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존 아날로그 임상 ‘한계’…“모니터링도 디지털 원격 플랫폼으로”
현직 임상시험 담당자(CRA)가 만든 ‘아이크로 원격임상 플랫폼’ 주목

사진=더웨이 헬스케어 임직원 (왼쪽부터 시계 방향으로 김성보 이사, 이지인 부장, 조은재 대리, 이미현 차장)
▲ 사진=더웨이 헬스케어 임직원 (왼쪽부터 시계 방향으로 김성보 이사, 이지인 부장, 조은재 대리, 이미현 차장)

신종 코로나 감염병(코로나19) 사태를 거치면서 모든 게 바뀌었다. 임상 업계도 마찬가지다. 임상시험모니터요원(CRA, Clinical Research Associate)이 과거 병원을 직접 찾아가 데이터를 검증하는 작업조차 이제는 힘들어졌다는 뜻이다. 결국 이를 보다 못한 현업 CRA들이 나섰다. 디지털 세상에 살고 있는 현시대에 유독 임상 업무만 아날로그식을 고집하는 건 더 이상 무리라는 판단에서다. 사실 코로나19가 아니었어도 누군가는 바꿨어야 할 과거 업무 방식이었다. 본지는 더웨이 헬스케어에 뭉친 현직 임상시험 종사자들을 만나 최근 변화한 임상 트렌드와 과제, 이를 극복해내기 위한 그들의 솔루션을 들어봤다.

≫ 더웨이 헬스케어에 모인 이유가 궁금하다.

(김성보 이사) 기존의 CRA 업무에 한계를 느끼고 새로운 임상 트렌드에 목말라 있었다. 그래서 모인 곳이 더웨이헬스케어다.

(이지인 부장) CRO 업무 특성상 제한적이면서도 보수적인 것에 한계를 느꼈다. RWE(Real-World Evidence, 실제임상근거)에 초점을 맞추고 빅데이터를 분석하는 것에 흥미를 느꼈다.

(이미현 차장) RWE가 최근 대세다. 향후 전도유망한 분야로 판단하고 이를 주도하겠다는 다짐이 합류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조은재 대리) 대학병원에서 IRB(임상시험 연구윤리심의)에서 간사로 일 하던 중, 성장 가능성이 높은 분야에 집중하게 됐다. 기존의 헬스케어산업의 한계를 극복하는 데 RWE 만한 게 없다고 판단했다.

≫ 아이크로 리모트·데이터·마스터 솔루션 플랫폼, 개발 계기가 궁금하다.

신약을 개발하기 위한 임상시험 과정에는 모니터링이나 품질관리 등 다양한 업무가 존재한다. 그런데 문제는 모든 것이 디지털화되는 요즘, 아직도 아날로그적인 작업들이 너무 많다는 점이다.

IT강국이라 불리는 우리나라의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다. 병원에 직접 방문해 눈으로 문서를 봐야 하는 것은 물론이고, 그 과정에서 찾게 되는 오류들에 대해서도 일일이 손이 가는 게 현실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코로나19가 터졌다. 산업을 막론한 전 분야에 언택트(비대면) 기술이 파고든 배경인 것이다.

그러나 임상시험 분야는 유독 이 비대면 문화에 뒤쳐져 있던 게 사실이다. 우리가 플랫폼 개발에 뛰어들게 된 결정적인 까닭이었다.

물론 임상시험 문서와 수집한 데이터를 검토하거나 연구자 교육하는 업무 등 전반적인 연구의 진행 관리를 하는 데 있어 현장에 직접 가서 대면업무를 하는 것이 가장 확실하다.

하지만 대면 업무가 제한을 받는 경우 디지털 원격 플랫폼을 활용할 수 있다면, 인하우스에서 원격으로 모니터링, 과제관리 및 연구자 미팅 등을 진행할 수 있게 되는 만큼, 불필요한 지출과 시간을 절감할 수 있다. 이렇게 비대면으로도 임상관리 업무를 지속할 수 있는 만큼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대안으로 고려해 볼 수 있다.

≫ 비대면 임상 플랫폼을 사용해야 하는 이유를 설명해 달라.

하나의 임상 프로젝트에서 CRA가 병원을 방문해야 하는 횟수는 약 30~40번 정도다. 실제론 이보다 더 많을 수도 있다.

이렇게 직접 병원을 방문하는 과정에서 다양한 비용이 발생한다. 특히 지방에 있는 병원의 경우엔 더 그렇다. 이동에만 몇 시간씩 소요되는 만큼 실제 문서 모니터링 작업이 가능한 시간(09시~18시)에 맞추려면 시간적, 경제적 비용이 과도하게 드는 게 현실이다.

보통 하나의 신약을 개발하는데 소요되는 시간은 10년, 비용은 약 1조원 가량 든다고 알려져 있다. 여기에는 CRO에 대한 지출도 함께 포함돼 있다.

