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로 시작해 코로나로 끝난’ 2020년 의료계 ‘올스톱’
“언택트 만이 살길”…비대면·공공의료 의료계 ‘강타’

올해는 코로나19로 시작해 코로나19로 끝났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코로나19가 바꾼 세상의 키워드는 ‘언택트’였다. 이는 사회·경제뿐만 아니라 보건의료계에도 큰 영향을 미쳤다. 실제 수년째 도입 논의만 하던 ‘비대면 진료’가 현장에 도입되자 정부는 제도화를 공식 선언했다. 산업계도 코로나19를 통해 ‘제약주권’의 필요성을 다시 한 번 환기하는 계기가 됐다. 메디코파마는 2020년 한 해 동안 보건의약계를 휩쓴 정책 이슈를 되짚어 봤다. 그 세 번째 편으로 국내 의료계의 변화를 살펴봤다.

≫ 한시적 전화진료 허용…비대면 진료 확대 ‘견인’

코로나19가 사회에 끼친 영향 중 가장 두드러지는 부분은 ‘비대면’ 활성화이다. 보건의료계 역시 예외는 아니다.

신종 감염병 사태로 인해 정부는 지난해 2월부터 한시적으로 비대면 진료의 일종인 ‘전화진료’를 허용했다.

실제로 지난 4월까지 심평원에 접수된 전화상담·처방 건수는 32만 6,725건으로 총 42억원의 진찰료가 청구됐으며, 10월 25일 기준으로는 100만건에 육박하기도 했다.

여기에 경증환자를 위해 운영된 코로나19 생활치료센터는 최첨단 ICT를 활용해 대학병원과 연계한 치료시스템을 선보였다.

전화 진료와 생활치료센터 운영을 통해 비대면 진료의 효용성이 입증됐고, 이를 계기로 정부는 비대면 진료를 제도화할 것으로 공식 선언했다.

정부는 지난 11월, 감염병 대응 등을 위해 보건복지부를 중심으로 비대면 의료 제도화를 추진하겠다는 뜻을 공식화했다. 의료계 등과 충분한 논의를 거쳐 환자안전 등 우려사항 등에 대한 보완 장치를 마련하겠다는 단서도 달았다.

구체적으로는 오는 2025년까지 비대면 의료 지원을 위해 입원환자에 대한 실시간 모니터링, 의료기관 협진이 가능한 ICT 활용의 스마트병원 18곳을 만든다는 계획이다. 또 2024년까지는 간 질환·폐암·당뇨 등 12개 질환별로 AI 정밀 진단이 가능한 소프트웨어 개발(닥터앤서 2.0 사업)도 추진한다는 구상이다.

하지만, 비대면 진료 제도화를 놓고 의료계 내에서 의견이 엇갈리고 있는 만큼 아직 갈 길은 멀어 보인다.

대다수의 의사는 정부가 비대면 진료 제도화를 ‘의료’와 ‘환자’ 관점이 아닌 ‘산업’적인 측면에서 접근하고 있다는 점에서 거부감을 표하고 있기 때문이다.

코로나19가 촉발된 비대면 진료는 내년까지도 지속될 예정인 만큼 의료계가 전향적으로 나서 이 부분을 차지할 것인지 여전히 반대만 내세울 것인지 앞으로의 행보에 귀추가 주목된다.

≫ 政, 공공의대·의대정원 확대 ‘드라이브’

의대 신설 문제는 선거철만 되면 나오는 주요 공약 중 하나다. 하지만 올해는 얘기가 조금 달랐다. 코로나19 대유행과 맞물려 공공의료와 의사인력 부족이 심각한 사회적 문제로 대두된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의대정원 확대를 통한 필수·공공·지역의 의료인력 확보’를 주요 공약으로 내세운 더불어민주당과 더불어시민당이 4.15 총선에서 180석을 차지하며 압승을 거두면서 의대정원 확대 드라이브에 더욱 힘이 실렸다.

이는 결국 지난 7월 더불어민주당과 보건복지부가 ‘의과대학 정원 확대 및 공공의대 설립 추진방안’을 발표하면서 공론화됐다.

