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약사 ‘많고’ 확진자는 ‘적고’…피험자 모집 ‘난항’
국내 확진자 증가…2차 유행 당시 임상 참가자 크게 늘어
정부 지원, 일부 기업만 수혜…“피험자 모집 지원 절실”

국내 코로나19 확산세가 심상치 않다. 전문가들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3차 유행이 시작됐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코로나19 치료제와 백신 개발에 나선 제약사들의 임상시험 환자 모집에 숨통이 트일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한국에서 코로나19 치료제·백신 관련 승인을 받아 진행 중인 임상시험은 총 20건이다(11.26 기준). 치료제가 18건, 백신이 2건이다. 종료된 치료제 관련 임상시험은 7건이다.

국내 제약사들은 코로나19 확산 초기인 지난 3월부터 치료제와 백신 개발에 본격적으로 뛰어들기 시작했다.

그로부터 8개월이 지났지만 기업들은 좀처럼 임상시험에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임상시험 참가자 모집에 난항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일찌감치 치료제·백신 개발에 나섰던 부광약품, 신풍제약, 엔지켐생명과학, 크리스탈지노믹스, 종근당, 녹십자 등 대부분의 개발사들은 여전히 피험자를 모집 중이다.

업계에서는 임상시험에 뛰어든 제약사는 많은 반면, 국내 코로나19 확진자 수는 많지 않아 이 같은 불균형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는 분석이다. 미국과 유럽 등 다른 나라에서는 하루 수천 명 단위로 신규 확진자가 증가하고 있지만 우리나라는 하루 100명 수준으로 늘어나면서 피험자 모집에 난항을 겪고 있다는 것.

제약사 입장에서만 보면, K-방역이 오히려 코로나19 치료제와 백신 개발에는 독이 되고 있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연출되고 있는 셈이다.

이런 가운데 최근 우리나라도 3차 유행이 시작됐다. 지난 26일 코로나19 확진자가 500명 이상 발생한 것이다. 2단계로 올린 지 불과 사흘 만이다.

더욱이 수도권을 중심으로 코로나19의 지역사회 유행이 급속도로 확산되면서 지난 1주일 동안 하루 평균 381명의 확진자가 발생했다.

전문가들은 방역 대응을 2단계에서 상향 조정하지 않는 이상 증가세를 꺾기는 어려울 것으로 내다 보고 있다.

이처럼 확진자가 급증함에 따라 제약업계에서는 피험자 모집에 숨통이 트이지 않을까 조심스럽게 기대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익명을 요구한 제약업계 관계자는 “그동안 피험자 모집이 난항을 겪으면서 수차례 시험계획을 변경해야 했다. 하지만 광복절 집회 직후 2차 유행이 시작되면서 피험자 확보가 직·간접적으로 이뤄졌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국민의 한 사람인 만큼 확진자 증가를 환영할 만한 일은 아니다. 하지만, 개발사 입장에서는 현재 확진자가 늘고 있는 만큼 임상시험에 참가하는 환자가 증가하기를 기대할 수 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치료제의 임상적 효능과 효과, 유효성을 확인하기 위해서는 기업 입장에선 어쩔 수 없다는 뜻이다. 최대한 빠른 시일 내에 피험자를 확보해 치료제를 개발해야 더 큰 확산을 막을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는 주로 경증 환자가 많은 만큼 이번 3차 유행이 피험자 모집에 직접적인 도움이 되지는 않을 것이라는 의견도 나왔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우리나라는 선제적으로 검사가 이뤄지면서 경증 환자가 대부분”이라며 “중증 환자를 대상으로 임상을 진행하다보니 3차 유행으로 확진자가 늘어나더라도 회사에서 정한 목표치를 채우기에는 부족한 상황이다. 결국 러시아, 유럽 등 외국에서 임상을 진행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처럼 제약사들이 피험자 모집에 난항을 겪자, 정부 지원을 호소하고 있는 실정이다.

앞서의 관계자는 “정부는 수차례 치료제와 백신 개발에 지원할 뜻을 밝혔지만 실제 수혜를 받은 기업은 몇몇 곳에 불과하다”며 “피험자 모집이 어려운 만큼 이에 대한 구체적인 대안을 마련해 지원해 달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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