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변화하는 국내 보건의약계 정책 (下)
정부 방역 대응, 국민 혼란만 가중…컨트롤타워 ‘시급’
의료계, 비대면 진료·공공의대 반발…‘꺼지지 않은 불씨’

▲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제공
▲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제공

신축년(辛丑年) 새해가 밝았다. 2020년에는 제네릭 난립 규제와 메트포르민 성분 제제에서의 발암물질 검출, 뇌기능 개선제 콜린알포세레이트의 급여 적정성 평가 등 크고 작은 정책 변화가 있었다. 2021년에도 산업계를 강타할 제도 이슈는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초유의 감염병 사태가 3차 유행으로 번지면서 올해도 코로나19와 관련 정책 추진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메디코파마는 2021년 새해에 변화될 국내 보건의약계 정책 부문을 전망하고 상, 하 두 편으로 나눠 소개한다.

≫ ‘with-Corona’ 시대…정부 방역 대응 ‘체계화’ 시급

1년 동안 이어진 코로나19. 이제는 모든 일상을 함께하는 ‘코로나 일상(With-Corona)’ 시대가 됐다. 이를 반영하듯 올해 보건의료 분야 정책 방향의 핵심 키워드 중 하나는 코로나19이다.

복지부는 코로나19와 같은 감염병에 효율적으로 대처하기 위해 올해 최우선 과제로 코로나19 방역정책을 꼽았다.

방역과 일상의 균형이라는 관점에서 우리 사회가 ‘감당할 수 있는 위험 수준’을 설정하고 방역 정책의 지속적인 정교화를 추진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서는 정부 정책 결정이 경제 활성화 보다는 방역에 초점을 맞출 수 있도록 질병청과 감염병 전문가들이 컨트롤타워가 되어 한 목소리를 내어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의 조언이다.

최근 코로나19 방역 대응은 전문가의 목소리 보다 정부, 정치인 등 비전문가의 목소리에 좌우되고 있다.

실제로 지난해 말 3차 유행 직전 다수의 전문가 학술 단체들이 겨울 재유행을 대비해 선제적으로 방역 단계를 상향 조정할 것을 촉구했으나 정부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 결과, 한 발 늦은 사회적 거리두기 격상은 1일 1,000명 이상의 확진자를 발생시키며 3차 유행을 야기시켰고,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의료계 관계자는 “현재의 중수본과 중대본 체제는 낡은 형태가 된 것 같다. 질병청과 감염병 전문가의 의견이 신속하게 반영되는 의사결정구조가 필요한 만큼 거버넌스를 새롭게 할 필요가 있다”면서 “에볼라 사태 당시 미국은 ‘에볼라 차르’라는 대통령 특별보좌관을 만들었던 것을 벤치마킹 해보면 좋을 것 같다”고 제안했다.

더욱이 현재 방역당국은 부처 간 서로 다른 목소리를 내면서 국민들에게 혼란을 가중시키고 있다.

정부는 코로나19 대응에 국무총리를 중심으로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와 보건복지부 산하 중앙사고수습본부(중수본), 질병관리본부 중앙방역대책본부(중대본)로 나눠 방역을 진두지휘하고 있다.

사회적 거리두기 격상은 중대본이 결정하고, 중환자실을 포함한 병상 공급과 관련한 사항은 중수본이 결정하며, 방역 정책은 방대본이 수행하고 있다. 사회적 거리두기 격상을 전문가가 아닌 비전문가가 하고 있는 상황인 것.

또 다른 의료 관계자는 “현재 컨트롤타워가 중대본인지, 방대본인지, 중수본인지 모르겠다. 서로 다른 목소리를 내면서 국민에게 혼란만 가중시키고 있는 형국”이라며 “방역과 감염병 전문가인 방대본을 중심으로 방역 정책을 구성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 정부, 백신·치료제 확보 및 개발 지원 ‘속도’

앞서 정부는 지난해 말 코백스 퍼실러티(COVAX Facility)를 통해 1,000만명분, 아스트라제네카 등 글로벌 백신기업에서 4,600만명분 등 최대 5,600만명분의 해외개발 백신을 선구매했다고 밝혔다.

