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사태 그 후…제약바이오 시총 100조 증가
韓 제약바이오산업, 올해 기술수출 규모 10조원 돌파
코로나19 치료제·백신 ’개발전’…글로벌 시장 선점 ‘특명’

▲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제공

2020년은 제약업계에 있어 코로나19 파장이 컸던 한 해였다. 상당수 제약사들이 코로나19를 극복하기 위해 백신과 치료제 개발에 뛰어들었다. 이로 인해 올해 국내 제약바이오주는 코로나19 사태를 거치면서 주가와 시가총액 모두 치솟았다. 감염병 확산으로 한때 존폐 위기감이 돌았지만, 오히려 제약바이오주의 기업 가치가 높아지는 계기로 작용한 것이다. 마치 온탕과 냉탕을 오가듯 좋은 일과 나쁜 일이 번갈아 발생했던 2020년 제약업계 5대 뉴스를 메디코파마가 꼽아봤다.

≫ 코로나19 사태 그 후…시총, 올 들어 100조 이상 증가

한국거래소 자료를 토대로 올해 (12월 18일 현재) 코스피 의약품(44종목) 및 코스닥 제약(100종목) 기업의 등락 폭을 확인한 결과, 의약품지수와 제약지수 업종을 합한 시가총액(이하 시총)은 173조2,527억 원을 기록해 올해 들어서만 102조원이 늘어난 것으로 조사됐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의약품지수는 무려 74조4,148억원(1월20일 기준 75조6,098억원 → 12월18일 기준 150조246억원)이 늘었다. 제약지수도 27조7,492억원(28조2,071억원 → 55조9,563억원)이 많아졌다.

이 기간 의약품지수는 11,031포인트에서 20,909.15포인트로 89.54% 급등했다. 제약지수도 7,644.59포인트에서 13,997.80포인트로 83.1% 상승했다. 신규상장을 제외한 129개 제약바이오 종목 중 코로나19 사태 이후 주가가 오른 종목 수는 109개, 내린 종목은 20개로 집계됐다. 10종목 중 8종목 이상이 오른 셈이다.

시가총액(이하 시총)이 폭증한 곳은 셀트리온과 삼성바이오로직스였다. 이 두 기업은 각각 24조원이 넘게 시총이 늘었다. 셀트리온의 시총 증가액은 올해 24조8,301억원(12월18일 기준 시총 48조592억원)이 높아졌다. 삼성바이오로직스도 24조4,149억원(12월18일 기준 53조643억원)이 늘어났다.

올해 가장 높은 수익률을 기록한 종목은 신풍제약이었다. 이 회사는 지난해 말 7,240원에서 지난 18일까지 올해 14만2,260원이 오른 14만9,500원에 마감했다. 무려 20배에 달하는 상승률이다.

이어 진원생명과학(933%), 씨젠(582%), 셀트리온제약(509%), 오리엔트바이오(345%), 나이벡(277%), 에스티팜(267%), 종근당바이오(245%), 바이넥스(245%), 신일제약(242%), 피씨엘(237%), 녹십자(205%) 등도 200% 이상 고수익을 기록했다.

≫ 코로나19가 쏘아올린 진풍경…치료제·백신 ‘개발전’

올해 코로나19 감염증 사태가 팬데믹(세계대유행) 상황으로 치닫자 이를 극복하기 위해 상당수 국내 제약바이오사들도 치료제와 백신 개발에 뛰어들었다.

정부도 앞서 지난 8월 백신 및 치료제 임상 지원을 위해 2604억원의 추가 예산을 배정하고 백신 대상업체로 제넥신, SK바이오사이언스, 진원생명과학을 선정했다. 치료제 개발에서는 셀트리온, GC녹십자, 대웅제약, 신풍제약을 지정했다.

이들 중 셀트리온의 항체치료제가 국내 제약사 중 상용화에 가장 근접했다는 평가다. 실제로 셀트리온이 개발 중인 항체신약 ‘CT-P59’가 서울 아산병원에서 치료목적으로의 사용을 식약처가 승인했다. 앞서 서정진 셀트리온 회장은 코로나 치료제가 내년 1분기 내 시판이 가능하다고 밝힌 바 있다. 현재 CT-P59는 2상이 완료됐고 임상3상 모집이 된 상태로 올해 말 3상에 돌입할 것으로 보인다.

녹십자의 혈장치료제 ‘GC5131’는 치료목적 승인 이후 현재까지 20여 건의 투약이 진행됐다. 이 회사의 혈장 치료제는 일부 환자에서 ‘렘데시비르’, ‘덱사메타손’ 등으로 효과를 못 본 환자가 효과를 보면서 이 약물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회사는 임상2상 데이터를 확보해 늦어도 내년 초 임상3상에 돌입한다는 계획이다.

이 외에도 임상2상을 진행 중인 약물은 신풍제약의 말라리아치료제 ‘피라맥스’, 부광약품의 B형간염치료제 ‘레보비르’, 종근당 급성췌장염치료제 ‘CKD-314’(나파벨탄), 대웅제약 만성췌장염치료제 ‘DWJ1248정’(호이스타정) 등이다.

