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2단계 격상’…'두 달에 한 번' 바뀌는 정부 방역 대응
감염학회, 1.5 단계 격상 때 2단계 주장…"政, 받아들이지 않아"
고대구로병원 김우주 교수, "이미 3차 유행 시작, 늦은 감 있다"

감염학 전문가와 시민들이 피로를 호소하고 나섰다. 두 달에 한 번 꼴로 바뀌는 정부의 코로나19 방역 대응 방식 때문이다. ‘경제’와 ‘방역’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으려다 둘 다 놓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는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를 24일 0시부터 수도권은 2단계, 호남권은 1.5단계로 격상한다고 밝혔다. 이번 조치는 내달 7일 밤 12시까지 2주간 적용된다. 수도권의 경우 지난 19일 1.5단계로 올린 지 불과 닷새 만에 2단계로 추가 격상된 것이다.

정부의 이 같은 조치에 늦장 대응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앞서 전문가 학술단체인 감염학회가 지난 1.5 단계 격상 당시 2단계로 올려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당시 정부는 4일 연속 200명대로 확진자가 발생하자 11월 17일 정례 브리핑을 통해 19일 0시부터 수도권은 사회적 거리두기 1.5 단계로 격상한다고 밝혔다.

이후 대한감염학회등 11개 감염병 관련 전문학회는 11월 20일 성명을 통해 “코로나19 바이러스는 낮은 온도, 건조한 환경에서 더 오래 생존하므로 현재 전파 위험이 높아진 상태”라며 “현시점에 이전과 같은 수준의 억제력을 가지려면 더 강한 방역 조치가 필요하다”면서 거리두기 단계 상향을 포함하는 방역 조치를 조기에 강력하게 적용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전문가 단체의 이 같은 의견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1.5 단계를 유지했고 결국 상향 조정한 지 닷새 만에 2단계로 추가 격상한 것이다. 전문가들 사이에서 정부의 방역 방식을 두고 늦장 대응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이다.

고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김우주 교수는 본지 취재진과의 통화에서“방역 조치를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유행이 빠르게 지나간다”며 “하지만 지금까지의 정부 방역 대응은 올려야 할 때는 늦게 올리고 내리지 말아야 할 때는 일찍 내리는 등 발 빠르게 선제적으로 대응한다고 볼 수 없는 상황”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번 2단계 격상 역시 12월 3일 열리는 대학수학능력시험이 아니었다면 안 됐을 거라는 것이 김우주 교수의 설명이다.

김 교수는 “지난 10월부터 거리두기가 완화되면서 주요 명소마다 나들이객들로 붐볐다. 더욱이 정부가 나서서 숙박·관광·외식 등 8대 분야에서 활용할 수 있는 소비쿠폰을 발행하는 등 이동을 조장하기도 했다”며 “전문가들은 지속적으로 사회적 거리두기를 격상해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결국 대학 수학능력시험을 이유로 상향 조정하게 됐다. 수능이 아니었다면 2단계 격상까지는 안 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미 3차 유행이 시작된 상황에서 늦은 감이 있다”며 “과거 기준에 따르면 확진자 상황은 오히려 3단계를 넘은 상황인데 현재의 거리두기 2단계는 과거 2단계만도 못하다. 코로나19 확진자 증가를 누그러뜨릴 수는 있지만 8월과 같이 극적인 효과를 볼 수는 없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정부는 지난 10개월 동안 사회적 거리두기를 조였다 풀었다를 반복하며 실패와 교훈을 얻었다”면서 “이번 2단계 역시 2주 동안 실시하고 다시 거리두기를 조정한다는 게 정부의 방침이다. 앞서의 연휴 때처럼 조건이 안 됐는데도 빠르게 낮추면 결국 똑같은 오류를 범할 수 있는 만큼 면밀하게 방역 대응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교수는 코로나19 방역 대응에 있어서만은 정부가 하나의 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피력했다.

현재 정부는 코로나19 대응에 국무총리를 중심으로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와 보건복지부 산하 중앙사고수습본부(중수본), 질병관리본부 중앙방역대책본부(중대본)로 나눠 방역을 진두지휘하고 있다.

김 교수는 “중대본, 방대본, 중수본이 서로 다른 목소리를 내면서 국민들에게 혼란을 가중시키고 있다”며 “투명하고 빠르게 소통하는 정부의 모습이 결국 국민들의 신뢰를 얻고 행동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부의 방역 대응에 대한 불만은 시민들 역시 마찬가지였다.

경기도 파주시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서영희(62세, 여) 씨는 “경제를 활성화하겠다는 취지는 이해한다”면서도 “하지만 상황은 더 나빠지는 것 같다. 경제 살리려다 사람이 먼저 죽겠다”고 하소연했다.

그러면서 “차라리 뉴질랜드나 대만처럼 사회적 거리두기를 최고 단계로 격상하고 해외 유입 차단에 신경 쓰는 것이 오히려 경제를 더 살리는 지름길 같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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