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리어드 사이어스 코리아 이승우 대표 “매출 보다 완치가 먼저”
한국서 혁신약 공급 10년史…“사명감 앞으로도 변함 없을 것”

▲ 사진= 길리어드 사이어스 코리아 이승우 대표이사
▲ 사진= 길리어드 사이어스 코리아 이승우 대표이사

코로나19 사태로 전 세계의 관심을 한 몸에 받은 제약사가 있다. 항바이러스제제 ‘렘데시비르’를 만든 미국계 제약기업 길리어드 사이언스(Gilead Sciences)다. 이 회사가 국내 진출한지는 올해로 정확히 10년째다. 그동안 한국 법인을 이끌어 온 수장은 처음 그대로다. 그 만큼 출범 초기부터 지금까지 이 회사의 모든 역사를 꿰뚫고 있는 인물이라는 뜻이다. 다국적제약사출입기자모임은 길리어드 사이언스 코리아 이승우 대표이사를 만나 처음 조직 세팅에서부터 최근의 코로나19 사태가 있기까지 이 회사의 지난 10년사와 앞으로의 계획을 들어봤다.

≫ 한국 진출 당시 비교적 작은 조직으로 시작했다. 앞으로 변화할 계획이 있다면?

길리어드는 린(lean)하고 효율적인 조직을 선호한다. 청렴(Integrity), 포용(Inclusion), 팀워크(Teamwork), 책임(Accountability), 탁월(Excellence) 등의 핵심 가치 안에서 리더십을 통해 앞서 나가는 인재상을 가지고 있다. 70명의 적은 인원으로 작년에는 2,500억원이 넘는 매출을 달성했다. 이는 길리어드 직원 하나하나의 전문성과 열정이 뒷받침됐던 성과다.

작년 코로나19 상황에서도 렘데시비르를 빠른 시간 안에 공급할 수 있었던 것도 작지만 효율적인 조직이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의사결정이 빠르고, 유연성 있게 움직일 수 있는 장점을 가진 조직이기 때문이다.

앞으로 제품이 늘어나면 필요한 인원이 보강될 수 있겠지만, 효율적인 조직은 계속 유지한다는 게 본사 방침이다. 특정 부서나 보직의 신설은 앞으로도 많은 고민을 통해 꼭 필요한 부분에 대해서만 확대해 나갈 생각이다.

≫ 렘데시비르, 코로나19 화제의 중심이다. 현재 상황에 대해 말해달라.

작년은 항바이러스 전문기업으로서 막중한 책임감과 사명감을 느낀 해였다. 지난해 1월 ‘우한 바이러스’ 소식을 접하자 마자 본사의 리서치 후보물질(Asset Library)에 있던 렘데시비르의 임상을 시작했다. 모든 위험부담을 감수하면서 빠른 시간 안에 개발하고, 생산을 확대하는 작업을 병행했다. 에볼라 바이러스에 대한 연구를 통해 어느 정도 효과가 확인된 바 있고, 30년 넘는 항바이러스 전문기업으로서 가진 확신도 있었다. 이에 렘데시비르 임상을 통해 근거를 도출하고, 파트너사와 함께 생산 확대를 위해 노력했다. 한국 연구자들도 다양한 임상에 참여함으로써 의미 있는 연구 결과 도출에 기여했다. 그 결과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렘데시비르는 2월 11일 기준 119개 병원에서 4,313명의 환자를 치료하는 데 쓰였다.

작년 10월부터 상황이 많이 나아지긴 했지만, 아직 전세계적으로 백신 공급이 원활하지 않기 때문에 여전히 치료제가 중요하다. 팬데믹이 계속되는 만큼 정부와 최대한 협력할 계획이다.

아울러 회사는 앞으로 흡입형태의 약물도 외래 환자에서 쓸 수 있도록 하기 위해 경증이나 중등증 환자를 대상으로 임상을 진행하고 있다. 자세한 결과는 올해 후반이나 내년 정도에 받아 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 코로나19 치료제의 탄생 과정에 대해 소개해 달라.

코로나19는 환자의 규모와 무관하게 임상 자체가 어려운 질환이다. 특히 전 세계가 공중보건 위기 상황이었던 만큼 정식으로 임상을 진행하는 데 어려움이 많았다. 우리나라에서는 서울대병원이 미국국립보건원(NIH) 임상에 포함됐다. 길리어드가 주도했던 연구에는 국립의료원과 서울대병원, 경북대병원이 참여했다. 이렇게 도출된 데이터를 통해 렘데시비르가 최초의 코로나19 치료제가 될 수 있었다. 특히 한국 연구진의 노력이 미국이나 유럽 등에서 렘데시비르가 신약으로 허가 등재되는 데 기여한 것은 의미가 크다.