동화약품의 천연물 신약 후보 ‘DW2008S’는 임상2상의 신청을 승인받았고 현대바이오사이언스는 ‘CP-COV03’의 임상2상 진입을 위한 임상 위탁계약을 체결했다.

백신은 SK바이오사이언스가 ‘NBP2001’의 임상1상을 승인받으면서 선두주자로 나섰다. 진원생명과학은 DNA백신 형태로 ‘GLS-5310’을 개발 중이며 제넥신 역시 DNA백신으로 ‘GX-19’를 개발 중이다.

≫ 제약바이오, 올 기술수출 10조 ‘돌파’…‘새역사’ 써내려가

제약바이오 업계가 코로나19 백신과 치료제 개발에만 치우쳐 있었던 건 아니다. 사실 그 어느 해 보다 역대 최대 규모의 기술수출을 성사시키면서 신약개발 강국으로 가는 가능성을 보여줬다.

한미약품, 알테오젠, 레고켐바이오, 올릭스 퓨처켐 등이 약 10조원이 넘는 라이선스 아웃을 성사시키면서 상업적 성공 가능성뿐 아니라 임상 강국의 길을 열어 놓은 것이다. 업계에 따르면 올해 기술수출은 16건에 10조5,000억원 아상으로 추산되고 있다. 지난해 14건 8조5,000억보다 2조원 가량이 늘어난 셈이다.

우선 지난 8월 한미약품은 얀센에 기술수출했다가 반환됐던 바이오 신약이 다시 MSD에 총 1조원에 기술 수출됐다. 당초 비만·당뇨 치료제로 기술 수출했지만 실패하고 비알콜성 지방간염(NASH) 치료제로 가능성을 인정받은 것.

바이오신약 후보물질 '에피노페그듀타이드'(HM12525A)를 MSD에 기술수출하면서 받은 계약금은 1000만 달러, 단계별 성공에 따른 기술료(마일스톤)를 포함한 총 계약 규모는 8억6000만달러(약 1조272억원)에 달했다. 특히 향후 신약 상용 출시 이후에는 두 자릿수의 판매 로열티도 받게 됐다.

알테오젠은 지난 6월 공개되지 않은 글로벌 제약사에 최대 4조7,000억원 상당의 '인간 히알루로니다제(ALT-B4)' 기술을 이전했다. 계약금 규모는 1600만 달러(약 194억원)이지만, 개발단계별 성공 기술료(마일스톤)에 따라 최대 38억6500만 달러(약 4조6770억원)까지 받게 됐다.

ALT-B4는 히알루론산을 분해하는 재조합 효소 단백질로, 약물이 인체 피하조직을 뚫고 들어갈 수 있게 돕는 기술이다. 이 기술을 사용하면 정맥주사로 투여되는 모든 바이오의약품을 대량으로 피하투여할 수 있다.

레고캠바이오는 올해 4건의 항체·약물복합체(ADC) 항암후보물질에 대해 1조5천억원 규모의 기술수출을 성공했다. 회사는 지난 4월 영국 익수다 테라퓨틱스에 차세대 항체-약물 복합(ADC) 플랫폼 기술을 4,963억원에 이전한 데 이어 5월에는 ADC 항암신약 후보물질을 2,784억원에 넘겼고, 10월에는 중국 시스톤 파마수티컬스에 4천억 규모, 12월 미국 바이오기업 픽시스온콜로지에는 2,255억원 규모의 기술계약을 체결했다.

유한양행은 지난 8월 미국 프로세사 파머수티컬사에 기능성 위장관 질환 신약후보물질 'YH12852'를 최대 4억1050만 달러(약 5,000억원) 규모에 기술수출했다. 이 중 유한양행은 반환의무가 없는 계약금 200만 달러(약 24억원)를 프로세사 주식으로 수령하기로 했다. 개발, 허가에 따른 마일스톤을 포함해 제품 상용화 후에는 순매출액의 일정 비율로 로열티도 받게 된다.

퓨쳐켐은 올해 전립선암 진단 신약 FC303에 대한 기술수출 계약 2건을 성공시켰다. 지난 5월 오스트리아 이아손과 전립선 진단 방사성의약품 신약(FC303)을 총 122만유로(약 16억원)에 계약을 맺었다. 9월에는 중국 HTA와 전립선 특이 막항원(PSMA) 전립선암 진단 신약 FC303의 기술 공동 개발 계약으로 러닝로열티를 포함해 최대 6,500억원 규모의 돈을 받을 수 있게 됐다.

올릭스는 10월 프랑스 안과 전문기업 떼아오픈이노베이션에 최대 4개의 안 질환 치료 리보핵산(RNA) 치료제 후보물질을 기술 이전하는 계약을 맺었다. 기술수출 계약 규모는 2개 치료제 후보물질이 3.3억유로(약 4,500억원)로 추가로 2개를 더 기술수출하면 9,000억원 대를 넘어서게 된다.

