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시작과 끝’ 코로나19, 증시 현미경 해부
시장 기대치 정점 넘어 과열양상…‘버블붕괴’ 우려 목소리도
연착륙 전제조건 개발 성과물…전진과 후퇴 변곡점 2021년

▲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제공
▲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제공

국내 제약·바이오산업이 코로나19를 새로운 도약의 발판으로 삼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팬데믹이 장기화되면서 경기 침체의 그늘이 짙어지고 있지만 백신·치료제 개발 및 위탁생산 기업들이 전면에 등장하며 K-제약·바이오의 가치를 끌어올리고 있다. 중견 제약사 역시 탄탄한 사업 포트폴리오를 바탕으로 안정적인 성장세를 유지, 이를 뒷받침하고 있다. 그러나 이를 바라보는 업계의 시선이 마냥 밝지만은 않다. 코로나19 관련 시장의 기대감은 지속적으로 확대 재생산되고 있는데 이와 관련된 뚜렷한 성과물이 아직 나오지 않고 있어서다. 2021년이 국내 제약바이오산업의 전진과 후퇴를 결정할 중요한 변곡점이 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는 까닭이다.

≫ 코로나19 진단 및 치료제 개발 기업, ‘조연서 주연으로’

2019년 12월 31일 중국 우한에서 정체불명의 폐렴 환자가 급증하고 있다는 보고가 세계보건기구(WHO)에 접수됐다. 이후 코로나19 바이러스는 발원지인 중국을 넘어 전 세계로 빠르게 확산, WHO는 3월 11일 코로나19 바이러스 팬데믹을 선언했다.

코로나19가 국내 증시에 미친 파급력은 엄청났다. 실제로 WHO의 팬데믹 선언 이후 그야말로 브레이크 없는 급락세가 이어졌다. 올해 2,175.17로 시작된 코스피 지수는 3월 11부터 19일까지 7거래일 동안 2~8%대의 하락세가 이어지면서 1,457.64까지 내려 앉았다. 코스닥 역시 마찬가지였다. 올해 674.02로 시작했는데 3월 19일 428.35까지 떨어졌다.

그러나 이 같은 패닉 상황은 오래가지 않았다. 동학개미운동으로 불리는 개인들의 저가 매수세가 빠르게 유입되기 지수를 반등 시켰기 때문이다. 특히 이들은 제약·바이오 섹터에 호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코로나19 진단키트 기업과 치료제·백신 개발 기업의 성장 잠재력에 공격적으로 배팅을 한 것이다.

이처럼 제약·바이오 섹터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면서 코스피·코스닥 지수도 이에 편승해 빠르게 반등하기 시작했다. 코스피 지수는 2020년 5월 26일 2,000(2,029.78)선을 재탈환 한 이후로 6월 3일 2,100(2,147.00), 7월 15일 2,200(2,201.88), 8월 5일 2,300(2,311.86), 8월 11일 2,400(2,418.67)선을 거침없이 돌파했다. 다만 짧은 기간 지수가 급등하면서 9~10월 두 달간은 조정기를 거치는 모습을 보여줬다. 하지만 올해 11월부터 다시 상승세가 시작되며 코스피 지수는 어느덧 2,800선을 바라보고 있다.

코스닥 또한 3월 25일 지수 500(505.68)선을 돌파한 이후 가파르게 우상향했다. 작년 4월 7일 600(606.90), 5월 20일 700(708.76), 7월 23일 800(801.69), 12월 3일 900(907.61)선을 넘어섰다. 코스피 지수와 거의 비슷한 흐름이지만 800선 돌파 이후 박스권 장세(770~900)는 4달로 조금 더 길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2019년 주요 혁신신약들의 임상 실패로 악화된 제약·바이오 투자 심리가 살아난 것을 넘어 과열 양상으로 치달았다. 전체 증시가 폭락하는 와중에도 일부 진단 및 치료제 개발기업이 나홀로 연일 상한가를 기록한 사례가 이를 반증한다. 특히 이들 기업 상당수는 시가총액 상위권에도 이름을 올리며 만년 조연에서 주연으로 새롭게 거듭났다.

≫ 국내 시총 ‘지각변동’…제약바이오, ‘핵심축’으로

한국거래소 코스피(의약품)·코스닥(제약) 산업별 지수에 포함된 제약·바이오기업의 시가총액 및 순위를 살펴보면 이는 더욱 분명해 진다. 불과 11개월(2019.12.30~2020.11.30)만에 상당한 지각변동이 있었기 때문이다. 국내 제약·바이오산업이 우리나라 증시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는 것을 간접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다.

실제로 코스피 산업별 지수에 속한 상위사 20곳의 시가총액(2020.11.30)은 134조3,690억원으로 2019년 12월30일 대비 88.2%(71조3,850억원) 증가했다. 이들 기업 중 시가총액이 감소한 곳은 한올바이오파마(-4.3%), 대웅제약(-24.7%), 동아에스티(-26.6%)뿐이었다. 20위 안에 들 수 있는 시가총액 커트라인도 3,797억원(일동제약)에서 5,600억원(에이프로젠제약)으로 대폭 높아졌다.

