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파벨탄, 조건부허가 신청…피험자 전원 러시아인은 ‘변수’
한국인 데이터는 전무…식약처, “렘데시비르 허가 사례 있어”
허가 후 특허 출원 작업 본격화…"해외 진출 위한 선결조건"

▲ 게티이미지뱅크 사진 제공
▲ 게티이미지뱅크 사진 제공

종근당이 개발 중인 코로나19 치료제의 조건부허가가 통과할지 초미의 관심사다. 그동안 이 회사가 러시아 임상 과정에서 국내 규제당국과 긴밀히 협의를 진행해 왔던 것으로 알려진 만큼 시장에서는 이 약의 승인 가능성을 높게 점치는 분위기다. 특히 조건부허가가 현실화되면 해외시장 진출도 탄력을 받을 것이란 전망이다.

종근당은 지난 8일, 식품의약품안전처에 코로나19 치료제 ‘나파벨탄(성분명 나파모스타트)’의 조건부허가와 임상 3상을 신청했다. 이 회사가 해외 임상만으로 곧바로 국내 조건부허가를 신청한 만큼 시장의 관심도 집중되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조건부허가 승인을 받은 약물은 길리어드사이언스의 ‘렘데시비르’, 셀트리온 ‘렉키로나주’가 유이하다. 이들 약물도 국내 가교임상을 건너 뛰고 승인을 받았던 만큼 특별한 변수가 발생하지 않는 한 나파벨탄 역시 승인이 가능할 것이란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나파벨탄의 승인을 기대하는 데에는 나름의 이유가 있다. 이 약이 100% 외국인만을 대상으로 진행한 임상이기 때문에, 만약 조건부허가를 받는다면 한국인 없이 승인된 첫 ‘토종 코로나19 약’으로 기록될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일각에서는 지나친 낙관을 경계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나파벨탄이 국내 가교임상 없이 러시아인만을 대상으로 임상을 진행하고 국내 조건부허가를 신청했다는 이유에서다.

앞서 셀트리온 렉키로나주의 경우, 글로벌 임상 2상(참여자 327명)을 통해 조건부허가 승인을 받은 바 있는데, 루마니아, 미국, 스페인 등을 비롯해 한국도 임상 참여국에 포함됐다. 즉 국내 가교임상은 없었지만 한국인의 데이터가 심사 과정에 일부 반영이 됐다는 얘기다.

그러나, 현재 분위기는 이 약의 승인 가능성에 더 무게가 실리고 있는 모양새다. 종근당이 그간 러시아 임상을 추진하면서 식약처와 꾸준히 협의를 진행해 온 데다 이번에 임상 3상 시험계획서를 작성하는 과정에서도 규제당국과 조율을 거쳤던 것으로 전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식약처 관계자는 “항암제나 희귀의약품이 아닌데도 가교임상을 진행하지 않고 조건부허가를 신청하는 경우는 극히 이례적이다”면서도 “다만, 코로나19 치료제의 경우 전 세계적으로 팬데믹이 장기화 되고 있는 위기상황이기 때문에 예외로 볼 수 있다. 실제로 렘데시비르가 대표적인 사례인데, 나파벨탄도 이 케이스대로 조건부허가를 준비한 것이고, 그동안 신청 과정에서 협의도 거쳤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종근당이 승인 이후를 대비한 국제특허 출원 움직임이 본격화될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다. 개발 성공 이후 상업적 측면에서 의미있는 성과를 내기 위해서는 해외 시장 진출이 반드시 전제돼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다만, 일종의 적응증 역할을 하는 용도특허를 받기는 현실적으로 쉽지 않을 것이란 분석이다. 나파벨탄의 주요 성분인 ‘나파모스타트’의 물질특허가 지난 2016년(8월) 만료된 이후, 이 약이 바이러스 치료제로서의 개발 가능성이 이미 여러 논문을 통해 알려질대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따라서 국내 조건부허가 승인이 떨어지면, 회사는 이를 기반으로 한 용법·용량 국제 특허 출원을 통해 진입장벽을 쌓을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아울러, 기존 치료제의 효과를 능가할 임상 데이터까지 확보하면, 글로벌 기업과의 협업 가능성도 부각될 것이란 의견이 고개를 들고 있다. 글로벌 임상 3상에 필요한 자금 조달을 위해선 현실적으로 외부 파트너십이 반드시 필요하기 때문이다.

종근당 관계자는 “국내 조건부허가만으로 해외에서 긴급사용승인을 받는 것은 쉽지 않겠지만 특허 장벽(용법·용량 특허)을 쌓는 데는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며 “일단 식약처 승인에 집중하고, 특허 관련 행보는 그 이후에 차근차근 준비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현재 7개국에서 수행 중인 임상 2상(호주, 뉴질랜드, 인도 임상은 프로젝트 참여)도 차질 없이 잘 진행되고 있다. 우리나라와 러시아, 멕시코, 세네갈 등 4개국은 당초 계획대로 자체적인 힘으로 마무리할 계획이다”며 “다만 임상 3상을 대비한 글로벌 업체와의 파트너십 계획은 아직 구체화 된 것이 없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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