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통의 악재’ 코로나19 사태…뚫린 캐시카우 vs 막힌 수출길
喜, 마스크 제품 매출액 증가…悲, 항생제·원료 수출은 감소세

▲ 게티이미지뱅크 사진 제공

최근 코로나19 영향권에 들어있는 대부분의 기업들에게서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이 있다. 바로 양극화다. 어떤 곳은 코로나19 사태로 매출이 급증하면서 지난해 당기순이익이 흑자전환에 성공한 반면, 신종 감염병 여파로 하늘길이 막히자 매출에 직격타를 맞은 곳도 있었다. 업계에서는 이처럼 같은 악재, 다른 결과를 두고 일찌감치 새로운 캐시카우를 공략한 기업의 통찰력이 성패를 갈랐다는 평가다.

국제약품은 최근 공시를 통해 흑자전환에 성공했다고 밝혔다. 이 회사의 지난해 매출액은 1,304억원으로 1,111억원을 기록한 전년 대비 17.3% 증가했다. 영업이익은 60억원으로 전년보다 8.4% 늘어났다.

이는 국제약품이 지난 2010년 매출 1,320억원, 영업이익 83억원을 기록한 이후 10년 만에 최대 규모다. 특히, 2019년 –48억원에 그쳤던 이 회사의 당기순이익은 지난해 22억원을 기록하면서 흑자로 돌아섰다.

이 회사 관계자는 “코로나19로 인한 마스크 부문 매출액이 증가했다. 반면 기타비용은 감소했다”라고 설명했다.

국제약품은 지난 2019년 3월 미세먼지와 황사 차단을 목표로 ‘메디마스크’(KF94, KF80)를 출시, ‘의약 외품’ 시장을 공략했다. 특히, 회사는 국내 제약사 가운데는 처음으로 마스크 생산라인 자동화 설비까지 구축하면서 한 발 빠른 행보를 이어갔다.

이러한 상황에서 지난해 코로나19 사태로 마스크 수요가 폭증하자 이 회사의 매출은 급증했다. 상반기에만 해당 품목 매출이 110억원을 돌파했으며, 3분기 누계 판매고는 136억원으로 집계됐다. 2019년 한 해 동안 올린 4억원 규모의 판매량과 비교했을 때 매출이 30배 이상 확대된 것이다.

이 회사의 마스크 판매량은 국내·외를 가리지 않았다. 3분기 누계 수출 실적만 17억원이었다. 공적마스크제도가 폐지된 7월 이후부터 수출량이 급증하면서 3분기에만 외국에서 12억원의 판매고를 올렸다.

이처럼 코로나19가 기회로 작용한 곳이 있었지만 그렇지 못한 기업도 존재했다.

2019년 턴어라운드에 성공한 영진약품은 지난해 예기치 못한 신종 감염병으로 인해 실적 감소라는 직격탄을 맞았다.

영진약품은 최근 공시를 통해 작년 실적이 적자전환했다고 밝혔다. 이 회사의 지난해 매출액은 2,084억원으로 2,205억원을 기록했던 전년 대비 5.5% 감소했다. 영업이익 또한 2019년 100억원에서 지난해 3억원으로 96.9% 급감했다. 이에 따라 당기순이익은 50억원 흑자에서 2억원 적자로 전환됐다.

회사 관계자는 “코로나19 영향으로 매출이 감소했다. 세파 항생제와 원료수출이 줄었던 것이 이유이다”고 설명했다.

영진약품은 수출이 전체 매출의 30%를 차지하고 있다. 이 중 90%는 일본에 의존하고 있다. 실제로 지난 2018년 일본의 주요 거래처 사와이 社의 재고 조정으로 수출 실적이 580억원대로 감소하면서 실적 부진에 빠진 바 있다.

그러나 회사는 2019년 820억원 규모의 물량을 수출하면서 다시 정상화 궤도를 밟았고 이는 곧장 매출 성장으로 이어졌다. 영진약품은 2019년 2,205억원 매출을 달성하며 연매출 2,000억원 클럽에 가입하는 등 턴어라운드에 성공했다.

하지만, 지난해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수출에 제동이 걸리면서 회사는 결국 적자로 전환됐다. 지난해 3분기까지 수출 규모는 462억원에 불과했다.

여기에 국내 영업도 코로나19 영향으로 위축됐다.

영진약품의 주력 품목은 항생제다. 회사는 감염병 사태 이후 항생제 처방이 급감하면서 매출에 타격을 입었다.

실제로 ‘세파계열 항생제’라고 불리는 경구용 세팔로스포린제제의 지난해 원외처방실적은 2,099억원으로 2018년보다 20% 이상 감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손 씻기와 마스크 착용 등 개인 위생관리가 강화된 데다 사회적 거리두기에 따른 ‘3밀(밀집, 밀폐, 밀접)’ 환경을 피하면서 감기와 같은 호흡기 질환 발병이 줄어든 것이 항생제 처방 감소로 이어진 것이다.

결국 영진약품은 수출 실적 부진과 국내 영업환경 위축으로 매출 뿐 아니라 영업이익, 당기순이익 모두 적자로 전환됐다.

익명을 요구한 제약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코로나19라는 ‘공통의 악재’를 통해 각 사가 보유한 포트폴리오의 가치가 극명하게 갈렸다”며 “국내 제약사들은 앞으로 위기 상황에 대비하기 위한 품목 다변화 등의 노력이 시급한 시점이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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