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임상 피험자 모집 ‘난항’…외국으로 ‘눈 돌리는’ 기업들
현지 임상 성공 시 ‘우선협상권’ 및 현지 파트너 확보 등 시너지 기대
코로나19는 시작일 뿐…"다른 의약품 해당국 진출 가능성도 높아져"

코로나19 치료제·백신 개발에 나선 제약사들이 임상시험 대상자를 확보하기 위해 해외로 눈을 돌리고 있다. 국내에서는 중증환자 비율이 낮아 환자가 많은 유럽 등 외국으로 나가는 것이다. 업계에서는 이를 기회로 잘만 활용한다면 국내 제약사들이 글로벌 시장에 안착하는 초석이 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최근 코로나19 치료제와 백신을 개발 중인 국내 제약사 상당수가 확진자 수가 많고 환자 분포가 다양한 외국에서 임상을 진행하고 있다. 국내는 미국이나 유럽 등 외국에 비해 확진자 수가 적은 데다 경증 환자 비율이 높아 임상시험 참여자를 모집하는데 난항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업계는 기업들의 이 같은 행보를 두고 국내 제약사가 글로벌 시장에 진출할 수 있는 초석이 마련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실제로 코로나19 치료제와 백신 개발은 현재 전 세계가 주목하고 있는 분야다. 때문에 제약기업 입장에서 보면, 개발에 성공할 경우 국내 뿐 아니라 글로벌 시장으로 사업 파이를 확대할 수 있는 배경인 것이다.

우리나라 제약기업들도 이를 인지하고 나름 전략적으로 시장에 접근하고 있다. 국내에서만 임상을 진행할 경우 개발이 완료된 후에 다시 해외 현지에서 추가 임상을 진행해야 만큼 최근 국내와 해외 임상을 병용하면서 주요 판로를 확대하고 있는 것.

의료계 한 관계자는 “최근 백신 개발에 성공했다고 밝힌 화이자나 모더나도 임상시험을 진행할 때 인종의 세부적인 비율까지 따져가며 접근했다”며 “임상 단계에서부터 글로벌 판매를 염두에 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해외에서 임상을 진행하더라도 한국인 환자 비율만 충족하면 식약처 허가를 받고 우리나라에서도 충분히 사용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국내 기업이 임상시험을 진행하고 있는 해당 국가에서도 대체로 협조적인 자세를 보이고 있다는 게 업계 전언이다. 우리나라 제약사가 치료제 개발에 성공할 경우 현지 물량 확보나 우선가격협상권 부여 등 유리한 조건을 가져갈 수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때문에 업계에서는 코로나19 치료제 개발을 발판 삼아 다른 의약품도 해당 국가에 진출할 수 있는 초석이 마련될 것으로 내심 기대하는 분위기다.

익명을 요구한 제약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 치료제를 개발하더라도 글로벌 시장에 공급하기 위해서는 해외에서 별도의 임상시험을 다시 해야 한다”며 “국내·외 임상 병용은 환자 확보 및 향후 이 같은 번거로움을 줄이기 위해 필요한 조치다”라고 말했다.

이어 “해외 임상을 진행하면서 추가적으로 현지 기업과의 협업도 기대하는 게 사실이다”며 “다른 의약품의 진출도 노릴 수 있는 기회인 만큼 회사 입장에선 두 마리 토끼를 잡는 셈”이라고 덧붙였다.

다만, 해외 임상이 모두 글로벌 진출로 이어질 수 있다는 막연한 낙관에 대해선 경계선을 분명히 그었다.

이 관계자는 “최근 러시아와 중국에서 백신 개발에 성공했다고 밝혔지만 전 세계 어느 누구도 믿어주지 않았다”며 “이 같은 사례에 비춰 봤을 때 글로벌 임상을 어느 국가에서 했느냐에 따라 데이터 인정 여부가 갈릴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해외 임상이 모두 글로벌 진출이라는 기대만 할 것이 아니라 제대로 된 데이터를 통해 성과로 입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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