만약 아이크로 플랫폼이 임상업계 전반에 사용된다면 거시적인 측면에선 제약사가 비용절감 효과를 누릴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디지털 원격 임상 플랫폼의 장점은 CRO(임상시험수탁기관) 입장에서도 마찬가지다. 규모가 큰 임상시험수탁기관의 경우, 활용할 수 있는 인력이 많다. 그러나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은 CRO는 현실적으로 초대형 프로젝트를 수행하는 건 무리다. 여기서 아이크로 솔루션을 활용하면 대형 프로젝트를 수행하는데 있어 인력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제약사 입장에서도 유리한 면이 있다. 가령 내부 인력으로 직접 수행하기엔 여력이 부족하지만 그렇다고 CRO 외주를 맡기기엔 애매한 프로젝트도 있다. 이 경우 이 플랫폼을 활용하면 제약기업 자체적으로 프로젝트를 충분히 수행할 수도 있다.

임상시험을 실시하는 모든 조직들이 아이크로 R·D·M 솔루션 플랫폼의 잠재 고객이다.

≫ 원격임상 올인원 솔루션 플랫폼 ‘아이크로(iCRO) R·D·M’, 구체적으로 설명해 달라.

아이크로 플랫폼은 리모트(Remote), 데이터(Data), 아이크로 마스터(Master) 세 가지로 구성돼 있다.

이 중 아이크로 리모트가 가장 먼저 출시될 계획이다. 이미 상당 부분 개발이 완료된 상태로, 내부 테스트를 진행 중이다. 일부 수정 및 보완 작업이 끝나는 대로 올 상반기 안에 선보일 예정이다. 아이크로 데이터와 아이크로 마스터는 현재 개발 중에 있으며 이 역시 올해 안에 출시할 계획이다.

우선 모바일 기반의 AR(증강현실, Augmented Reality) 원격 솔루션인 ‘아이크로 리모트’는 비대면 시대에 대응하는 증강현실 및 원격 기술을 통해 임상시험에서의 ‘뉴노멀’을 구축할 플랫폼으로 기대된다. 주목할 점은 아이크로 리모트에 적용된 AR 드로잉 기술이다. 이를 통해 임상시험을 수행하는 병원이 검토가 필요한 문서나 컴퓨터 화면을 스마트폰으로 비추어 주면, 해당 화면은 실시간으로 CRA와 공유돼 양방향 모니터링 업무를 가능하게 한다. 일일이 현장을 방문해야 했던 과거와 달리, 임상 모니터링 업무를 원격지원 솔루션을 통해 비대면화 시킨 획기적인 기술이다.

 

▲ 사진=증강현실(AR) 드로잉 기술이 적용된 아이크로 리모트
▲ 사진=증강현실(AR) 드로잉 기술이 적용된 아이크로 리모트

임상 데이터 솔루션인 ‘아이크로 데이터’는 전자계약체결에서부터 전자동의서, 아이크로 EDC(Electronic Data Capture), 통계 분석, 결과 보고서까지 다양한 임상시험 데이터들을 블록체인 기술로 안전하게 묶을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한다.

마지막으로 클라우드 기반의 문서관리 솔루션 ‘아이크로 마스터’는 임상연구에서 발생하는 수많은 문서를 전자화하고 이를 관리하는 기능이 핵심이다. 각종 규정이나 서식을 올릴 수 있고 클라우드 방식이므로 버전 관리도 자동으로 이뤄진다.

특히 전자 임상시험 바인더로 eTMF(Electronic Trial Master File) 외 연구자 바인더까지 보관할 수 있는 특징을 갖고 있다. 다만, 보안 문제로 인해 연구자 바인더에 대한 접근권한은 기본적으로 연구자에게만 있으며, 필요 시 타인에게 권한을 부여할 수 있게 설정돼 있다.

≫ 포스트 코로나 시대, 아이크로 솔루션에 기대하는 역할에 대해 얘기해 달라.

물론, 이러한 플랫폼은 IT 기업들도 만들 수 있다. 그러나 관건은 ‘현장의 니즈’다. 아무리 기술적으로 우수하더라도 임상시험을 모른다면 좋은 플랫폼이라고 말하긴 어렵다. 아이크로(iCRO) R·D·M은 임상시험 현장에서 실제 근무한 당사자들이 직접 만든 플랫폼인 만큼 사용자의 니즈가 고스란히 담겨있다는 게 최고의 경쟁력이다.

이 같은 사용자 중심의 플랫폼을 통해 새로운 수익 창구를 기대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카카오톡이 사람을 모으고 나면, 실질적인 수익은 쇼핑이나 게임 등 다른 어플에서 발생한다. 마찬가지로, 본사에서는 ‘아이크로 매치’라는 헬스케어 업무 매칭 플랫폼을 먼저 런칭했다. 이 곳에 모인 사용자들이 아이크로 솔루션 플랫폼의 가치를 직접 경험한다면 그 안에서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이 자연스럽게 정착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무엇보다 아이크로(iCRO) R·D·M가 시대적 요구에 부응하는 솔루션이라는 점에서 기대하는 바가 크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걸맞는 임상시험 자원의 효율화와 최적화를 이끌어 낼 가치가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신종 감염병 시대에 살고 있는 현재, 임상시험 업계도 대면과 비대면 방식의 업무를 모두 병행할 수 밖에 없는 만큼 이 플랫폼이 가교 역할을 해 낼 것으로 내다 보고 있다.

마지막으로, 사업의 확장성에 대한 기대치도 높다. 임상시험의 경우 특수한 의료장비나 새로운 기기를 다뤄야 하는 경우가 많다. 이 때 ‘AR 드로잉’ 기술을 활용한다면 기존의 매뉴얼로 보다 생동감을 높임으로써 교육 효과를 극대화 시킬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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