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신 개발해도 보관 ‘난제’…화이자 CSO ‘분말 백신’ 언급
"제형 업그레이드, 동등성 입증해야"…규제기관 판단이 ‘관건’

▲ 게티이미지뱅크 사진 제공

화이자가 연구 중인 코로나19 백신이 제형 업그레이드에 성공할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초저온 상태로 유통·공급해야 하는 현 백신의 한계를 분말 형태로 극복해낼 수 있을지에 대한 기대감이다. 일각에서는 현재 임상 중인 백신이 상용화도 결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벌써부터 분말 백신을 언급하는 것은 시기상조라는 평가다. 

미국 화이자와 독일의 바이오엔테크가 개발 중인 코로나19 백신 ‘BNT162’가 초기 임상 3상 시험 결과에서 90% 이상의 예방 효과를 보였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상용화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여기에 최근 화이자 미카엘 돌스턴 최고과학책임자(CSO)가 해외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섭씨 영하 70도에서 보관해야 하는 BNT162를 분말 형태로 출시하겠다는 계획을 언급하면서 이목이 더욱 집중되고 있다. 현실화 될 경우 까다로운 콜드체인 시스템 없이도 효과적인 접종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최근 국내 주식 투자자들이 화이자 수혜주를 찾아 몰려가는 배경이다. 실제로 분말 주사제 기술력을 보유한 한국유니온제약, 비씨월드제약 영진약품, 동국제약 등이 수혜주로 부각되며 지난 11일 주가가 급등했다.

하지만 의료계는 주식시장의 이러한 반응에 우려의 시선을 보내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의료계 관계자는 “이번에 공개된 임상 3상 결과는 최종 보고서가 아니다”면서 “백신 접종 후 아직 시간이 얼마 지나지 않았기 때문에 90%의 예방 효과가 유지될 수 있을지 일단 지켜봐야 한다. 안전성 문제도 시간을 두고 관찰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백신의 시판 여부가 결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보관과 유통의 한계를 넘어설 수 있는 분말 백신을 언급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며 “제형의 차이에도 백신의 효능이 동등하다는 것을 미국 FDA를 비롯한 각국의 규제기관으로부터 인정을 받아야 한다. 이를 단기간에 입증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고 내다봤다.

다만 화이자의 BNT162와 더불어 현재 임상 3상이 진행 중인 다른 백신들이 어떤 결과물을 보여주느냐에 따라 상황은 달라질 수 있다는 예측도 나오고 있다.

향후 경쟁 백신들이 긍정적인 임상 데이터를 확보할 경우 원칙대로 전임상, 임상 자료 등을 요구할 가능성이 높지만 마땅한 대항마가 나타나지 않을 경우 규제기관들이 다른 선택을 할 수 있다는 것.

이는 코로나19 팬데믹이 장기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예외가 적용될 수 있다는 주장인 것이다. 상용화 가능성이 높다고 평가받는 백신 대부분이 유례를 찾을 수 없을 정도로 빠르게 임상을 승인받은 것처럼 BNT162의 예방 효과와 안전성이 좀 더 구체화된다면 제형 변경에 대한 심사도 의외로 빨라질 수 있다는 얘기다.

국내 대학병원 한 교수는 “화이자가 안전성에 대한 데이터가 추가되는 대로 FDA에 긴급사용승인을 낼 예정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면서 “다만 허가가 떨어진다고 해도 초저온으로 보관·유통해야 하는 문제로 효과적인 접종이 쉽지 않을 수 있다. 분말 백신에 대한 요구가 자연스럽게 커질 것으로 예상되는 배경이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BNT162가 유일한 대안으로 자리매김 할 경우 FDA가 기존 임상 데이터를 토대로 동등성 문제를 갈음하고 분말 백신을 신속하게 허가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며 “최종 제품화 된 백신이 최근 발표된 임상 데이터와 크게 차이가 나지 않는다는 전제가 기본이 돼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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