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장 제약사 30곳, 여성 고용률 30% 불과…‘유리천장의 씨앗’
여직원 연봉 남比 70% 수준, 2700만원 차…‘같은 일 다른 월급’

▲ 게티이미지뱅크 사진 제공

남성을 선호하는 영업 조직을 중심으로 성장한 제약사의 여성 고용률이 여전히 평균을 밑도는 것으로 나타났다. 제약기업의 여성 고용률이 30%대에 머무르고 있는 것이다. 국내 제약업계가 겉으로는 글로벌화를 외치고 있지만 안으로는 전근대적인 사회에 머무르고 있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는 이유다.

25일 메디코파마는 상장 제약사 30곳이 금융감독원에 제출한 지난해 사업보고서를 통해 직원의 성별 고용비율과 임금을 분석한 결과, 30개 기업의 여성 고용률은 평균 31%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기업 가운데 차바이오텍만 유일하게 남성 보다 여성 채용률이 많았으며, 40% 이상인 기업은 5곳에 불과했다.

지난해 통계청이 발표한 ‘2020 통계로 보는 여성의 삶’을 살펴보면 2019년 여성 고용률(15세 이상 인구 중 여성취업자가 차지하는 비율)은 51.6%로, 10년 전인 지난 2009년(47.8%)보다 3.8% 더 오른 것으로 조사됐다. 남성 고용률은 70.7%로 10년 전 대비 0.5% 상승했다.

이처럼 여성 고용률이 지속적으로 상승하면서 남녀 고용률 차이는 지난 2009년 22.4%에서 지난해 19.1%로 격차가 감소했다.

≫ 주요 상장 제약사, 여성 고용률 30% 수준…전 산업 평균치 밑돌아

국내 제약기업들의 여성 고용률은 여전히 시대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었다. 30개 기업의 여성 고용률은 평균 31% 수준으로 평균치를 한참 밑도는 수준이었다. 이는 남성 고용률의 절반에 불과한 규모다.

여성 고용 비율이 가장 낮은 기업은 광동제약이었다. 이 회사는 1,021명의 임직원 가운데 여성이 191명(19%)이었다. 30개 제약사 가운데 여성 고용 비율이 20%에 미치지 못하는 회사는 광동제약이 유일했다.

이 외에도 한미약품(29%), 삼진제약(29%), 영진약품(27%), 일양약품(20%) 등이 여성 고용 비율이 낮은 대표적인 곳들이었다.

여성 고용 비율이 가장 높은 곳은 차바이오텍이었다. 이 회사는 전체 직원 226명 중 여성 직원이 128명으로 57%를 차지하며 그나마 제약업계의 체면을 세웠다.

이어 셀트리온헬스케어(50%), SK바이오팜(47%), 한독(43%), 씨젠(42%), 셀트리온(41%) 등도 여성 고용 비율이 40%대로 제약업계의 여성 고용률 평균을 상승시켰다.

업계 평균 고용률인 30%대를 유지한 제약기업은 11곳에 달했다. 종근당(30%), 국제약품(30%), 보령제약(30%), 유나이티드제약(30%), 대원제약(30%), 콜마비앤에이치(31%), 일동제약(34%), 동국제약(36%), 휴온스(37%), 부광약품(38%), 삼성바이오로직스(39%) 등이었다.

≫ 여직원 연봉, 남직원 평균 70% 수준…남성, 여성比 2,700만원 더 받아

남녀 고용 차별은 임금 격차로도 이어졌다.

우선 30곳 대형 제약사의 남녀 간 평균 연봉은 남직원 8,200만원, 여직원 평균 5,600만원이었다. 남성이 여성보다 평균 2,700만원을 더 받아간 것이다. 여직원의 연봉은 남직원의 평균 70% 정도 수준에 불과한 셈이다. 조사대상 기업 중 여성이 연봉을 더 많이 받는 곳은 단 한 군데도 없었다.

남녀 간 연봉 격차가 가장 큰 곳은 셀트리온헬스케어로 그 차이는 2억 3,400만원에 달했다. 셀트리온헬스케어의 여직원 평균 연봉은 30개 기업 중 9,600만원으로 1위였지만, 남직원의 평균 연봉이 3억 2,900만원으로 월등히 높아 격차가 더 벌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이어 ▲씨젠 4,800만원 ▲일양약품 3,300만원 ▲동국제약 3,200만원 ▲삼진제약 2,900만원, ▲대원제약 2600만원 등이 연봉 격차가 크게 났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남녀 간 급여 차이의 균형을 맞추려 노력한 제약사도 있었다.

연봉 차이가 1,000만원 미만인 제약사는 ▲SK바이오팜 500만원 ▲콜마비앤에이치 500만원 ▲GC녹십자 800만원 ▲셀트리온 800만원 ▲차바이오텍 900만원 등 총 5곳이었다. 이 외에도 ▲제일약품 1,300만원 ▲동화약품 1,400만원 ▲삼성바이오로직스 1,400만원 순으로 남녀 간 연봉 차이가 작았다.

제약업계는 이 같은 성별 고용 격차 문제에 대해 단순한 성차별에서 기인한 것은 아니라는 설명이다. 남성 중심의 영업 조직 문화가 그 이유라는 지적인 것.

익명을 요구한 제약업계 관계자는 “제약기업은 영업직원이 인력의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데 여성 보다는 남성이 많은 게 사실이다”라며 “여성은 출산과 육아 문제로 인한 경력단절 때문에 업무의 연속성이 어렵다보니 지원자가 현저히 적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반대로 관리직이나 생산직은 남성 보다 여성 비율이 더 높고, 젊은 여성이 더 많은 편이다”라며 “직무에 따라 남녀 비율이 달라졌을 뿐 성 차별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연봉 격차가 나타나는 것에 대해선 직무에 따른 차이라고 설명했다.

앞서의 관계자는 “결과만 놓고 보면 남녀 연봉 차이가 심하게 보이지만 실상을 따져봐야 한다”며 “통상적으로 영업직원들은 기본급에 활동비, 성과급까지 지급되면서 관리직과 생산직 보다는 연봉이 월등히 높다. 같은 남직원이라도 영업직과 비영업직의 연봉 차이도 확연하다. 결국 남녀 차이 보다는 직무와 직급에 따른 차이로 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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