정부는 올해 1분기(2~3월)부터 단계적으로 백신을 도입하면서 추가 필요 물량은 신속히 확보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백신 물량이 국내에 도입되는 대로 접종을 시작하기로 했다.

구체적인 시기는 ▲공급 물량 ▲코로나19 국내 상황 ▲외국 접종 상황과 부작용 여부 ▲국민 수요 등을 고려해 대상자, 세부 일정 등을 탄력적으로 조정하되 늦어도 인플루엔자 유행 시기인 11월 전에는 완료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국가적 위기 상황임을 고려해 감염병예방법에 따른 코로나19 바이러스를 ‘임시예방접종’으로 지정해 접종을 진행할 계획이다.

또한, 백신 접종을 위한 세부 접종전략 마련, 접종인력 확보 및 교육 등 사전준비를 본격화하고 전담조직 구축도 추진하기로 했다.

우선 접종 권장 대상자는 노인, 집단시설 거주, 만성질환 여부 등 코로나19 취약계층과 보건의료인 등 사회 필수서비스 인력 등을 검토 중이다.

아울러 정부는 이달부터 국내 코로나19 치료제·백신의 신속 개발을 위해 국내·외 임상시험 지원체계를 구축하고 임상시험 비용지원도 확대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복지부는 올해 코로나19 R&D 예산으로 1,388억원을 책정했다. 지난해 추경예산 940억원에서 448억원 증액한 수치다.

구체적으로는 신규사업인 코로나19 치료제·백신 비임상지원사업에 74억원이 책정됐고, 코로나19 치료제와 백신 임상지원에 각각 627억원, 687억원 책정됐다.

이와 함께 정부는 신·변종 감염병 출현에 대비, 병원 내 방역·의료장비의 국산화와 고도화로 국가방역체계 역량을 강화할 계획이다.

감염병 조사·감시·예방·진단·치료 등에 필요한 기술개발과 공공백신 연구·개발·지원을 위한 시설 건립, 운영도 지원할 예정이다.

또한, 백신연구 기반(인프라) 공공백신개발 지원센터 건립과 운영에 136억원이 책정되는 등 코로나19 치료제 및 백신 개발에 전방위적 지원에 나선다.

더욱이 과학기술정보통신부도 감염병과 바이오 R&D 역량 강화에 힘을 보탠다.

과기부는 신·변종 감염병 발생 시 신속 대응을 위해 주요 분야(예측-진단-치료-예방) 플랫폼 기술을 개발하고 ‘바이러스기초연구소’ 설립을 추진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신약 재생의료 기술 개발을 전주기적으로 지원하고, R&D 데이터를 통합 수집 제공하는 ‘국가 바이오 연구데이터 스테이션’을 조성하는 등 신약 개발에 적극적으로 나설 예정이다.

정부의 이 같은 지원은 역량 강화를 통해 코로나19를 조기 종식해 피해를 최소화하겠다는 것이다.

R&D 임상 지원을 통해 상반기 내에 코로나19 치료제를 개발해 상용화 하고, 하반기에는 국내 백신을 개발하겠다는 전략이다.

이 같은 전략을 통해 ‘경제’와 ‘방역’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겠다는 복안이다.

≫ 의료계, 비대면 진료 ‘산업적 접근’ 거부감…‘꺼지지 않은 불씨’

의대정원 확대와 공공의대 설립, 비대면 진료는 지난해 여름 의료계의 반발로 정책 추진을 중단했지만, 그 불씨는 꺼지지 않고 여전히 살아있는 상황이다.

정부는 의료계와 충분한 논의를 거쳐 보완장치를 마련하겠다는 단서 조항도 달았지만 이미 비대면 진료 제도화를 추진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더욱이 지난해 연말에는 감염병 심각단계 이상의 위기경보가 발령될 경우 보건복지부 장관이 정하는 지역적·시간적 범위 내에서, 의료기관을 방문하지 않고도 인터넷·전화 등을 활용한 비대면 진료가 가능하도록 근거규정을 신설한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됐다.

