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J 간판 ‘레미케이드’ 추락…셀트리온·삼바 공세에 ‘속수무책’
화이자, 바이오시밀러에 ‘울고 웃고’…오리지널과 ‘맞바꾼’ 운명
애브비 먹여살린 휴미라…향후 美시장 점유율 ‘성공키’ 쥘 듯

▲ 게티이미지뱅크 사진 제공
▲ 게티이미지뱅크 사진 제공

글로벌 빅파마들이 바이오시밀러의 공세 앞에서 힘을 못썼다. 한 때 전 세계 의약품시장을 장악했던 오리지널 의약품들이 바이오시밀러의 시장 침투에 더이상 후퇴할 곳을 찾기 힘들어진 것이다. 특히 글로벌 시장에서 매출 상위권을 점령했던 류마티스 관절염 치료제들의 매출 감소가 연이어 수치로 증명됐다. 본지는 2020년 성적표를 받아든 글로벌 주요 제약사들의 실적을 해부하고 매출 감소 원인을 심층분석 했다.

먼저, 지난해 존슨앤존슨의 매출은 전년대비 0.6% 성장한 89조8,500억원(825억8,400만달러)을 기록했다. 전 세계를 강타한 코로나19 상황에서도 나름 괜찮은 성적표를 받아 들었다는 평가다. 다만, 영업이익은 전년보다 1조7,800억원 줄어든 21조6,700억원에 만족해야 했다.

이 회사의 4분기 실적만 따로 떼어내서 보면, 당초 시장의 예상치(23조5,800억원)를 웃돌면서 올해 재성장 가능성을 어느정도 보여줬다는 분석이다. 이 기간 존슨앤존슨의 매출은 24조4,500억원(224억7,500만달러)으로 전년보다 8.3% 성장했다.

존슨앤존슨의 4분기 실적 성장에는 제약사업부의 공이 컸다. 실제로 처방의약품(ETC) 부문을 담당하는 해당 사업부문의 매출은 122억6,800만달러(13조3,476억원)로, 약 16.3% 성장했다. 연간으로 보면, 455억7,200만달러(49조5,823억원) 규모로 전년대비 8% 성장한 결과다.

이 같은 ETC 부문의 성장에는 이 회사의 효자 품목인 다발골수종치료제 ‘다잘렉스’의 판매고 증가가 한 몫 거들었다. 이 약은 작년 한 해에만 40%에 육박하는 성장률을 보여주면서 시장에서 41억9,000만달러(4조5,587억원)가 팔려 나갔다. 4분기로만 한정해서 보면 다잘렉스는 12억5,300만달러(전년대비 50.9%↑)에 달하는 판매고를 올렸다.

이 외에도 혈액암치료제 ‘임브루비카’(연매출 41억2,800만달러, 21%↑) 크론병치료제 ‘스텔라라’(77억700만달러, 21.1%↑)가 매출 성장에 기여했다.

문제는 레미케이드였다. 바이오시밀러와 같은 시장을 두고 경쟁 중인 이 약은 작년에만 매출이 15% 가까이 빠졌다. 레미케이드가 지난해 올린 판매고는 37억4,700만달러(4조2,191억원)였다. 미국 매출만 보면 25억8백만달러로 전년보다 18.5% 감소했다.

지난 2019년 레미케이드의 매출은 43억8,000만달러, 우리돈 약 5조여원이었다. 이 가운데 미국 시장에서만 30억7,900만달러를 기록했다. 이 약의 국가별 매출 비중도 당시 70.3%에서 지난해 66.9%로 쪼그라들었다.

현재 미국 레미케이드 시장에서 침투 속도를 높이고 있는 곳은 셀트리온과 삼성바이오에피스다. 셀트리온은 화이자와 손잡고 '인플렉트라'를, 삼성바이오에피스는 머크를 통해 '렌플렉시스'를 판매 중이다. 이 외에도 암젠이 '애브솔라'를 안고 시장에 뛰어 들면서, 인플랙시맙 성분의 바이오시밀러 3종이 경쟁 중인 상황이다.

