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성실공시 10곳 중 1곳은 제약바이오…‘등 돌리는’ 투자자
정보 불균형·잦은 정정·지연 공시 등 혼란 주기도 ‘제각각’
불성실공시법인 ‘주홍글씨’ 낙인…주가 급락 ‘부메랑’으로

▲ 게티이미지뱅크 사진 제공
▲ 게티이미지뱅크 사진 제공

제약바이오산업을 향한 투자자들의 시선이 곱지 않다. 올해 들어서만 씨젠의 부정회계, 에이치엘비의 임상 해석 문제, 바이넥스의 의약품 불법 제조 사태가 드러나면서 헬스케어 업종 전반에 대한 신뢰도가 바닥까지 추락했기 때문이다.

이는 기업의 유일한 객관적 자료로 통하는 ‘공시’마저 불신하는 사태로까지 번지고 있다. 그렇다면 투자자들의 이 같은 의구심은 합리적인 걸까. 본지는 최근 불성실공시로 지정된 기업들의 사례를 하나하나 짚어봤다.

24일 <메디코파마> 분석 결과, 최근 1년간 한국거래소에서 ‘불성실공시법인’으로 지정된 수만 총 130건에 달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 중 제약바이오와 관련한 건수는 13건으로 집계됐다. 공시를 불성실하게 한 10개 기업 중 1곳은 제약바이오기업이었다는 뜻이다.

제약바이오 불성실공시 유형에는 공시 불이행과 공시 번복이 대다수였다. 공시 불이행은 주요 경영사항 등을 공시하지 않거나 중요 사항을 누락 또는 지연 공시한 경우다. 공시 번복은 이미 신고·공시한 내용에 대한 전면취소, 부인을 했을 때를 의미한다.

제약바이오기업 가운데 ‘최다 불성실공시’ 타이틀은 경남제약헬스케어가 가져갔다. 이 회사는 총 3회의 불성실공시기업으로 지정돼 ‘믿지 못할 기업’이라는 오명을 안게 됐다.

이 외에도 제넨바이오와 자안이 각각 2회 지정됐으며, 조아제약, 한스바이오메드, 케어젠, 일성신약, 메디톡스 등도 불성실 공시법인으로 낙인 찍혔다. 삼성제약은 한 때 불성실법인으로 예고된 바 있지만 최종 미지정으로 경감받았다.

불성실공시 법인 지정은 상장법인을 대상으로 공시의무를 성실히 이행하지 않거나 불이행하는 등 위반이 발견됐을 때 한국거래소가 기업에 일종의 패널티를 주는 제도다. 경중에 따라 불성실공시 법인으로 지정되면 벌점이 나올 수 있으며, 부과된 벌점이 10점 이상일 경우 1일간 매매가 정지된다.

불성실공시에 대한 사실 공표는 증권 시장지 지면에 ‘不’로 표시되며, 전산 시세표에는 ‘불성실공시법인’으로 올라가 사실상 ‘주홍글씨’가 남게 된다.

만약, 누계 벌점이 15점 이상일 경우, 개선계획서 제출과 관리종목도 지정이 가능한데 이후에도 1년 안에 또 15점 이상의 벌점을 받게 되면 상장폐지에 대한 심사를 받게 된다.

[사례①] ‘정보 습득의 비대칭’…한스바이오메드, 불공정 시세 관여했나

불성실공시의 대표적 사례는 한스바이오메드를 통해 볼 수 있었다. 이 회사는 지난해 11월 13일 ‘실리콘겔 인공유방’에 대한 판매중지 및 회수를 대전지방식품의약품안전청으로부터 통보받았지만 이를 3일이나 지난 16일에 공시했다. 중요한 영업정지를 지연 공시했다는 이유로 불성실공시 법인에 지정된 것이다.

문제는 공시 발표 전 한스바이오메드의 13일 주가가 하한가(30%↓)를 맞았다는 점이다. 이 회사의 주가는 이날 오전부터 급락했는데, 이는 정보 습득의 비대칭으로 인해 누군가는 이득을 취했다는 것으로 볼 수 있는 만큼, 향후 조사에 따라 불공정 시세 관여에 대한 불씨를 남겨두게 됐다.