당정은 현재 의과대학 정원 3,058명을 2022년부터 최대 400명 증원하고 10년간 총 4,000명을 양성하기로 합의했다. 증원되는 400명은 지역의사 300명과 특수 전문분야 50명, 의과학자 50명으로 선발된다.

지역의사는 지역 내 중증 및 필수 의료분야에 의무적으로 종사하고, 특수 전문분야는 역학조사관과 중증외상 등에, 의과학자는 기초의학과 제약·바이오 분야에 종사하도록 했다.

지역의사 분야는 신입생 대상 면허 취득 후 지역 내 의무복무를 부과하는 방식으로 2028년부터 배출되며, 특수 전문분야와 의과학자 분야는 재학생 중 해당 분야 인력 양성을 조건으로 의과대학에 추가 정원을 배정해 2025년부터 배출할 계획이다.

당정은 또 국회에 계류 중인 공공의대 법안의 조속한 처리도 합의했다.

폐교된 서남의대 정원(49명)을 활용해 국립공공의료대학원을 설립하고, 2024년 개교할 수 있도록 입법을 추진하기로 했다.

교육병원 관련, 별도 부속병원은 설립하지 않고 국립중앙의료원(NMC)과 남원의료원 등을 교육병원으로 활용하고 일부 공공보건의료기관을 교육 협력병원으로 지정하기로 했다.

공공의대 입학생 역시 전액 장학금이 지원되며, 면허 취득 후 10년간 공공보건의료기관에 의무 종사하는 방안으로 구성됐다.

이 같은 발표에 그동안 의대정원 확대, 공공의대 신설을 반대해 온 의료계는 발칵 뒤집혔다.

코로나19 사태로 방역의 최전선에서 고군분투하는 의사들에게 힘낼 수 있도록 정책적 지원은 못 해줄망정 ‘의대정원 확대’,‘공공의대 신설’이라는 뒤통수만 쳤다는 지적이다.

정부 발표의 후폭풍은 거셌다. 의과대학생들은 국시를 전면 거부를 선언하며 동맹휴학을 논했고, 전공의와 전임의는 무기한 파업에 돌입했다. 개원의사 역시 수차례 집단 휴진 투쟁을 전개하며 대정부 투쟁의 압박 수위를 높였다.

정부 역시 업무개시명령을 내리는 데 이어 미복귀 전공의들을 고발하는 등 강하게 맞서며 뜻을 굽히지 않았다. 결국 의사와 정부 사이에 낀 애먼 환자들만 제때 치료받지 못해 사망하거나 식물인간이 되는 등 피해를 봤다.

의료계와 정부의 날 선 대립은 지난 9월 의료계와 여당, 정부가 의과대학 증원과 공공의대 신설 정책 등을 원점에서 재논의하기로 합의하면서 일단락됐다.

우선, 의대 정원 확대와 공공의대 신설 추진은 코로나19 확산이 안정화될 때까지 관련 논의를 중단하며, 코로나19 안정화 이후 협의체를 구성해 법안을 중심으로 원점에서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재논의하기로 했다.

하지만, 합의 과정에서 의대생 의사 국시 재응시 방안이 명시되지 않으면서 또 다른 혼란을 야기했다.

올해 인턴 부족에 따른 의료 공백이 바로 그것이다. 의대생들은 투쟁 당시 의사 실기시험 응시를 거부했다. 합의 후 일각에서는 국시 응시 기회를 재부여 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지만 악화된 국민 여론을 의식한 정부는 국시 응시 기회는 안 된다고 못 박았다.

결국 매년 3,000여명의 의사가 배출되던 것과 달리 내년에는 500명 배출도 어려운 상황이 됐다.

급격한 신규의사 수 감소는 인턴 부족으로 이어지고, 이는 병원 내 인력부족, 수련병원 공백, 공중보건의사 수급 문제 등으로 확대되면서 향후 5년 동안 보건의료계를 뒤흔들리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이에 따라 앞으로 복지부가 인력 공백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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