초창기만 해도 렘데시비르는 한국을 비롯한 많은 나라에 무상으로 공급됐다. 상용화 과정에서 무엇보다 속도가 중요했기 때문이다. 지금도 한국을 포함한 선진국에서는 가장 합리적인 수준에서 동일한 가격으로 공급 중이다. WHO가 팬데믹으로 지정한 기간 동안에는 인도 등 개발도상국, 저소득 국가 129개국에는 라이선스비도 받지 않으며 저렴한 가격으로 공급하는 두 가지 가격 정책에 따라 공급해 오고 있다.

≫ 항바이러스 전문기업으로서 향후 추가 모델에 대한 계획도 있는지?

길리어드의 비전은 ‘모두를 위해 건강하고 보다 나은 세상을 만든다’이다. 미션은 ‘치명적인 질환의 극복을 위한 혁신적인 치료제를 연구, 개발, 공급한다’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봤을 때, 소발디, 하보니와 같은 완치치료제를 통해 C형간염이라는 질병을 퇴치하는 것 자체는 매출이 줄어드는 것과 상관없이 우리의 비전과 미션에 부합하는 방향이다.

비리어드의 경우 B형 간염 환자의 삶의 질을 높이고, 예후를 개선했지만 아직 완치에 이르진 못한 만큼 기대치를 만족시킨다는 목표로 여전히 임상을 진행 중이다. 특히 B형 간염의 경우, 평생 약을 먹어야 하는 만큼 안전성을 개선한 ‘베믈리디’를 출시하기도 했다. 다만 아직까진 교체투여가 원활히 되고 있지 않아 정부, 의학계와 함께 환자들이 오랫동안 치료제를 복용할 수 있는 방법을 확보하려고 노력 중이다.

HIV도 좋은 치료제가 있지만, 아직 C형 간염처럼 완치할 수는 없다. 때문에 회사는 더 나은 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연구에 많은 투자를 이어가고 있는 상황이다.

항암 분야에서도 다양한 M&A를 통해 R&D를 진행하고 있다. 이 가운데 세포 치료제 전문 기업인 카이트파마를 통해 확보한 ‘예스카타’는 우수한 치료 성과를 보여주고 있다. 현재 이 치료제는 한국 도입을 검토 중이다. 또 이뮤노메딕스 인수를 통해 얻은 유방암 치료제 ‘트로델비’도 획기적인 치료제이며, 작년에 포티세븐을 통해 확보한 마그롤리맙(magrolimab)은 혈액암 분야에서 높은 가능성을 지니고 있는 약물로 평가받고 있다.

이 외에도 회사는 염증치료제나 NASH 등 다양한 분야에서 지속적으로 연구 개발에 힘쓰고 있다.

≫ 길리어드 10주년 소회와 비전에 대해 말해달라.

지난 10년을 돌이켜 보면, 가장 보람됐던 건 B형 간염 치료제의 내성 이슈 당시 시의적절하게 ‘비리어드’를 출시함으로써 이 약을 필요로 하던 환자들과 의료진에게 보탬이 됐다는 점이다.

이와 함께 다나의원 사건으로 인해 온 사회가 C형 간염 패닉에 있을 때, 적시에 소발디와 하보니를 출시한 것도 기억에 남는다.

또한 10년 전만 하더라도 HIV는 죽음의 질병, 불치병으로 여겨졌는데 지금은 비환자와 비슷한 수명을 가지게 됐다. 작년 상황에서 렘데시비르도 같은 맥락으로 보여진다.

전문경영인으로서 혁신적인 치료제를 통해 우리 사회에, 나라를 위해 기여할 수 있다는 점이 가장 보람 있고 좋았던 점이다.

다만, 아직까지 우리 사회는 성소수자나 HIV 환자들에 대한 편견이 많은 상황이다. 이에 대해 회사가 좀 더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싶다. 한국에 있는 여러 성소수자와 HIV 환자, 약자에 대한 편견을 없애는 데 기여하고 싶은 것이 바람이자 아쉬움이다.

길리어드는 비전과 미션에 따라 국민들이 더욱 건강할 수 있도록 혁신적인 치료제를 통해 기여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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