이 중 셀트리온의 인플렉트라 美 시장점유율은 지난해 말 11.8%까지 치고 올라왔다. 이 약은 4분기에만 9,700만달러(1,055억원)의 판매고를 올리면서 전년 보다 7% 성장했다. 앞서 3분기 인플렉트라의 미국 내 점유율은 11.3%(매출 8,800만달러)였다.

 

≫ 바이오시밀러에 ‘울고 웃은’ 화이자…오리지널과 ‘뒤바뀐’ 운명

화이자는 지난해 코로나19 사태로 출혈이 가장 컸던 제약사 중 한 곳이었다.

2019년 56조3,000억원(517억5,000만달러)에 달하던 이 회사의 외형은 지난해 45조6,000억원(479억9,400만달러)으로 19% 급감했다. 특허만료 의약품사업부인 업존을 별도로 분리하면서 10조원 이상의 외형이 증발한 것도 주요인으로 작용했다.

같은 기간 15조원을 웃돌던 이 회사의 영업이익도 2020년 들어 9조5천억원으로 내려 앉았다.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전면적인 업무 중단과 의사 방문 감소, 중국 현지에서 특정 제품에 대한 수요 이탈이 실적 부진의 원인으로 꼽히고 있다.

다만, 올해 화이자에 거는 기대가 크다. 최근 주요 선진국에서 잇따라 승인된 이 회사의 코로나19 백신이 올해만 150억달러(16조3,200억원)에 달하는 매출을 낼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화이자는 작년 12월, 코로나19 백신 ‘BNT162b2’를 긴급 사용 허가받고 4분기에만 1억5,400만달러(1,675억원)의 판매고를 기록했다.

회사는 항암제 부문에서도 지난해 21% 성장하면서 108억6,700만달러(11조8,233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이 가운데 대표 품목인 유방암 치료제 ‘입랜스’가 전년대비 9% 성장한 53억9,200만달러(5조8,665억원)의 판매고를 올리면서 항암제 전체 매출의 절반 가까이를 차지했다.

희귀의약품 부문에서도 트랜스티레틴 매개 아밀로이드성 심근병증 치료제 ‘빈다켈/빈다맥스’의 매출이 12억8,800만달러(1조4,013억원)로 172%의 급성장을 이뤄냈다.

폐렴구균 백신 ‘프리베나13’은 이 회사에서 가장 많이 팔린 제품에 이름을 올렸다. 이 약의 지난해 매출은 58억5,000만달러(6조3,648억원)로 전년대비 1% 성장한 것으로 나타났다.

화이자의 지난해 성적표 역시 바이오시밀러를 빼놓곤 설명이 불가능했다. 다만, 아이러니 한 점은 이 회사가 작년에 바이오시밀러 때문에 울고 웃는 두 상황을 모두 연출했다는 점이다.

일단 화이자의 바이오시밀러 매출은 지난해 5억2,500만달러(5,712억원)로, 전년 보다 86% 성장했다.

여기에는 셀트리온으로부터 도입한 레미케이드의 바이오시밀러 ‘인플렉트라’를 포함해, 자체 개발한 에포젠의 바이오시밀러 ‘레타그리트’, ‘룩시엔스’(오리지널 맙테라), ‘자이라베브’(아바스틴), ‘트라지메라’(허셉틴) 등의 판매고가 급증하면서 실적 성장의 견인차 역할을 해냈다.

문제는 이 회사가 유럽과 아시아, 중남미 지역에서 시판하고 있는 류마티스 관절염 치료의 오리지널 약인 ‘엔브렐’의 경우, 반대로 바이오시밀러의 공격 앞에 속수무책이었다는 점이다.

이 품목은 유럽시장에서 바이오시밀러와 경쟁에 직면하면서 지난해 13억5,000만달러(1조4,689억원) 매출로 1년 만에 판매고가 19%쪼그라 들었다(2019년 매출 16억9,900만달러).

