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약개발 의존 업체는 ‘주르륵’…눈 돌리는 투자자들
코스닥 실적주 재편 뚜렷…배신 딛고 옮겨가는 ‘투심’
호시절도 끝…실질적 성과·성장성 있어야 생존 가능

▲ 게티이미지뱅크 사진 제공
▲ 게티이미지뱅크 사진 제공

바이오벤처가 코스닥 시가총액 상위권에서 밀려나고 있다. 최근 몇 년간 촉망받던 신약개발 업체들이 좋지 못한 결과물을 내놓으면서 투자자들의 이탈이 가속화되고 있는 것이다. 앞으로 바이오벤처가 신약 파이프라인의 잠재성만으로 코스닥 시장에서 지금과 같은 영향력을 유지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배경이다.

올해 들어 코스닥 시장이 요동치고 있다. 최근 주목받고 있는 게임, 전지, 엔터테인먼트, 반도체 분야 관련 기업들이 약진하면서 시가총액 상위권에 새롭게 이름을 올린 반면 그동안 터줏대감 역할을 해왔던 바이오기업들은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실제로 게임업체인 펄어비스(9위→4위)와 카카오게임즈(8위→5위)는 작년 말보다 시총 순위를 대폭 끌어 올리며 5위권 안에 안착했다. 전지(에코프로비엠, 엘엔애프), 엔터테인먼트(CJENM, 스튜디오드래곤), 반도체(원익IPS, 솔브레인) 업체들 역시 순위가 소폭 상승하거나 기존 자리를 잘 지켜냈다.

하지만 바이오기업들은 하락세가 완연하다.

알테오젠(4위→6위)과 에이치엘비(5위→9위)는 5위권에서 밀려났고, 제넥신(11위→13위)과 휴젤(15위→17위)도 두 계단 내려앉았다. 14위에 위치해 있던 메드팩토는 아예 순위권에서 사라졌다.

특히 눈길을 끄는 것은 실적 여부에 따라 바이오기업의 시총순위 희비가 갈렸다는 점이다. 대규모 매출과 영업이익이 발생하고 추가적인 성장이 기대되는 업체는 자리를 수성했다. 그러나 특별한 캐시카우 없이 신약 파이프라인의 잠재성에만 기대고 있는 곳은 투자자들의 관심권에서 멀어지고 있다.

최근 바이오 섹터에 대한 투자자의 관심이 줄어들고 있는 상황에서도 셀트리온헬스케어, 셀트리온제약, 씨젠이 작년에 이어 변함없이 시총 순위 1~3위에 포진해 있는 것이 이를 방증한다.

이처럼 실적을 기준으로 바이오기업을 선별하려는 시장의 분위기가 짙어지고 있는 이유는 뭘까.

일각에서는 최근 에이치엘비를 비롯해 그동안 기대를 받아왔던 신약개발업체들이 좋지 못한 결과물을 내놓은 데다 경영진의 도덕적 해이를 의심케 하는 일들이 불거지면서 투심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보고 있다.

즉 투자자들이 불투명하고 도박에 가까운 바이오 섹터에 배팅하기보다는 성장 잠재력이 높은 다른 산업으로 최근 투자처를 옮겨가고 있다는 분석이다. 바이오기업들이 신약개발 하나만으로 시장의 중심에 머무르기 쉽지 않은 환경으로 변모하고 있다는 얘기다.

불과 몇 년전까지만 해도 매출 자체가 없거나 수십억~수백억에 불과한 업체라도 유망한 신약 파이프라인 보유와 임상만으로 시총 순위 상위권에 이름을 올렸던 것을 감안하면 격세지감이 아닐 수 없다.

익명을 요구한 제약업계 한 관계자는 “최근 핵심 산업으로 떠오른 BBIG(배터리·바이오·인터넷·게임) 업종에 투자자들의 관심이 몰리고 있다”면서도 “바이오의 경우 사업 포트폴리오가 탄탄한 업체는 지속적으로 관심을 받고 있는 반면 신약 개발에만 의존한 곳은 외면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동안 실패 사례가 누적되면서 투자자들의 기대감도 크게 줄어 들었고, 눈높이도 상당히 높아졌다”며 “신약개발에 올인한 바이오기업들이 과거와 같이 호시절을 다시 누리기는 현 상황으로 봤을 때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지난해 바이오 섹터를 주도한 코로나19 치료제·백신 개발 업체 대부분이 아직까지 의미있는 결과물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시장의 기대를 받던 신약들의 성적표도 신통치 않은 상황이다”라며 “올해 바이오 섹터는 실적과 성과에 기초한 양극화 현상이 더 심화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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