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값 100% 환자 부담·2시간 모니터링 ‘한계’…“시장 안착 어렵다”
한국얀센, “약가 시스템상 불리, 급여화 노력하겠다” 원론만 되풀이

▲ 게티이미지뱅크 사진 제공

30년 만에 새로운 기전의 우울증 신약이 나왔다. 얀센이 야심차게 출시한 스프라바토 나잘스프레이(성분명: 에스케타민염산염)다. 하지만 의료현장의 반응은 신통치 않다. 고가의 비급여 의약품이라는 점과 2시간에 걸친 모니터링을 현장에 적용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국내 임상현장에 안착하는 데 앞으로 우여곡절이 많을 것이라는 우려섞인 목소리가 나오는 배경이다.

한국얀센은 이달 초 스프라바토 나잘스프레이를 국내 출시했다. 회사는 이를 기념하기 위해 지난 17일에 기자간담회도 열었다.

이날 고민정 한국얀센 의학부 상무는 “단기 임상 시험인 TRD3002에서는 스프라바토와 경구용 항우울제를 병용 투여한 환자군에서 투여 후 24시간 이내에 빠른 치료 반응을 보이기 시작해 28일째 몽고메리-아스버그 우울증 평가척도(MADRS) 총점이 대조군에 비해 4점 더 유의하게 감소했고(p=0.020), 52.5%의 관해율을 보였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장기 재발 예방 임상 시험인 TRD3003에서는 스프라바토와 경구 항우울제를 병용 투여해 안정적인 관해에 도달한 환자군에서 지속적으로 스프라바토를 병용 투여한 군은 이 약물을 중단하고 경구 항우울제만 투여한 군 대비 우울증상의 재발 가능성이 약 51%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경구용 제품은 복용할 경우 약물이 전신순환을 거치기 전에 신장, 간에서 대사되면서 생체 이용율이 떨어지게 된다”며 “하지만, 스프라바토는 나잘 스프레이로 만들어 간 대사 과정을 거치지 않기 때문에 생체 이용이 감소하는 리스크를 방지할 수 있어 빠른 전신순환에 따른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처럼 회사 측은 이 약물이 치료 저항성 우울증(Treatment-Resistant Depression, TRD) 치료의 패러다임을 바꿀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실제 임상 현장의 분위기는 조금 다르다. 비급여로 인한 고가의 약제 비용과 2시간이라는 환자 모니터링 시간이 부담으로 작용하면서 시장 안착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스프라바토는 경구용 항우울제와 함께 사용할 때 일시적 해리증상, 현기증, 메스꺼움, 진정, 두통, 어지러움, 미각 장애, 감각저하, 혈압 상승, 불안, 구토 등이 이상반응으로 나타난다.

이 때문에 원내에서만 투약이 가능하고, 투약 후 2시간 동안 일정 교육을 수료한 의료진의 모니터링도 필요하다.

특히, 치료기에는 투약 및 모니터링을 위해 주2회 의료기관을 방문해야 하는 만큼 환자 편의성이 떨어진다. 현실적으로 개원가에서는 사용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이다.

익명을 요구한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는 “약물 투약 후 2시간 동안 환자 모니터링을 하기 위해서는 결국 이를 위한 제반시설을 갖춘 곳에서나 치료가 가능해질 것”이라며 “의료보조인력 1~2인 등 소규모로 운영 중인 의원급 의료기관에서는 현실적으로 2시간 동안 모니터링을 하기에는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스프라바토 처방 후 환자 모니터링에 대한 수가도 없는 상황이다”며 “제대로된 수가조차 책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개원가를 비롯해 대학병원 등에서도 제대로 쓰여질지 의문이다”라고 지적했다.

특히, 고가의 비급여는 더 큰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한국얀센은 의료기관에서 모니터링 비용을 포함해 약가를 책정하고 있어 정확한 국내 공급가를 공개하지 않고 있다. 실제 회사 측은 본지 취재진과의 통화에서도 글로벌 본사의 답변을 기다려야 하는 사안이라고 일축했다.

캐나다의 경우 스프라바토 클리닉에서 2주에 4회 투여 기준으로 약 3,000달러(357만원)가 소요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선택적 세로토닌재흡수억제제(SSRI) 한 알당 1,000원대, 정맥주사 케타민 1,600원 수준인 것을 감안하면 상당히 고가 약제임을 알 수 있다.

문제는 이 약제가 100% 환자 부담이라는 점이다. 고비용으로 인해 치료 권고도 쉽지 않을뿐더러 중단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인 것.

앞서의 전문의는 “이 약제가 치료 저항성 우울증 환자에 새 치료 옵션은 될 수 있을지 몰라도 가격적인 측면에서는 절망적일 수 밖에 없다”며 “우울증을 겪고 있는 대부분의 환자가 경제적으로 넉넉한 편이 아니기 때문에 이 약을 쉽게 권고하기도 어려울뿐더러 설령 투약한다고 하더라도 중간에 중단될 가능성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고가의 비급여에 환자 모니터링 부담 등으로 인해 활발한 처방으로 이어지지 않아 시장 안착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며 “다른 전문의들의 사용 추이를 지켜본 이후 이 약을 들이겠다”고 말했다.

이처럼 시장에서는 고가의 비급여에 부담스럽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지만 한국얀센은 급여화를 위해 노력하겠다는 원론적인 입장만 되풀이 하고 있다.

한국얀센 관계자는 “우리나라의 약가시스템에서 비교 약제는 기존 경구용 항우울제로 돼 있다 보니 가격 차이가 크게 난다”면서 “스프라바토의 임상적 유용성에도 불구하고 약가시스템 상 불리한 실정이다. 급여 적용을 위해 계속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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