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닝포인트 선언…“엔지켐생명과학 전략적 투자 고민 중”
성공 사례 찾기 힘든 바이오…신뢰·협력체계 구축 ‘핵심키’
‘윈윈 판 깔기’ 현실화 관건…“조인트벤처 설립 이상적 모델”

▲ 게티이미지뱅크 사진 제공

롯데그룹의 바이오 사업 진출 소문이 업계에 돌자 벌써부터 회의론이 나오고 있다. 최근 신성장동력 발굴을 위해 이종(異種) 기업 간 파트너십이 늘고 있지만 아직까지 이렇다 할 성과가 나오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바이오 분야를 신사업으로 키우기 위해서는 단순 투자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롯데지주는 최근 열린 제54기 정기주주총회에서 그룹의 모든 역량을 결집해 새롭게 재도약하는 터닝포인트를 만들어 내겠다고 선언했다. 시너지 창출 여부를 점검해 신규 사업 진출을 적극 모색하겠다는 것.

현재 가장 주목받고 있는 것은 단연 바이오 사업 진출 여부다. 롯데지주 측이 공식 입장을 내놓지는 않았지만 신약개발 및 위탁생산(CMO) 업체인 엔지켐생명과학의 지분인수나 조인트벤처(JV) 설립 등의 방식으로 전략적 투자를 검토하고 있다는 얘기가 돌고 있어서다.

시장의 반응은 일단 긍정적이다. 막강한 자금력을 갖춘 롯데그룹과 바이오 사업 역량을 보유한 엔지켐생명과학이 손을 잡을 경우 시너지 효과가 클 것이란 이유에서다.

그러나 지나친 기대는 금물이라는 목소리도 만만찮다. 바이오 분야 특성상 실질적인 성과물을 내기 위해서는 막대한 비용과 시간이 투입돼야 하는데 협업의 이해 당사자들이 모두 만족할 수 있는 판을 꾸리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특히 바이오 영역을 신사업으로 키우려는 기업 입장에서는 전략적 투자를 결정하는 데 있어 신중을 기할 수밖에 없을 것이란 게 중론이다. 단순 지분 투자 방식으로는 사업의 주도권을 쥘 수 없는 만큼 신성장동력으로 키우는 데 사실상 한계가 있고, 조인트벤처 또한 성공 사례를 찾아보기가 쉽지 않아서다.

실제로 부광약품과 손잡고 바이오 사업에 뛰어들면서 시장의 주목을 받았던 에너지·화학전문기업 OCI는 3년이 지난 지금도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양사는 유망 국내·외 바이오벤처 발굴 등에 투자하겠다는 목표로 2018년 50대50 합작회사 ‘비앤바이오’를 설립하고, 5년간 매해 100억원을 투입하겠다는 목표를 세운 바 있다. 여기에 OCI는 당시 부광약품의 자사주 151만주를 전량 사들이며 파트너십을 다졌다.

그러나 비앤바이오는 2019년 6월 이스라엘 바이오벤처 ‘뉴클레익스(Nucleix)’에 12억4,000만원을 투자한 것 외에는 아직 별다른 활동 내역이 없는 상황이다. 조인트벤처를 설립하고 지분 투자를 하더라도 사업이 추진 동력을 얻기가 쉽지 않다는 것을 간접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다.

익명을 요구한 제약업계 관계자는 “바이오 분야를 신성장동력으로 삼으려는 기업 입장에서는 단순 지분투자보다는 기술력을 갖춘 업체와 대등한 위치에 설 수 있는 조인트벤처가 좋은 사업 모델이 될 수 있다. 단번에 사업 기반을 다질 수 있는 것은 물론 잠재적 리스크도 분담할 수 있기 때문”이라며 “사업이 본궤도에 오르기 위해서는 이해당사자 간 신뢰와 유기적인 협력체계가 전제돼야 하는데 이를 구축하기가 쉽지 않다. 그동안 바이오 분야에서 이종기업 간 눈에 띄는 협업 성공 사례가 많지 않았던 이유다. 롯데그룹의 바이오 사업 추진 계획이 검토를 넘어 현실화될 수 있을지 여부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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