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약바이오 2020년 리뷰 I
제약史, ‘온라인 마케팅 시대’ 서막…‘비대면’ 전환 본격화
병원·약국에 급속도로 번지는 비대면 문화…“대체로 만족”

▲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제공

올해 코로나19 대유행 이후 제약바이오기업 영업사원들(MR)의 동선에도 변화가 찾아왔다. 과거 병원 문을 두드리던 MR들이 이제는 ‘웹 캠’ 앞으로 이동한 것이다. 기업 입장에서 감염병 사태로 드러난 매출 공백을 마냥 손놓고 볼 수만은 없었기 때문에 취해진 조치다. 국내 제약史에 본격적인 ‘온라인 마케팅 시대’가 서막을 올린 배경이다. 메디코파마는 지난 한 해 우리나라를 강타한 코로나19로 인해 제약바이오산업에 침투한 비대면(언택트) 영업·마케팅 현장을 들여다봤다.

≫ 코로나19가 쏘아올린 ‘비대면’ 영업…의사들도 ‘호응’

아이큐비아 보고서에 따르면, 코로나19가 본격적으로 확산한 2020년 2월, 학회, 세미나, 디테일링 등 미팅이 전월 대비 68%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이 기간 총 프로모션 활동은 17% 감소했다. 방문 디테일링의 경우 18% 줄어든 것으로 집계됐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해 의사를 타깃으로 한 오프라인 마케팅에 제동이 걸렸다는 뜻이다.

반면 디지털 채널별 성장률은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로 디지털 디테일링은 85%, 디지털 미팅은 12%, 이메일링은 64% 늘어났다. 특히 디지털 디테일링의 경우, 자동 디테일링(녹화)과 원격 디테일링(실시간)의 성장률이 각각 276%, 52%에 달했다.

지난해 국내 제약사가 프로모션에 지출한 비용은 총 8820억 원이었다. 이 가운데 약 74.3%는 영업사원들의 대면 디테일링이 차지했다. 반면, 디지털 채널에 투자한 비용역시 전년 대비 17.1%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주목할 점은 이 같은 디지털 채널에 대한 의사들의 선호도가 전통채널에 비해 떨어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아이큐비아에 따르면, 의사들이 대면 접촉을 훨씬 더 선호할 것이라는 기존 인식과는 달리 그들의 디지털 채널 선호도는 대면 접촉(26%), 미팅 및 이벤트(28%), 출판 및 인쇄정보(25%) 선호도와 큰 차이가 없는 것으로 분석됐다.

≫ 약국까지 번진 ‘언택트’…의약품 온라인몰 ‘탄력’

대웅제약 ‘더샵’, 한미약품 ‘HMP몰’, 보령제약 ‘팜스트리트’, 일동제약 ‘일동샵’은 우리나라 대표적인 의약품 온라인몰이다. 이들 기업 모두 코로나19 대유행 이후 비대면 탄력을 받으면서 본격적인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국내 1위 의약품 온라인 전자상거래 플랫폼인 HMP몰은 2020년 1분기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22% 성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동제약의 일동샵 역시 전년 동기 대비 매출액이 35%(2019년 1Q 14억1,600만원→2020년 1Q 19억1,600만원) 이상 증가했다.

약국가는 코로나19로 인한 영업사원의 방문 감소와 불가피하게 온라인몰을 이용해야 하는 상황에 대해서는 대체적으로 수긍하는 분위기다.

다만 약국장 상당수가 중장년층이라 대면 거래에 익숙한 점은 한계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제약사들이 목표로 하는 온라인몰 활성화를 위해서는 약사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일 필요가 있다고 입을 모으는 배경이다. 특히 코로나19로 인해 비대면 유통·판매·마케팅이 주목을 받고 있는 만큼 이런 상황을 잘 활용한다면 온라인몰이 폭발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온라인몰은 비대면 거래와 달리 선불 결제 방식인 만큼 판매 대금을 빠르게 회수할 수 있고 거래 투명성을 담보할 수 있다”며 “시대적 흐름에 따라 앞으로 온라몰의 영향력이 점차 확대될 것으로 보이지만 이를 가속화시키기 위해서는 약사들의 니즈와 불만에 귀를 기울이고 이를 적극 반영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 웹 기반 영업 ‘본격화’…일자리 축소?, “정반대 결과”

올해 언택트 마케팅 채널이 제약 현장에 본격적으로 자리잡으면서 영업사원들의 일자리 축소에 대한 문제점도 자연스럽게 수면 위로 떠올랐다. 영업 분야에서 디지털 힘을 빌릴 경우, 기존 대면 방식의 디테일링을 주도하던 MR들이 설자리를 잃을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비대면 채널의 활성화가 꼭 영업직의 일자리를 위협하는 것은 아니라는 주장이다.

제약기업이 웹심포지엄이나 웨비나, 자체적인 온라인 의사채널을 운영하려면 결국 영업사원들을 총동원 해야 하기 때문에 MR들은 연자 섭외부터 온라인 채널 홍보 역할을 맡게 되는 만큼 업무의 방식만 달라졌을 뿐 다른 채널을 통한 영업활동에는 큰 변화가 없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코로나19 사태가 터지기 전까지만 해도 멀티채널마케팅(MCM) 부서를 폐지하려고 했던 일부 제약기업들은 올 들어 해당 부서의 인력을 대폭 충원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감염병 확산으로 대면방식의 영업마케팅 활동이 막히자 새로운 돌파구로 이만한 방법이 없다는 판단에서다.

≫ 언택트도 ‘부익부 빈익빈’…결국 제품력만이 ‘살 길’

기업들의 온라인 플랫폼 구축은 대부분 아웃소싱으로 진행되고 기획부터 제작까지 보통 외부에 맡겨지는 형태다. 올해부터 자체적인 온라인 플랫폼을 구축한 기업들의 경우 보통 4~5억원 수준의 비용을 투입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러한 비용 규모는 다국적제약사나 국내 매출상위 기업에게 부담스러울 정도는 아닌 수준이다.

하지만 이마저도 ‘그림의 떡’인 기업들이 대다수다. 일단 중소제약사들의 경우 초기 구축비용부터가 문제다. 여기에 비대면 영업마케팅을 활성화 시키려면 영업인력을 최대한 활용해야 하는데 이 역시 쉽지 만은 않다는 설명이다. 중소제약사 대부분이 MR인력 규모가 크지 않은 데다 주력제품에 대한 기존 영업만으로도 이미 업무량이 포화상태이기 때문이다. 비대면 방식을 이용한 영업마케팅이 부자의 전유물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이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언택트 마케팅에도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며 “자금력과, 병의원 네트워크를 확보한 기업만이 살아 남는 구조로 전락할까 우려된다. 결국 영세한 제약사들은 임상데이터 확보를 통해 제품력을 강조하는 것만이 언택트 시대에서도 살아남는 연장선이 될 것”이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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