SK바이오팜은 10월 일본 오노약품공업과 뇌전증 신약 ‘세노바메이트’의 기술수출 계약을 체결했다. 이번 계약으로 우선 SK바이오팜은 오노약품공업으로부터 계약금 50억 엔(약 545억 원)을 받는다. 추후 세노바메이트의 일본 내 허가 및 상업화 달성 단계에 따라 기술료(마일스톤) 481억 엔(약 5,243억 원)을 추가로 받을 수 있게 됐다.

≫ 소송전으로 얼룩진 보톡스 업계…코로나19 직격타까지

기술수출에서는 제약 바이오 업계가 10조원을 돌파해 새역사를 써내려 가며 좋은일이 있었던 반면, 그동안 수출 효자였던 보툴리눔 톡신제제(보톡스) 시장은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실적부진, 식약처의 메디톡스 제재, 소송 등으로 얼룩지며 향후 지각변동을 예고했다.

보톡스 업체들이 코로나19 확산세로 주력제품이 내수와 수출에서 모두 타격을 받았다. 여기에 그동안 내수와 중국 수출로 높은 점유율을 차지하던 메디톡스는 식약처가 이 회사의 간판제품에 대해 품목허가 취소 처분을 내리면서 최악의 실적이 예상되고 있다.

대웅제약은 메디톡스와의 소송에서 ITC(미국 국제무역위원회)가 대웅제약의 ’주보‘(나보타의 미국상품명)에 대해 21개월간 수입금지 명령을 최종 판결해 미국 시장 공략이 당분간 부담을 안게 됐다.

게다가 식약처는 메디톡스의 제품이 불법 중국판매 됐다며 이에 대해 메디톡신주와 코어톡스주에 제품 회수와 폐기 등의 제재를 가했다. 식약처는 보툴리눔 톡신 제제는 국가출하승인 대상 의약품으로, 허가를 받았더라도 유통 전 식약처에서 품질을 확인받아야 시판 가능하다는 입장을 밝히고 향후 불법판매 실태 조사와 규제를 하겠다고 밝힌 것.

현재 국내에서는 유일하게 휴젤 제품만이 중국판매 허가를 받은 상태다. 그간 따이공(보따리상)을 통해 수출을 올렸던 만큼 불법판매를 고려하면 보톡스 성장이 부정적일 수 밖에 없는 이유다.

≫ 진단키트 업계, 사상최대 실적 ’환호‘…수출 3조 돌파할 듯

보톡스 업계가 정체되거나 부진했던 반면, 진단키트 생산 업체는 코로나19 수혜로 어마 무시한 실적 성장을 나타냈다. 업계에 따르면 국내산 코로나19 진단키트가 올 들어 11월까지 2조5,000억원 이상의 수출액을 기록한 것으로 알려졌다. 연내 3조원 돌파 가능성 전망도 나오고 있다.

대표적으로 진단키트 수출 선두 주자인 씨젠의 실적은 제약바이오 기업 통틀어 4분기 가장 많은 영업이익이 기대된다. 회사는 지난 3분기(3개월간) 매출액은 3,269억원, 영업이익은 2,099억원(전년도 영업이익 68억원)을 올려 시장의 기대를 뛰어넘는 놀라운 실적을 거둔 바 있다.

그런데 올 4분기 실적은 깜짝 놀랐던 3분기보다도 2배에 달하는 영업이익을 거둘 것으로 분석된다. 회사 측은 지난 14일 현금 배당으로 주당 1,500원을 계획하고 있다며 이미 매출 1조원을 달성했다고 발표했다.

이는 앞서 3분기 누적 매출이 6,835억원이었던 만큼 10월, 11월 두 달간 매출이 최소 3,165억원을 넘어섰다는 의미다. 최근 주된 수출 지역인 유럽의 코로나19 확산세가 급증한 만큼 4분기(10월~12월) 최소 5,000억원에서 최대 6,000억원에 달하는 매출이 추정된다. 이는 회사의 영업이익률이 하반기 66%에 달해 최대 약 4,000억원에 육박하는 영업이익이 추정되는 배경이다.

이 외에도 진단키트 생산 업체들이 3분기 기준 전년도 적자에서 흑자로 전환했다. 바이오니아는 전년 51억원의 적자에서 739억원의 영업 흑자를 기록했고 인트론바이오도 전년 영업 적자에서 115억원의 흑자를 기록했다. 랩지노믹스의 경우 지난해 5억원의 영업이익만을 거뒀지만 올해는 445억원의 영업이익을 달성했다.

현재 블루오션으로 떠오른 진단키트 시장에 대형 제약사들도 후발 주자로 속속 뛰어들고 있다. 지난 5월 식약처로부터 수출용 허가를 받은 코로나19 진단키트는 73개였던 거에 비해 11월 현재 221개로 늘었다. 향후도 뛰어드는 업체들이 늘어날 전망이다.

실제로 최근 셀트리온은 셀트리온USA를 통해 약 2400억원 규모의 코로나19 항원신속키트를 미국 뉴욕 소재 전문 도매유통사 ‘프라임헬스케어 디스트리뷰터스’에 독점 공급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같은 달 GC녹십자엠에스도 약 139억원 규모로 헝가리에 코로나19 항원진단키트를 수출하는 계약을 체결한 바 있다.

저작권자 © 메디코파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