 떨어트리는 계기가 된다”며 “이것이 국내 유지요법 시행률이 낮은 이유”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현재 임상에서 진료 중인 환자는 19개월의 어린 환자부터 79세의 어르신까지 다양하다”며 “이 질환을 효과적으로 관리할 수 있다면 많은 사회적 비용을 감소시킬 수 있다”고 덧붙였다.

최 교수는 급여 용량을 확대할 경우 돌발성 출혈을 방지하고 개인별 맞춤형 치료 실현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유지요법 시행으로 환자 개별 PK에 따른 응고인자 요구량 편차가 존재하고 질환의 중증도·신체활동 정도에 따라 투여 간격, 용량이 다르다. 중증도 및 개인별 증상에 맞는 최적의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1회 투여용량을 30-40IU/kg으로 확대할 필요가 있다”며 “이를 통해 돌발성 출혈 방지와 개인별 맞춤형 치료를 실현할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특히 12세 미만의 소아 환자의 경우 성인 보다 반감기가 짧아 1일 최대 80IU/kg으로 증량해 투여해야 하나 급여기준 인정 용량은 성인과 동일한 30IU/kg 수준이다. 급여기준 확대는 신진대사가 활발한 소아 환자의 유지요법에 필요한 용량도 달성할 수 있어 표적 관절이 발생할 확률을 낮출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혈우병연구회에서 지속적으로 국민건강보험공단과 심평원에 급여 확대 필요성을 제기했지만 매번 ‘한정된 재원으로 인해 급여 확대는 어렵다’는 답변만 돌아왔다”며 “급여 확대는 혈우병 환자들의 삶의 질을 향상시켜 추가로 소요될 사회적 비용을 감소시키는 데 큰 역할을 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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