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할 수 없는' 정부 지침…보궐선거 의식했나

▲ 게티이미지뱅크 사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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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절 직후 코로나19 확진자 수가 급속도로 증가하면서 방역당국에 대한 시민들의 불만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설 연휴가 끝나자마자 사회적 거리두기를 하향 조정하면서 수도권을 비롯해 전국적으로 집단감염이 연이어 터졌기 때문이다.

더욱이, 지난 1년 동안 연휴 직후 확진자는 증가했다. 이번 상황 역시 예견된 일임에도 불구하고 사회적 거리두기를 완화한 것은 정부의 학습능력이 떨어지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보궐선거를 앞두고 정부가 국민의 지지를 얻기 위해 사회적 거리두기를 완화한 것 아니냐는 음모론마저 제기되고 있다.

방역당국에 따르면, 최근 1주일(2.13~2.19) 동안 신규 확진자 수는 일평균 470.3명을 기록했다. 거리두기 2.5단계 격상을 검토할 수 있는 ‘400~500명’ 기준을 넘어선 것이다.

설 연휴 동안 검사 건수 감소 영향 등으로 지난 13~15일 사흘 연속 300명대였던 신규 확진자 수는 증가세로 돌아섰다.

지난 16일 400명대로 올라선 뒤 17~18일 이틀 연속으로 621명의 감염자가 나왔다. 하루 확진자가 연속으로 600명대를 나타낸 것은 1월 초순(1.8∼10) 이후 처음이다. 19일에도 500명대의 감염자가 나오면서 코로나19 확산은 지속되고 있다. 전국적으로 수도권 대형 병원과 대규모 사업장의 집단 감염이 이어지고 있으며, 설 연휴 가족모임 관련 확진자도 계속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이 같은 확산세는 애초에 정부가 자초했다는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정부는 지난 15일부터 수도권의 거리두기는 2단계, 비수도권은 1.5단계로 하향 조정했다. 단계 조정으로 수도권의 영화관, PC방 등은 시간 제한 없이 영업이 허용됐다. 식당, 카페, 노래연습장 등의 영업시간은 기존 오후 9시에서 오후 10시로 1시간 연장됐으며, 유흥시설도 영업이 재개됐다. 비수도권은 모든 시설이 시간 제한 없이 영업이 가능해졌다.

설 연휴 이동량 증가와 가족·친척 모임 등에 따른 감염 확산 우려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사회적 거리두기를 완화한 것이다.

실제로 2월 14일까지 129명의 확진자가 발생했던 충남 보령시의 경우 2월 18일 하루에만 8명의 감염자가 발생했다. 아주자동차대학과 청양 김치공장발 집단 감염을 제외하면 소규모 확산으로는 가장 큰 규모인 셈이다.

더욱이, 이들 확진자는 대다수가 20~30대로 거리두기 완화에 따라 15일부터 확진 판정을 받을 때까지 보령 시내 식당, 카페 등 곳곳을 다니면서 앞으로도 확산세는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부산에서도 설 연휴 가족 모임으로 일가족 6명이 감염된 데 이어 직장과 지역사회로 확산되고 있는 모습이다.

충남 보령시에 거주 중인 이광민(가명) 씨는 “정부의 사회적 거리두기 완화는 성급한 결정이었다”며 “설 연휴 동안 이동량이 증가했고 가족과 친척 모임으로 감염 확산 우려는 분명히 존재했다. 적어도 이러한 우려가 해소된 후인 2주 뒤에 거리두기를 완화했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특히, 이번 확진자들은 거리두기 완화에 따라 영업시간에 제한이 없던 보령시 내 다양한 식당과 술집 등을 이용한 것으로 확인됐다. 지역사회 내 전파가 빠르게 이어질 것으로 보여 걱정된다”고 말했다.

충북 옥천군에 거주 중인 고미나(가명) 씨도 “명절 직후 영업시설에 대한 영업 제한이 해제되면서 식당과 술집은 모처럼 북적거렸다”면서 “이러한 상황에서 옥천에서도 명절 가족 모임으로 인한 감염자가 발생하면서 지역사회가 발칵 뒤집혔다”고 상황을 설명했다.

그러면서 “인근 도시인 충북 보은군에서도 감염자가 발생해 지역민들은 지역사회로 확산될까 우려하고 있다”며 “지역민들 사이에서는 정부의 사회적 거리두기 완화 조치가 너무 성급했던 것 아니냐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특히, 정부의 안일한 방역 대응 방식에 시민들은 강하게 비판했다. 지난 1년 동안 연휴 직후에는 감염자가 증가하면서 코로나19 재확산이 반복됐다. 시민들은 이러한 상황을 고려해 좀 더 세밀하게 방역 대응을 했어야 했다는 지적이다.

앞서의 이광민 씨는 “그동안 정부는 방역 보다 경제에 초점을 맞추면서 ‘두더지 잡기식’ 방역으로 일관했다. 그 결과 연휴가 끝날 때마다 코로나19 재확산이 반복됐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연휴가 끝나자마자 거리두기를 완화했고, 결국 신종 감염병을 확산시키는데 일조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정부의 이 같은 방역 대응을 보면 도대체 지난 1년 동안 무엇을 학습했는지 모르겠다”며 “머리 나쁘다고 소문난 ‘붕어’도 이보다는 잘하겠다”고 비난했다.

이번 방역 조치가 서울과 부산의 보궐선거를 앞두고 ‘정치’적 판단을 한 것 아니냐는 음모론도 제기됐다.

경기도 수원시에 거주 중인 한지희(가명) 씨는 “코로나19 사태가 1년이 지나면서 자영업자들의 불만이 극에 달한 상황이다. 일부 자영업자들은 방역 정책과 상관없이 영업을 하겠다며 정부를 압박하고 있었다. 더욱이 오는 4월 서울시와 부산시에서 보궐선거를 앞두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난 2개월 동안 강화된 방역 조치에 국민의 불만이 극에 달했고, 선거를 앞두고 국민 지지도 이끌어내야 하는 상황”이라며 “이를 위해 방역 단계를 하향 조정한 것 아닌지 의심스럽기까지 하다”고 의심의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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