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로로퀸, 렘데시비르, 덱사메타손까지 주요 약물 이슈
1월 20일 국내 첫 확진자 발생…치료제 개발도 ‘막바지’

▲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제공

에이즈 치료제 ‘칼레트라’, 말라리아 약 ‘클로로퀸’, 해열진통제 ‘아세트아미노펜’, 구충제 ‘이버멕틴’, 에볼라 치료제 ‘렘데시비르’, 스테로이드제제 ‘덱사메타손’. 이들 약제의 공통점은 지난 한 해 코로나19 치료제로 거론된 약물들이라는 점이다.

지난해 1월 20일, 국내에서 첫 확진자가 발생한 이후 여전히 코로나19는 뚜렷한 치료제와 백신 없이 대증 치료요법에 의존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수많은 약물들이 치료제로 거론되기만 한 상태다.

메디코파마는 국내 확진자 발생 1년을 앞두고, 지난 한 해 동안 코로나19 치료제로 거론된 약물들을 정리해봤다.

≫ 말라리아·에이즈 치료제, 1차 약과 승인 취소 ‘명과 암’

코로나19 확산 초기였던 지난해 2월, 기존 말라리아 치료에 쓰였던 클로로퀸(Chloroquine)이 1차 약으로 권고됐다.

당시 클로로퀸은 미국 트럼프 대통령이 코로나19 사태의 ‘게임 체인저’라고 극찬하고 감염 예방 차원에서 복용 중이라고 언급하면서 큰 주목을 받은 바 있다.

국내에서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중앙임상TF가 1차 치료제로 에이즈 약인 칼레트라(Kaletra)와 말라리아 약제인 클로로퀸 또는 하이드로클로로퀸(Hydroxychloroquine)을 권고하기도 했다.

하지만, 클로로퀸은 별다른 치료·예방 효과가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해 상반기 우리나라를 비롯한 세계보건기구(WHO), 미국, 영국 등은 코로나19 환자에게 클로로퀸은 치료적 유익성이 인정되지 않아 ‘코로나19 예방·치료 목적으로는 사용하지 말라’고 권고했다.

미국 식품의약국(FDA)도 지난해 6월 클로로퀸의 코로나19 치료 목적으로 긴급사용 승인을 취소했다.

유럽의약품청(EMA)은 클로로퀸을 복용한 후 심장박동 이상 등 심각한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고, 간·신장 장애, 발작, 저혈당 등의 부작용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 WHO, 이틀 만에 권고 철회했지만 타이레놀은 ‘품귀’

코로나19 사태 초기에는 의심 증상이 있을 경우 이부프로펜 보다는 아세트아미노펜 성분의 해열진통제 사용을 권고하기도 했다.

당시 WHO는 코로나19 감염이 의심될 때 의사 진단 없이 이부프로펜 성분 소염진통제를 복용해선 안 된다며, 아세트아미노펜 등 다른 성분의 해열진통제를 추천한다고 밝혔다. 이부프로펜 등 염증을 제거하는 약물을 복용하면 코로나19 증상을 악화시키는 요인이 될 수 있다는 이유에서였다.

하지만 이 같은 권고는 발표된 지 이틀 만에 근거가 부족하다는 이유로 철회됐다.

국내 신종감염병 중앙임상위원회도 “이부프로펜 사용 중지나 제한을 할 필요가 없으며 코로나19가 의심되는 경우 주치의와 상의해서 적당한 약을 쓰면 된다”고 말하기도 했다.

하지만 WHO 권고안을 철회했음에도 불구하고 아세트아미노펜 제제는 전 세계적으로 품귀 현상을 빚기도 했다.

≫ 구충제 이버멕틴, 코로나19 치사율 80% 감소의 ‘진실’

지난해 4월 동물용 구충제가 항암 뿐만 아니라 코로나19 치료에도 효과가 있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되면서 업계의 주목을 받았다.

호주 모니쉬(Monash)대학 생의학발견연구소(Biomedicine Discovery Institute)의 카일리 왜그스태프 박사는 세포 배양한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이버멕틴에 노출되자 48시간 안에 모든 유전물질이 소멸됐다는 실험 결과를 발표했다.

