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감 데이터 정확성 ‘의문’…“유행, 소리소문없이 올 수도”
호흡기 환자 선별진료소로…독감 ‘빼고’ 코로나19 검사만

▲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제공
▲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제공

국내 ‘트윈데믹’ 감시망에 구멍이 생겼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겉으로 드러난 통계만 들여봤을 땐 올해 독감 환자 수가 줄어든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코로나19로 인해 검사가 과거에 비해 줄어들었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통계 뒤에 숨은 모든 조건을 열어 놓고 독감 데이터의 정확성을 높여야 한다는 지적이다.

중앙방역대책본부에 따르면 지난달 25일부터 이달 8일까지 코로나19 신규 확진자 수는 382명, 581명, 555명, 503명, 450명, 438명, 451명, 511명, 540명, 629명, 583명, 631명, 615명, 594명으로 좀처럼 증가세가 진정되지 않고 있다.

반면 독감 의심환자(질병관리청) 수는 지난달 28일 기준(2020년 48주차) 외래환자 1,000명당 2.6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12.7명보다 약 80% 감소했다. 독감 유행주의보 발령 기준이 1,000명당 5.8명이니 지금까지는 효과적으로 관리되고 있는 셈이다. 당초 우려했던 트윈데믹 가능성은 크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나오는 배경이다.

이 같은 긍정적인 전망에 힘을 실어주는 요인은 또 있다. 남반구는 북반구와 다르게 매년 4~10월 독감이 유행하는데 코로나19가 확산된 올해는 이 시기에 남반구 국가(호주, 뉴질랜드 등)에서 대규모 유행이 없었다는 것.

예년보다 독감 백신 접종률이 높아지고, 개인위생과 방역이 강화됐다는 것을 감안하더라도 코로나19와 독감의 동시 유행 가능성이 크지 않다는 것을 남반구 사례를 통해 간접적으로 확인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반론도 만만치 않다. 전 세계적으로 코로나19 확진자 수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 데다 올해 의료기관들이 독감 검사를 진행할 여력이 크지 않았다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즉 현재 독감 유행 시즌인 북반구 국가들의 데이터를 종합적으로 확인해 봐야 코로나19와 독감의 상관관계가 좀 더 명확해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올해 들어 국내 병·의원 상당수가 자체 독감검사를 기피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코로나19와 독감의 증상(고열, 인후통, 마른기침, 두통, 피로감, 쇠약감, 근육통, 식욕부진 등)이 유사한 만큼 병원 내 감염을 사전에 차단하고자 곧바로 선별진료소로 보내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그런데 문제는 선별진료소에서 코로나19 검사만 하고 독감 검사는 실시하지 않는다는 데 있다. 질병관리청에서 지속적으로 업데이트하는 통계 수치보다 더 많은 독감 환자가 존재할 수 있다는 추론이 가능한 대목이다.

의료계 일각에서도 이 같은 의견에 동조하는 분위기다. 호흡기 질환이 있는 경우 사실상 모든 공공장소의 출입이 금지되고 있는 상황이고, 집에서 쉬는 분위기가 정착돼 있는 만큼 독감에 걸린 줄 모르고 집에서 자가 치료를 하는 환자가 상당수 있을 것이란 관측이다.

의료계 한 관계자는 “최근 코로나19 확진자 급증세가 이어지고 있지만 통계상으로는 다행히도 독감 유행은 잘 억제되고 있는 분위기다”면서도 “하지만 그렇다고 트윈데믹의 위험에서 완전히 벗어난 것으로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 사회적 거리두기 격상으로 외부활동이 제한되면서 독감 전파 가능성이 그만큼 줄어든 것을 감안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코로나19와 독감의 상관관계를 살펴보기 위해서는 올해 호흡기 질환 환자 데이터가 중요하다. 중장기 방역 대책을 효과적으로 수립하고, 트윈데믹 위험을 줄이는데도 상당한 도움이 될 수 있다”며 “선별진료소를 찾은 환자에게 코로나19 검사뿐만 아니라 독감 검사도 무료로 진행하는 것을 적극 검토해 통계의 정확성을 높일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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