한편, 삼성바이오에피스가 만든 엔브렐의 바이오시밀러인 ‘베네팔리’는 현재 유럽 파트너사인 바이오젠을 통해 판매되고 있다. 이 약의 지난해 매출은 4억8,380만달러(5,264억원)로 유럽 시장에서 약 40%의 시장점유율을 기록했다.

≫ 엘러간 ‘품 안은’ 애브비…휴미라 고민은 ‘현재 진행형’

애브비는 보톡스 전문기업 엘러간을 인수하면서 외형을 40% 가까이 불렸다. 이 회사가 지난해 기록한 매출은 49조500억원(450억8,400만달러), 영업이익은 17조300억원(156억5,300만달러)에 달하면서 우량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4분기 실적만 따로 떼어 봐도, 매출은 전년대비 59.2% 성장한 15조800억원(138억5,800만달러)에 달했으며, 영업이익도 4조9,200억원(45억2,000만달러)으로 30% 늘어났다.

애브비는 지난해 5월, 보툴리눔톡신제제를 만드는 미국 엘러간社를 총 630억달러(71조4,924억원)에 인수했다.

사실 앞서 2분기만 해도 보톡스의 판매고가 전년대비 43% 급감하면서 이 회사에 실적 우려가 제기된 바 있다. 하지만, 애브비는 3분기 들어 감소폭을 2.2%까지 줄여 놓으면서 3억9,300만달러(4,276억원)의 매출을 달성, 다시 안정세에 접어들었다. 특히 4분기에 진입하면서 보톡스의 판매고를 4억9,300만달러(5,364억원, 9.1%↑)로 끌어 올리며 전년과의 차이를 상당 부분 줄여놨다.

이는 연매출로 보면, 비록 전년 보다 12% 쪼그라든 수준이었지만(2019년 11억1,200만달러) 향후 코로나19 사태가 안정화될 경우 올해 성장 가능성을 열어뒀다.

애브비 역시 바이오시밀러로 인한 고민은 마찬가지다.

이 회사 전체 매출의 절반을 담당하는 류마티스관절염 치료제 ‘휴미라’는 지난해 198억3,200만달러(22조3,308억원)의 판매고를 올리면서 전년 보다 3.7% 성장했다.

다만, 휴미라 매출의 80% 이상을 차지하는 미국에서는 판매량이 늘어난 반면, 유럽 등 미국을 제외한 상당수 지역에서는 매출이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휴미라 의존도’가 높은 애브비 입장에선 향후 미국 내 실적이 회사의 명운을 결정할 주요 변수가 될 수도 있다는 얘기다.

앞서 휴미라는 지난 2019년, 유럽에서 특허만료에 따른 바이오시밀러 발매로 매출이 급감했다. 실제로 미국을 제외한 나머지 지역에서 기록한 작년 매출은 12.5%가 빠진 37억2,000만달러(4조474억원)까지 내려 앉았다.

현재 휴미라의 경쟁품목으로는 삼성바이오에피스의 ‘임랄디’를 비롯해 암젠 ‘암제비타’, 산도즈 ‘하이리모즈’, 마일란·후지필름쿄와기린의 ‘훌리오’ 등이 있다. 이 중 임랄디의 지난해 매출은 2억1,630만달러(2,353억원)로 전년대비 17.6% 성장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편, 휴미라의 대체품목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는 건선치료제 ‘스카이리치’, 류마티스관절염 치료제 ‘린버크’는 작년 15억9,000만달러(1조7,299억원)와 7억3,100만달러(7,953억원)의 판매고를 각각 올리면서 기대 이상의 성적표를 받아 들었다. 이 회사의 주력 품목 중 하나인 백혈병 치료제 ‘임브루비카’도 연매출 53억1.400만달러(5조7,816억원)를 기록하면서 전년보다 13.7%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저작권자 © 메디코파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