시가총액 순위도 크게 달라졌다. 1~2위 삼성바이오로직스, 셀트리온과 4위 유한양행을 제외하고 모두 순위가 바뀌었다. 특히 눈길을 끄는 점은 2019년 20위권 언저리나 밖에 있던 기업 일부가 상위권에 진입했다는 점이다.

신풍제약은 18위에서 3위, 진원생명과학은 42위에서 14위, 유나이티드제약은 27위에서 17위, 에이프로젠제약은 24위에서 20위로 뛰어올랐다. 특히 신풍제약과 진원생명과학은 각각 1,723.2%, 2,187.2%라는 경이적인 시가총액 증가율을 바탕으로 몸집을 급격히 불렸다.

특히 자체 개발한 말라리아 치료제 피라맥스를 코로나19 치료제로 개발 중인 신풍제약은 2019년 말 3,836억원이었던 시가총액이 7조7,358억원(12월 16일 종가 기준)까지 늘어나며 코스피 시총순위 40위권까지 올라왔다. 국내 제약·바이오기업을 통틀어 코로나19 최대 수혜주로 꼽히는 배경이다.

반면 전통 제약사들은 희비가 엇갈렸다. 녹십자(7위→6위), 종근당(9위→7위), 부광약품(11위→9위), 제일약품(14위→11위), 일양약품(16위→12위), 파미셀(15위→13위)은 순위를 높였지만 한미약품(3위→5위), 한올바이오파마(5위→8위), 대웅제약(6위→15위), 보령제약(12위→16위), 동아에스티(10위→18위), JW중외제약(13위→19위)은 기존 자리를 지키지 못하고 내려앉았다.

코스닥 산업별 지수에 포함된 제약·바이오기업의 변화는 더욱 극심했다. 20개 기업의 시가총액은 15조4,424억원(2019.12.30)에서 31조7,687억원(2020.11.30)으로 세자릿수(105.7%) 증가율을 기록했고, 차바이오텍(11위)을 제외하고 순위도 전부 달라졌다. 20위 커트라인도 4,687억원(지노믹트리)에서 6,166억원(휴온스)으로 31.6% 증가했다.

특히 셀트리온제약은 올해 시가총액이 전년대비 무려 5조4,223억원(399.6%↑) 늘어나며 대장주로서의 입지를 확실히 다졌다. 씨젠도 1조원에 미치지 못했던 시가총액이 4조9,294억원(513.1%↑)까지 불어나며 2위 자리를 공고히 했다. 오스코텍(12위→4위), 에스티팜(15위→6위), 바이넥스(32위→12위), 엘앤씨바이오(44위→15위), 유바이오로직스(38위→18위), 바디텍메드(37위→19위) 역시 순위를 대폭 끌어올렸다.

≫ 전통 제약사, 실적으로 ‘증명’…“거품은 없었다”

코스피와 코스닥 산업별 지수에 소속된 제약·바이오기업 상당수가 코로나19 이전에는 보기 힘들었던 엄청난 시가총액 상승 폭을 보여주면서 사실상 2020년 국내 증시의 견인차 역할을 했다.

특히 눈길을 끄는 것은 진단키트 및 백신·치료제 개발 이슈에 한 발짝 물러서 있는 제약·바이오기업들도 대체적으로 알찬 성적표를 받아들었다는 점이다. 코로나19로 인해 실적이 악화될 것이란 우울한 전망을 무색하게 한 것이다.

실제로 매출 상위 121개사 중 90개사는 전년 3분기 대비 외형이 커졌고, 이 중 씨젠, 바이오니아, 셀트리온, 셀트리온헬스케어, 차바이오텍, 삼성바이오로직스, 셀트리온제약, 콜마비앤에이치, 종근당, 경보제약, 동국제약, 녹십자, 일양약품, 일동제약, 유한양행, 한독, 휴온스, 보령제약 등 18곳은 10% 이상의 성장세를 보여줬다.

2020년 3분기 매출액 순위를 살펴보면 이들의 선전은 더욱 두드러진다. 맨 앞자리에 이름을 올린 셀트리온은 전년동기 대비 90% 늘어난 5,488억원, 셀트리온헬스케어는 4,634억원을 달성했다. 유한양행(4,297억원), GC녹십자(4,196억원), 종근당(3,584억원), 광동제약(3,584억원), 대웅제약(2,768억원), 삼성바이오로직스(2,746억원), 한미약품(2,669억원) 등도 이름값을 했다.

이 중 셀트리온, 셀트리온헬스케어, 유한양행, 녹십자는 3분기까지 누적 매출액이 이미 1조원을 돌파했다. 종근당, 광동제약, 대웅제약, 삼성바이오로직스, 한미약품 등도 3분기까지 매출 7,000억원을 넘어서며 올해 연매출 1조 클럽 가입이 기대되는 상황이다.

