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패 실마리’ 제공한 주가…한쪽은 ‘상한가’ 상대편은 ‘하락’
나보타 수입금지 기간 대폭 ‘축소’…美 시장 '불확실성 해소’
남은 변수는 에볼루스 주주 집단소송…"지나친 확대 해석"

미국에서 펼쳐진 대웅제약과 메디톡스의 보툴리눔 균주 전쟁의 승자는 누구일까. ITC 최종 판결을 두고 양사 모두 승리를 주장하고 있지만 시장은 대웅제약의 손을 들어주는 분위기다. 수입 금지 기간이 대폭 줄어들며 미국 시장 공략에 대한 불확실성이 상당 부분 해소됐다는 이유에서다. 특히 핵심 쟁점이었던 균주 출처 문제에서 자유로워진 만큼 나보타의 미래 가치는 빠르게 재평가될 것이란 관측이다. 사실상 승자는 대웅제약이라는 목소리가 나오는 배경이다.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가 지난 16일(현지시각) 메디톡스와 대웅제약 간 보툴리눔 균주 영업비밀 침해 소송의 최종 판결을 내놨다. ITC는 제조기술 도용은 맞지만 균주 영업비밀 침해는 아니라는 결론을 내리면서 기존 10년이었던 수입금지 기간을 21개월로 대폭 줄였다.

누구보다 이번 결과를 기다렸을 소송 당사자들은 곧바로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그런데 똑같은 판결문을 받아 본 양사의 시각차가 상당했던 것.

메디톡스는 나보타의 수입금지 처분이 유지된 만큼 대웅제약의 유죄가 확정된 것이라는 점에 초점을 맞췄다. 반면, 대웅제약은 소송의 핵심 쟁점이었던 균주에 대한 영업비밀이 인정되지 않았다는 점을 부각시켰다. 사실상 서로가 승리했다는 입장을 내놓은 것이다.

이처럼 두 회사가 정반대의 해석을 내놓으면서 주가 역시 하루종일 기묘하게 움직였다.

메디톡스는 전날(16일) 종가가 21만6,000원이었는데 불과 몇 분만에 25만3,400원까지 치솟으며 17%가 넘는 상승률을 기록했다. 같은 시각 대웅제약도 전날 종가(13만,5000원) 대비 4% 이상 주가가 오르며 산뜻하게 출발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면서 양사의 주가는 전혀 다른 길을 걸었다.

메디톡스는 빠르게 상승분을 반납한 반면 대웅제약은 갈수록 상승 폭을 키워갔다. 결국 대웅제약은 오후에 급등세를 연출하며 상한가(17만5,500원, 30%↑)에 진입했다. 하지만 메디톡스는 초반 기세를 이어가지 못하고 전날 대비 5.60% 하락한 20만4,000원으로 장을 마쳤다.

사실상 국내 주식 시장은 대웅제약의 손을 들어준 셈이다. 업계의 반응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수입금지 조치가 유지되기는 했지만 기존 10년에서 21개월로 대폭 축소된 만큼 나보타의 미국 시장 공략에 대한 불확실성이 상당 부분 해소됐다는 평가다. 즉 나보타의 미래 가치가 빠르게 제자리를 찾아갈 것이란 기대감에 힘이 실린 것이다.

그러나 대웅제약은 이번 ITC 판결에 대해 만족하지 않는 모양새다. 실제로 대통령 거부권 행사 및 미국 연방순회항소법원(Court of Appeals for the Federal Circuit) 항소를 통해 제조기술 도용 부분도 무죄를 이끌어내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회사 측이 상당히 진전된 판결을 받아들었음에도 이를 수용하지 않고, 추가 소송을 준비하는 데는 미국 파트너사인 에볼루스의 영향이 크다고 보고 있다. 균주 분쟁으로 주가가 급락, 피해를 본 에볼루스 주주들이 집단 소송을 제기한 상황인데 여기서 에볼루스가 패소할 경우 대웅제약도 직접적인 영향권에 들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 홈페이지에 공개된 대웅제약과 에볼루스의 기술수출 계약 조항에는 ‘대웅제약이 고의적인 위법행위 또는 중대 과실·태만 행위에 나섰거나 대웅제약의 제품과 상표권이 제3자의 지적재산권 등을 침해·도용한 주장이 있을 경우 에볼루스와 그 임직원, 대리인에게 손해배상 해야 한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즉 에볼루스가 주주 집단 소송에서 질 경우 이에 대한 손해배상을 대웅제약이 떠맡을 수도 있다는 의미다. 여기에 미국 집단소송제의 구제 대상이 모든 피해자로 정하고 있다는 점도 큰 부담이다. 패소 시 손해배상 비용이 천문학적인 수준일 가능성이 높아서다.

한마디로 회사 경영에 심각한 문제를 야기할 수 있는 잠재적 리스크를 사전에 차단하고, 세계 최대 보툴리눔 톡신 시장인 미국에 성공적으로 안착하기 위해서는 ‘완전 무결한 승리’가 전제돼야 한다는 얘기다.

대웅제약 관계자는 “ITC가 제조공정 도용을 인용했는데 이는 추론에 기반한 명백한 오판이다. 대통령 거부권 행사가 불발되더라도 미국 연방순회항소법원에서 항소 절차를 밟을 계획이고, 1년 안에 좋은 결과가 나올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며 “일각에서 에볼루스 주주 집단소송을 의식한 후속 조치로 보는 시각은 지나친 확대해석이다. 특히 손해배상 문제는 차후 해당 소송의 윤곽이 어느정도 드러나면 그때 다뤄질 부분이다”라면서 자신감을 피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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