[사례②] ‘잦은 공시 정정’…자안, 투자자 ‘혼란’ 부추겨

자안은 지난해 6월 타법인 지분(미하엘신기술조합 등) 약 300억원 규모를 인수하는 과정에서 이를 지연공시 했다. 앞서 3월에는 최대주주 변경을 수반하는 주식 담보 제공 계약체결을 늦게 공시 하면서 두 차례 불성실 공시법인으로 지정됐다.

주목할 점은 이 회사의 경우 불성실공시는 아니더라도, 잦은 공시서류 정정으로 투자자의 혼란을 야기했다는 점이다.

최근 1년간 자안은 주주총회에 첨부할 정관의 기재, 전환사채 발행에 따른 내용추가, MOU 체결, 유상증자 내용 등 수정된 것만 무려 20건에 달했다.

[사례③] 한 템포 느린 ‘지연 공시’…조아제약·일성신약 ‘경고’

조아제약은 식약처로부터 저반응성난소군 난임 여성을 대상으로 ‘작약복합추출물(CHOA_PLCR캡슐)의 제2상A 임상시험’ 계획을 지난해 3월31일 승인 받고서도, 이를 5월 24일 지연 공시했다. 이 회사가 불성실공시 법인으로 지정된 배경이다.

일성신약은 지난해 10월 29일 열린 이사회에서 경기도 의정부 내 240억원 규모의 토지 및 건물 등 유형자산을 취득하기로 결정했지만, 이 사실을 약 1주일을 넘긴 11월 5일 공시하면서 지연에 따른 불성실공시법인으로 지정됐다.

[사례④] ‘공시 번복’에 투자자 혼란…메디톡스, 증자 결정 철회

메디톡스는 유무상증자 결정(주주배정 후 실권주 일반공모) 철회에 따른 공시 번복으로 불성실공시 법인이 됐다.

이 회사가 당초 신규발행 할 유상증자 주식수는 97만1,763주, 유상증자액은 1,666억원, 무상증자 주식수는 130만2,095주였는데, 사측은 투자자 보호를 위해 철회를 결정했다고 밝힌 바 있다.

[사례⑤] ‘공시 불이행에 번복까지’…경남제약헬스·제넨바이오 신뢰도 ‘추락’

경남제약헬스케어는 지난해 4월부터 현재까지 거래정지 관리종목으로 지정된 상태다. 지난해에만 공시 불이행으로 2건, 올해 공급계약 해지에 대한 공시 번복으로 1건이 지정되면서 공시책임자를 교체당하는 수모도 겪었다.

문제는 이 회사의 누계 벌점이 15점 이상에 해당돼 상장폐지 심사를 받고 있는 데다, 최근에는 횡령 혐의까지 더해지면서 상장폐지 실질심사 사유가 추가됐다는 점이다.

경남제약헬스케어는 지난해 감사인이 상반기 검토보고서를 통해 이 회사의 우발부채를 확인할 수 없다며 의견거절을 낸 바 있다.

제넨바이오는 2년 연속 공시 번복을 범했다. 이 회사는 작년 종속회사의 토지 양수결정(130억원 규모)과 올 유상 증자결정(주주배정 후 실권주 일반공모) 철회에 따른 공시 번복으로 불성실공시법인에 지정됐다.

한편, 최근 한국거래소가 선정한 ‘2020년도 유가증권시장 공시 우수법인’에 제약바이오에서는 유일하게 유한양행이 이름을 올렸다.

제약바이오업계에 정통한 증권가 전문가는 “불성실공시 기업으로 지정되면 기업의 신뢰도가 추락하고 주가에도 악영향을 주기 때문에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면서 “제약바이오기업은 약이나 의료기기를 만들어내는 산업 특성상 신뢰도가 생명인 만큼, 투명한 공시가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최근 코스닥 일부 기업의 경우, 고의성은 없지만 전문인력 부족에 따른 관리 소홀로 불성실 공시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며 “기업별 공시 역량 강화도 함께 요구된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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