외형뿐만 아니라 수익성도 대폭 개선된 모습을 보여줬다. 상위 제약사 29곳 중 단 7곳만 영업이익이 감소했고 나머지는 모두 실적이 개선됐다. 특히 셀트리온(3분기 영업이익 2,453억원, 138%↑), 씨젠(2,099억원, 2968%↑), 셀트리온헬스케어(1,277억원, 499%↑) 등 3개사는 분기 영업이익이 1,000억원을 넘어서며 업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이밖에 삼성바이오로직스(565억원, 140%↑), 녹십자(507억원, 37%↑), 종근당(483억원, 147%↑), 동국제약(253억원, 39%↑), 콜마비앤에이치(231억원, 33%↑), 휴젤(212억원, 16%↑), 유한양행(204억원, 509%↑), 휴온스(153억원, 10%↑), 광동제약(135억원, 58%↑), 보령제약(123억원, 3%↑), 유나이티드제약((108억원, 28%↑), 한독(103억원, 44%↑) 등도 양호한 성적표를 받아 들었다.

이처럼 기존 사업만으로 기업가치를 높인 제약·바이오기업들이 실적 성적표 상위권에 포진하면서 코로나19 이슈로 끼고 있는 거품의 위험성이 어느 정도 상쇄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특히 대표적인 전통 제약사인 유한양행과 종근당의 저력이 새삼 재조명 되고 있다.

유한양행은 2020년 1분기 매출이 전년보다 9% 역성장한 3,133억원, 영업이익은 10억원에 불과해 우려를 샀지만 2분기부터 본격적으로 턴어라운드하며 정상궤도에 진입했다. 이 같은 반등에는 기술료 수취가 한 몫했다. 2분기에 인식된 기술료 441억원에 이어 3분기에도 베링거인겔하임으로부터 받은 132억원을 포함 총 169억원이 수입으로 들어왔다.

여기에 전문의약품(ETC) 부문도 8.5% 성장하면서 2,668억원의 판매고로 실적 상승에 힘을 보탰다. 특히 연매출 500억원 규모의 항암제 글리벡의 신규 도입과 유한킴벌리의 지분법이익, 군포공장부지 매각 대금 1,300억원, 4분기 레이저티닙의 임상 3상 진입에 따른 마일스톤 750억원이 예고돼 있다. 이에 따라 유한양행의 올해 예상 매출(연결기준)은 전년대비 약 10.7% 성장한 1조6,400억원, 영업이익은 1,000억원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종근당은 3분기까지 누적 영업이익이 1,000억원(1,106억원)을 넘어서며 국내 정통 제약사 가운데 가장 뛰어난 실적 퍼포먼스를 보여줬다. 실제로 2020년 매 분기마다 놀라운 실적을 성장세를 보여줬다. ETC 부문이 실적을 주도했는데 코로나19 속에서도 거의 영향을 받지 않았다. 오히려 비대면 영업에 따른 마케팅비가 대폭 감소(24%↓)하며 수익성 개선 효과가 극대화됐다.

4분기 전망도 밝다. 프롤리아의 성장세가 눈에 띄게 나타나고 있는 데다 라니티딘 제제 판매 중단 이후 케이캡이 매출이 급증하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비만약 큐시미아, 야간뇨 미니린, 피임약 머시론 등도 빠르게 영향력이 확대되고 있어 올해보다 내년이 더 기대된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종근당의 2020년 매출액은 전년보다 22% 증가한 1조3,200억원, 영업이익은 1,500억원으로 예상되고 있다.

≫ ‘코로나 버블’ 위험 수위…“신축년 뚜껑 열어봐야”

이처럼 국내 제약·바이오산업 전반이 호조세를 보여주고 있지만 업계의 시각은 밝지만은 않다. 코로나19로 인해 야기된 거품이 위험 수준을 한 참 넘어섰다고 보기 때문이다. 실제로 치료제·백신 개발 및 CMO 사업을 무기로 주가가 폭등한 기업 대부분이 아직 눈에 띄는 성과를 보여주지 못하고 있으나 비정상적으로 높아진 주가는 여전히 유지되고 있다.

2021년이 국내 제약·바이오산업의 전진과 후퇴를 결정할 중요한 변곡점이 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는 까닭이다. 만약 코로나19 백신·치료제 연구·개발이 연쇄적으로 실패로 돌아갈 경우 산업 전반에 미칠 파급력은 예측 불허가 될 것이란 게 중론이다. 현재 주가를 떠받들고 있는 시장의 기대감이 사라지면 막대한 투자금이 썰물처럼 빠르게 빠져나가면서 현재 눈에 보이는 화려한 우상향 곡선이 순식간에 사라질 수 있다는 얘기다.

때문에 이를 대비해 주가 상승을 직·간접적으로 유도하는 기업의 행태를 강력하게 제제하는 한편 임상시험 결과를 즉각적이고 가감없이 제공하도록 해 추가적인 거품 발생을 막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점점 커지고 있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그동안 주목을 받았던 여러 혁신신약들이 개발에 실패하며 시장의 신뢰를 많이 잃었는데 코로나19 백신·치료제 뛰어든 기업들도 비슷한 전철을 밟을 경우 국내 제약·바이오산업 자체가 흔들릴 수 있다”며 “버블붕괴로 인한 시장 충격이 최소화될 수 있는 연착륙 방안을 지금부터라도 모색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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