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세스바이오·신풍·KPX생과·일양약품우 ‘투기세력’ 몰려
한국거래소 투자위험 리스트 10곳 중 8곳은 제약바이오

지난해 주식시장 대변혁을 이끈 제약바이오주가 위기에 처했다. 금융당국과 검찰이 불공정 주식거래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였기 때문이다. 한국거래소에서 ‘3단계 투자위험’ 경고를 맞은 곳만 20종목(3.12 기준)으로, 제약바이오 업종이 전체 조사대상에 차지하는 비중은 80%에 달한다. 최근 침체기에 들어간 제약바이오주가 앞으로 더 위축될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는 배경이다.

최근 금융위원회·금융감독원·검찰 합동으로 증권시장에 대한 ‘불공정거래 조사·심리기관 협의회’(이하 조심협)가 열렸다.

지금까지 조심협은 금융위 및 금감원 개별조사 112건을 진행 중이며 여기에 거래소 심리 17건에 대해서도 추가 조사에 들어갈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일반적으로 종목 심리는 한국거래소가 맡고 금융위와 금감원이 이를 조사해 고발하면 수사는 검찰이 진행하게 된다.

다만, 금융당국은 구체적인 조사대상을 밝히는 것에 대해선 부정적인 입장이다. 심리·조사 과정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투자자들 입장에선 어떤 종목이 수사 대상에 올랐는지 알 수 없는 만큼 혼란을 겪을 수밖에 없는 상황.

한국거래소 관계자는 “기간과 범위에 대해 조사 중인 사안이라 일절 언급할 수 없다”면서도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소위 테마주나 시세의 단기급변 및 소수계좌 거래집중 종목 등에 대해서는 금융위에 자료를 제공했다“고 설명했다.

금융위 관계자도 ”각 사례별로 케이스가 다른 만큼 제약바이오가 조사 대상에 포함됐는지 말해줄 수 없다“면서도 ”기본적으로 거래소의 시장감시 과정에서 포착된 기업에 대해 자료를 통보받아 조사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앞서의 거래소 관계자가 의미했던 것과 일치하는 대목이다.

이들 관계자의 설명대로라면, 거래소의 시장경보 발령이 많았던 종목들은 이미 금융당국으로 조사 자료가 넘어갔을 수 있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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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거래소 시장 경보 발령 종목 현황 일부 이미지(자료)
▲ 이미지=한국거래소 시장 경보 발령 종목 현황 일부 이미지(자료 출처=한국거래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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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적으로 거래소의 심리 검토는 시장감시를 원칙으로 하고 있다. 지금까지 거래소 심리를 거쳐 조사 중인 종목이 100여 건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이들 기업 대부분은 거래소 시장경보망에 걸려든 곳일 가능성이 높다는 계산이 나온다.

거래소가 시행하고 있는 시장경보 발령은 투기적이거나 불공정거래 개연성이 있는 종목 또는 주가가 비정상적으로 급등한 종목에 대해 투자자에게 환기를 시키기 위한 제도로 주의-경고-위험 단계를 거치게 된다.

문제는 지금까지의 상황을 놓고 볼 때, 가장 유력한 조사 타깃은 대부분 제약바이오 업종에서 나올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지난해 코로나19 이슈로 시세 변동이 컸던 데다 폭등한 종목도 많았던 만큼 거래소의 시장경보 대다수가 이 업종에서 나왔기 때문이다.

실제로 본지가 지난해 1월부터 올 3월12일까지 거래소가 발령한 시장경보 종목에 대해 분석한 결과, 제약바이오 종목은 경보 1단계인 ‘투자주의’와 2단계인 ‘투자경고’ 단계에서만 약 30%를 차지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 금융당국의 조사가 가장 유력시 되는 ‘투자위험’ 단계는 약 80%가 제약바이오 업종이었다.

세부적으로 보면, 거래소가 발령한 시장경보 중 ‘단순 주의’ 정도로 분류할 수 있는 투자주의 종목은 총 1,772종목(ELW 제외) 7,469건으로 집계됐는데, 이 중 10회 이상 발령은 158종목으로 이 가운데 26종목이 제약바이오 기업이었다.

여기서 엠앤씨생명과학이 22번의 투자주의를 받아 가장 많았고, 선바이오, 바이오니아, 다이노나, 에스엘에스바이오, 싸이토젠도 10회이상 발령됐던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의료진단기기 업체에 투자주의가 빈번했는데, 여기에는 대한과학(15회), 이즈미디어(13회), 큐렉소(13회), 리메드(11회), 오스테오닉(10회), 파크시스템즈(10회) 등이 10회 이상 주의를 받았던 것으로 확인됐다.

다음 단계인 ‘투자경고’ 종목에는 361종목, 505건이 지정돼 있었다. 코넥스를 제외한 제약바이오와 관련된 곳만 81종목, 132건에 달했다. 이 중 진원생명과학이 5회로 최다 경고를 받았으며, 박셀바이오, 진매트릭스, 신풍제약이 4회 경고를 맞았다.

이 외에도 유나이티드제약, 일양약품우, 수젠텍, 엘앤케이바이오, 에이비프로바이오, 자안, 휴마시스, KPX생명과학, SK케미칼우 등이 3회의 경고가 발령됐던 것으로 집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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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경보 중 최고 단계인 ‘투자위험’은 26종목에서 37회 발령됐다. 이 가운데 제약바이오만 20종목, 30회에 달했다.

투자위험을 받은 종목은 하루 동안 거래가 정지되고, 이후에도 3일 연속 상승할 경우 추가로 1일에 대한 매매 제한을 받는다. 투자자들에겐 이성적 판단을, 투기 세력에겐 경고를 날리는 셈이다. 투자위험 종목은 거래 정지가 해제돼도 다시 투자경고 종목으로 지정된다.

가장 많은 투자위험 경보 발령을 받은 종목은 코넥스 기업인 도부마스크로 4회 지정됐다. 코넥스를 제외하면 엑세스바이오가 3회로 가장 많았다.

이 외에도 녹십자홀딩스2우(2회), 멕아이씨에스(2회), 박셀바이오(2회), 신풍제약(2회), 일양약품우(2회), KPX생명과학(1회), SK케미칼우(1회), 랩지노믹스(1회), 셀젠텍(1회), 수젠텍(1회), 에이비프로바이오(1회), 유나이티드제약(1회), 유바이오로직스(1회), 이지바이오(1회), 진매트릭스(1회), 케이피엠테크(1회), 필로시스헬스케어(1회), 휴벡셀(1회) 등이 투자위험 종목군에 이름이 있었다.

앞서의 금융위 관계자는 ”올 들어 두 달간 불공정거래로 20명을 고발하는 등 41명에 대해 조치를 취했다“면서 ”현재 진행하고 있는 심리·조사 종목에 대해 절차에 따라 공정하고 엄격하게 처리할 예정이다. 앞으로도 주가의 불공정거래 등 시장질서를 교란하는 행위에 대해서는 단호하게 조사를 집행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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