이에 발맞춰 복지부도 감염병 위기대응 심각단계 시 의사와 한의사·치과의사의 비대면 진료를 허용하며, 이 경우 외래환자 진찰료 외에 의료 질 평가지원금과 의원 전화상담 관리료를 별도 산정할 수 있도록 한다는 내용을 담은 '한시적 비대면 진료 허용방안'을 확정해 공고했다.

감염병 위기대응 심각단계라는 단서조항을 달았지만 비대면 진료가 법제화된 셈이다.

이와 함께 정부는 올해 중환자 진료에 있어 진단, 치료 등 의사결정을 지원해 주는 AI기반 중환자 모니터링 시스템을 구축하고, 스마트병원 선도모델 개발 지원 등 ICT 기반 의료서비스 고도화 사업도 시작할 계획이다.

이처럼 정부는 올해도 비대면 진료 인프라 구축 및 제도화에 드라이브 걸고 있는 모양새다. 하지만 비대면 진료의 허용 범위를 두고 정부와 의료계, 의사사회 내부 갈등은 불가피해질 전망이다.

당장 정부의 비대면 진료 추진에 병원계는 대체로 받아들이는 분위기지만 개원의사 중심의 의사협회는 못마땅한 기색이 다분하다.

더욱이 비대면 진료를 받아들이는 의사들 상당수는 현재 운영 중인 전화 진료까지만 허용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특히, 대다수의 의사들은 정부가 비대면 진료 제도화를 ‘의료’와 ‘환자’ 관점이 아닌 ‘산업’적인 측면에서 접근하고 있다는 점에서 거부감을 보이고 있다.

이제 막 첫 발을 뗀 비대면 진료. 이를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의사사회 내부적인 의견 조율과 정부에 대한 의사사회의 신뢰감 형성이 선행되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 언제 터질지 모를 ‘뇌관’ 공공의대

지난해 9.4 의·당·정 합의로 중단된 공공의대. 하지만 여전히 그 불씨는 살아있고, 언제 활활 타오를지 모르는 상황이다.

의료계와 정부는 의대정원 확대와 공공의대 설립 문제는 코로나19가 안정화된 이후 의정협의체에서 논의하기로 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지난해 말 국회는 복지부에서 제출한 올해 예산안 중 공공의대 설계비 예산을 당초 정부안이었던 2억 3,000만원보다도 대폭 상향된 11억 8,500만원으로 증액해 의결했다.

다만, ‘정부는 지난해 9월 4일 대한의사협회와의 합의 취지를 존중하며, 관련 근거 법률이 마련된 이후 ’공공의료 인력양성기관 구축 운영‘ 사업 예산을 집행한다’는 취지의 부대의견을 추가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의사단체들은 강하게 반발하며 의정 대립을 예고하기도 했다. 그만큼 공공의대 설립 문제는 의사사회에서 가장 예민한 주제인 것이다.

의사들이 예민한 이유는 또 있다. 바로 제41대 의협회장 선거가 임박했기 때문이다. 최대집 의협 회장의 임기는 오는 4월까지다. 즉, 현재 의협은 선거 국면이라는 점이다.

선거가 연말부터 연초까지 이어지면서 어쩔 수 없이 회무 공백이 발생한다. 이때 의료계를 옥죄는 법안이 발의되거나 시행된다는 게 의사들의 주장이다.

대표적으로 2014년 원격의료 시행, 2017년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정책 시행 등이다.

더욱이 여당 내에서도 공공의대 유치를 위해 물밑에서 작업이 계속되고 있는 만큼 의사들은 불안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익명을 요구한 의료계 관계자는 “그동안 의료계를 옥죄는 정책은 대부분 의협 회장 선거 기간 중에 일어났다”며 “아직 의정협의체에서 제대로 논의조차 못한 상황에서 국회가 공공의대 설계비 예산을 대폭 증액했다. 저의를 의심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부와 여당이 의정합의의 이행 의지가 없어 보인다”고 지적했다.

이처럼 공공의대와 관련해 의사들이 날 선 대응을 하고 있는 가운데 정부가 관련 예산을 어떻게 집행할지 의료계의 시선이 모아지고 있다.

저작권자 © 메디코파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