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에 기저질환까지 있는데”…접종 거부 ‘패스론’까지 등장
전문가, 도입 전부터 부작용 부각…정치 쟁점화도 불신 조장 한 몫
“이상사례 인과관계 명확히 밝혀야”…백신 안전성 등 평가 ‘시급’

▲ 게티이미지뱅크 사진 제공

아스트라제네카의 코로나19 백신에서 이상반응이 잇따르자, 시민들 사이에서 공포감이 확산되고 있다. 급기야 접종을 거부하는 움직임까지 일고 있는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이 백신이 우리나라에 들어오기 전부터 이미 부작용이 수 차례 보고된 데다, 이를 정치권에서 쟁점화시키면서 현재의 불신을 조장했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이에 지금이라도 백신 접종 후 이상사례에 대한 인과관계를 밝히고 백신의 안전성과 효능, 면역원성을 평가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코로나19 예방접종대응추진단에 따르면, 11일 0시 기준 누적 접종자는 50만명을 넘어섰다. 접종자 대비 이상반응 신고 비율은 1.37%다.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앞둔 국민들이 공포감에 휩싸인 배경이다.

일부 시민들은 접종을 거부하는 움직임까지 보이고 있다.

뇌출혈 수술 후 재활치료를 위해 요양병원에 어머니를 맡긴 지화자(가명) 씨는 “20~30대 젊은 사람들도 백신 접종 후 고열로 응급실까지 가는 상황에서 고령에 기저질환이 있는 어머니는 더하면 더했지 덜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불이익을 받더라도 백신 접종은 하지 않겠다. 접종 거부로 인해 병원에서 퇴원을 강요하면 나올 각오도 돼 있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시민들은 왜 유독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에만 불안감을 호소하는 걸까.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신종 감염병에 대한 두려움이 백신 공포감으로 이어진 것이라는 설명이다.

고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김우주 교수는 15일 본지와의 통화에서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는 불확실성이 높은 치명적인 감염 질환으로, 전 세계에서 약 1억 1,000만명이 확진됐으며 사망자만 2.2%에 달한다”며 “더욱이 코로나19 백신은 다른 백신과 달리 면역반응이 강하게 나오다 보니 부작용 발생 빈도수가 높을 수 밖에 없다. 이 때문에 국민들이 두려워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 국내 도입 전부터 해외 부작용 사례 부각…사측 대응도 ‘미숙’

불신의 이유는 또 있다. 이 백신이 국내 허가되기 전부터 이미 진위여부를 알 수 없는 부작용에 대한 소문과 효능에 대한 의구심이 일파만파 퍼졌기 때문이다.

실제로 아스트라제네카는 지난해 9월 심각한 부작용 발생으로 전 세계에서 진행하던 임상 3상 시험을 중단한 바 있다. 여기에 임상시험 규모에 대한 조건도 충족시키지 못했던 데다 용량별 차등효과에 대해서도 명쾌한 설명을 내놓지 못하면서 이 백신에 대한 의구심은 커져만 갔다.

김우주 교수는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은 임상 3상을 깔끔하게 마무리하지 못한 데다 소수의 고령자 참여, 투약 실수 등 여러 가지 이슈가 불거지면서 백신에 대한 불안감을 심어줬다”면서 “여기에 현재 미국식품의약국(FDA) 승인이 나오지 않은 상황에서 유럽 각국 또한 연령별로 차등 허가를 하면서 의구심을 불안감으로 증폭시켰다”고 설명했다.

익명을 요구한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도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은 다른 백신과 달리 지나치게 부작용이 부각된 측면이 있다”면서 “특히 정부가 백신 도입이 늦어지는 이유에 대해 설명하는 과정에서 부작용 문제를 언급했고 이 점이 국민 불신을 키운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 정치적 쟁점화에 혈안…불신 조장 ‘한 몫’

이 같은 백신 공포감 조성에 정치인들도 한 몫 거들었다는 비판 역시 제기됐다.

앞서의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는 “백신 접종이 시작되는 시점에서 정계에서는 이를 정치 쟁점화시켰다”면서 “문재인 대통령이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맞느냐는 문제를 놓고 일부 국회의원들이 ‘마루타’, ‘실험 대상’을 언급하며 백신에 대한 불신을 조장했다”고 꼬집었다.

이처럼 백신에 대한 공포감이 확산되자 전문가들은 접종 받은 의료인들이 SNS 등에 후기를 올리는 것을 자제할 것을 촉구했다.

앞서의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는 “최근 백신 접종을 받은 일부 의료인들이 SNS에 이상 반응 등을 담은 후기를 올리고 있다”며 “동료 의료인의 경우 이상 반응에 대한 후기를 의학적으로 판단할 수 있지만 이를 받아들이는 시민들에겐 오해를 불러일으킬 소지가 있다”며 “의료인 모두 SNS에 후기 하나를 올리는 것도 신중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 “백신 안전성, 전국민 관심사”…‘임상시험급’ 평가 시급

공포감에 휩쌓인 시민들의 불안감을 해소시키기 위해선 방역당국이 지금이라도 백신의 안전성과 효능 등을 평가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김우주 교수는 “백신 접종 후 나타나는 고열, 근육통, 관절통은 항체 생성에 따른 반응으로 1~2일이면 깔끔하게 낫는다”며 “문제는 사망자와 중증 의심사례, 아나필락시스 쇼크다. 방역당국은 역학조사에 나서 인과관계를 명확하게 밝혀야 하는데 개인정보보호법을 이유로 자세히 밝히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백신 접종 후 부작용 발생 문제는 전국민의 관심사로 공익 목적이 훨씬 크다”며 “개인정보를 노출하지 않는 선에서 인과관계를 명확하게 설명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추후 백신 접종 전략에 차질을 빚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김 교수는 “방역당국은 지금이라도 국민 불신을 해소시키기 위해 임상시험에 준하는 백신에 대한 안전성과 면역원성을 확인하는 작업을 시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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