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여곳 CEO 임기 만료, 재선임‘이목’…대표 교체 5곳 불과
19일 시작, 26일 11곳 ‘슈퍼주총데이’…대다수 대면 개최

▲ 게티이미지뱅크 사진 제공
▲ 게티이미지뱅크 사진 제공

지난 한 해를 결산하는 정기 주주총회 시즌이 돌아왔다. 제약업계는 코로나19 사태 장기화에도 불구하고 대면을 원칙으로 총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지난해 코로나19 대유행 상황에서도 예정대로 총회를 개최했던 경험이 있는 만큼 비대면 보다 대면을 선호한 것이다. 다만,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참석이 어려운 주주들을 위해 전자투표와 전자위임장을 적극 활용하겠다는 계획이다. 특히, 이번 주총에서는 대표이사 선임 여부 등이 관전 포인트로 떠오를 전망이다.

8일, 메디코파마는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등을 통해 주요 상장제약사 30곳의 주총 일정을 분석했다.

우선, 3월 19일 대원제약·동국제약·부광약품·삼일제약·영진약품·유한양행·휴온스·환인제약을 시작으로, 23일 삼천당제약·알리코제약·제일약품, 24일 동아에스티, 25일 국제약품·GC녹십자·동화약품·안국약품, 26일 경남제약·광동제약·보령제약·삼진제약·셀트리온·셀트리온제약·일동제약·JW중외제약·종근당·한독·휴젤, 29일 경동제약, 30일 하나제약·한국파마가 주총을 연다.

자료 출처 :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각사 보고서(국내 주요 상장제약사 30곳)
▲ 자료 출처 :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각사 보고서(국내 주요 상장제약사 30곳)

제약업계는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대면 주주총회를 개최한다는 방침이다. 대신 전자투표와 전자위임장을 함께 활용하고, 주총 장소에 열 감지 카메라나 손소독제, 마스크를 비치하는 등 정부 방역지침도 준수한다는 계획이다.

이는 코로나19 유행이 장기화되면서 온라인 주주총회를 개최하는 삼성전자를 필두로 한 재계와 비교했을 때 반대되는 행보인 셈이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코로나19 대유행인 상황에서도 주주총회를 진행한 경험이 있기 때문에 업계에서도 굳이 새로운 시스템 도입을 고려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며 “더욱이 주주들 역시 비대면 보다는 대면 소통을 선호하면서 이 같은 경향이 더 두드러지게 나타난 것”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이번 주총에서는 임기가 만료된 주요 제약사 최고 경영자(CEO)들의 재선임 여부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이정희 유한양행 사장, 김영주 종근당 사장, 윤재춘·전승호 대웅제약 사장, 엄대식 동아에스티 회장, 이정치 일동홀딩스 회장, 한성권 JW홀딩스 사장, 서정진 셀트리온 회장 등 제약사 50여 곳의 대표 임기가 만료된다.

이 중 사령탑이 교체되는 제약사는 5곳에 불과하다. 대다수의 제약사들이 최근의 어수선한 시국을 감안했을 때 변화 보다는 안정적인 경영체제를 선택한 것이다.

유한양행과 셀트리온은 일찌감치 차기 사령탑을 내정했다.

유한양행은 이달 20일 임기가 만료되는 이정희 대표 후임으로 조욱제 부사장을 점찍었다. 지난해 7월 조욱제 부사장을 총괄 부사장으로 임명하면서 사실상 차기 사령탑으로 예고한데 이어, 지난달 24일에는 정기 주총에서 조욱제 부사장의 사내이사 재선임 안건을 상정한다고 공시했다.

셀트리온도 서정진 회장이 지난해 말 경영 일선에서 물러난 이후 기우성 셀트리온그룹 부회장과 김형기 셀트리온헬스케어 대표 체제로 전환했다.

일동홀딩스 역시 대표이사가 교체될 예정이다. 이정치 회장이 세대교체 등을 위해 용퇴를 결정하면서 이번 주총에 이 회장의 재선임 안건이 상정되지 않은 것이다.

이에 따라 윤웅섭 일동제약 대표이사 사장이 일동홀딩스의 대표이사를 겸직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창업주 故 윤용구 회장의 손자이자 윤원영 회장의 장남인 윤웅섭 일동제약 사장의 그룹 내 입지가 확실하게 다져진 시점에서 이번 주총에 일동홀딩스 사내이사 재선임 안건이 올라왔기 때문이다. 윤웅섭 사장이 사내이사로 재선임 되면 대표이사직에도 오를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동아에스티는 공동대표 체제로 전환될 가능성이 높게 점쳐지고 있다.

회사는 오는 3월 24일 개최되는 주총에서 사내이사로 엄대식 회장을 재선임하고, 한종현 사장을 신규 선임하기로 이사회에서 의결했다고 공시했다.

지난 2018년 1월 영입된 엄대식 동아에스티 대표이사 회장은 한 때 흔들렸던 그룹을 안정시키고 전문의약품 매출 성장과 신약 물질 기술 수출 등으로 실적 개선을 이뤄낸 인물로 평가받고 있다. 그동안 엄 회장이 무난하게 조직을 이끌었다는 점에서 연임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한종현 사장은 지난 2월 1일자로 단행된 임원인사에서 동아쏘시오홀딩스 대표이사 사장에서 동아에스티 사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이에 따라 한 대표는 해외사업부와 의료기기진단사업부를 총괄하며, 동아쏘시오홀딩스의 비상장 계열사인 참메드 사장도 겸직하고 있다.

현재 한 사장의 동아쏘시오홀딩스 대표이사 임기가 2년 가량 남은 데다 의료기기 사업에 힘을 실어주기 위해 공동 대표이사로 선임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 업계의 분석이다.

코오롱생명과학의 이우석 사장은 교체될 확률이 높다. 이 회사는 지난 2월 8일 주주총회 소집 결의를 공시하면서 이사 및 감사 후보는 현재 미확정 상태로 추후 확정시 재공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우석 사장은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원료 세포가 뒤바뀌어 허가가 취소된 골관절염 유전자 치료제 ‘인보사 사태’로 현재 검찰 조사를 받고 있다. 최종 판결이 나오지 않은 불확실한 상황에서 이 사장이 계속 조직을 이끌기는 무리라는 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더욱이 지난 2월 19일 인보사 성분조작과 관련해 코오롱생명과학 임원들에 대한 무죄 판결이 나왔음에도 불구하고 20일 가까이 후보 확정 공시가 이뤄지지 않으면서 이 같은 분석에 힘이 실리고 있다.

이처럼 대다수 제약기업이 코로나19로 불거진 어수선한 시국을 감안해 변화 보다는 안정적인 경영체제를 유지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제약업계 관계자는 “제약바이오산업 특성상 신약 개발을 위해서는 장기적인 연구개발 투자가 요구된다. 경영진들이 장기간 연임할 수 있는 배경인 이유다”면서 “특히 전례 없는 감염병 사태의 장기화로 다들 힘든 상황이다. 경영진 교체 보다는 안정을 꾀해야 할 때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대응하기 위해서라도 플랜 B 보다는 기존의 경영체제를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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