왜그스태프 박사는 단 한 번 투여된 용량에도 24시간 후 코로나19 바이러스의 RNA가 상당 부분 줄어들었으며 48시간이 지나자 RNA 전부가 완전히 사라졌다고 했다.

최근에는 리버풀대학교의 바이러스학자 앤드류 힐 박사도 이버멕틴이 코로나19 치사율을 최대 80% 낮추는 효과가 있다는 임상시험 결과를 발표하면서 이 약이 다시 한 번 주목받고 있다.

힐 박사팀은 세계보건기구(WHO)의 의뢰를 받아 방글라데시, 아르헨티나, 이집트 등 개발도상국 코로나19 환자 1,400명을 대상으로 11번의 임상시험을 진행했다.

그 결과, 이버멕틴을 투여한 573명 중 8명(1.4%)만 숨진 반면, 위약(placebo)을 투여한 510명 중 44명(8.6%)이 사망한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11개 임상시험이 설계 방법, 투여 용량, 병용 요법 등 일관성이 없어 결론을 내리기에는 시기상조라고 지적했다.

≫ 7,000원짜리 염증약 덱사메타손, 중증 환자서 효과

염증치료제인 덱사메타손(dexamethasone)도 코로나19 중증환자 치료에 효과가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오면서 주목받았다.

영국 옥스퍼드대 연구팀은 대규모 임상시험에서 이 약이 사망 위험을 최대 40% 낮출 수 있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코로나19 입원 환자 중 2,000명에게는 소량의 덱사메타손을 사용하고, 4,000명에게는 투약하지 않은 뒤 비교분석한 결과, 덱사메타손을 투약받은 코로나19 중증 환자 사망률이 크게 떨어졌다. 연구팀에 따르면 산소호흡기에 의지하는 중증 환자의 사망 위험은 최대 40% 낮아졌으며, 기타 산소 치료를 받는 환자의 사망 위험도 25%까지 감소했다.

이에 영국과 일본 정부는 해당 임상 데이터를 기반으로 덱사메타손을 코로나19 치료제로 긴급승인했으며, 우리나라도 현재까지 코로나19 중증 환자를 대상으로 이 약을 사용하고 있다.

코로나19 치료 전문가로 구성된 신종감염병 중앙임상위원회가 지난달 발간한 ‘코로나바이러스(COVID-19) 진료 권고안 ver. 1.0’에 따르면 덱사메타손은 산소치료가 필요한 중증 환자나 인공호흡기 치료 중인 환자에게 최대 10일간 투여하도록 권고하고 있다.

≫ 렘데시비르, 에볼라 치료제서 코로나19 치료제로

미국 길리어드 사이언스가 에볼라 치료제로 개발한 렘데시비르는 코로나19 첫 번째 치료제로 인정 받았다.

미국 국립보건연구원(NIH) 주도로 지난해 초부터 10개국, 73개 의료기관이 참여한 상태에서 렘데시비르의 임상시험을 실시했다.

코로나19 환자 1,063명을 대상으로 한 이 시험에서 환자들은 렘데시비르 또는 위약을 10일간 투여했다. 그 결과, 위약군에 비해 렘데시비르 치료군에서 회복시간이 15일에서 11일로 31% 단축됐다.

FDA는 이 결과를 바탕으로 지난해 5월 1일 코로나19 치료제로는 처음으로 렘데시비르 긴급사용승인을 허가했다.

우리나라도 지난해 6월 코로나19 치료제로 특례 수입하다가 7월 24일부터 정식으로 품목허가를 내줬고, 현재까지 105개 병원에서 3,100여명의 확진자에게 투여됐다.

하지만, 이 약이 환자의 입원 기간을 줄이거나 사망률을 낮추지는 못한 것으로 나타나 효과를 둘러싼 논란이 일기도 했다.

이런 가운데 우리나라 중앙임상위는 코로나19 중증 환자 또는 고령·기저질환자에 대해서는 렘데시비르 투여를 적극적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다만, 젊고 기저질환이 없는 경증 환자에 대해서는 렘데시비르 투여 필요성이 크지 않은 것으로 판단했다. 또, 약제 확보가 어려운 경우 인공심폐장치(ECMO)를 유지 중인 환자 등에 대해서는 효과가 증명되지 않은 만큼 투여 우선순위에서 제외하도록 권고했다.

저작권자 © 메디코파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