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프닝으로 끝난’ 우석민 회장 최대주주지분 매각 추진…왜?
올 1분기 실적 개선 의식했나…회사측, “턴어라운드 자신”
“비대한 판관비, CSO 맞손으로 개선”…뚜껑은 열어봐야

지난해 창사 이래 최대 적자폭을 기록한 명문제약이 올해 흑자전환 가능성을 열어놨다. 회사 측이 실적 턴어라운드 가능성을 직접 언급하면서 자신감을 내비친 것이다. 다만, 그동안 이 회사가 보여준 실적 수치만으로는 올해 역시 부진이 예상되는 만큼 일단 뚜껑은 열어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명문제약은 지난해 최악의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이 회사의 매출은 연결기준 1,278억원으로 전년보다 14% 마이너스 성장했다. 영업에서도 290억원의 손실이 발생하면서 1983년 창사 이래 최대 적자를 기록한 것.

명문제약의 이 같은 실적 부진은 이미 지난 2017년부터 예견됐다. 실제로 이 회사의 영업이익은 2017년 100억원으로 정점을 찍은 후, 2017년 75억원, 2018년 49억원으로 급감했다. 급기야 2019년에는 143억원의 영업적자를 내면서 실적 쇼크에 빠졌다. 지난해 역시 290억원 규모의 영업적자로 손실 폭은 더 확대됐다.

이렇게 회사는 이미 실적 경고등이 켜진 상태였지만 재무구조 개선에 대한 대응이 늦어졌다는 점에서 경영진을 향한 책임론이 수면 위로 떠올랐다. 실제로 33년간 ‘명문맨’으로 통했던 이 회사 박춘식 대표이사 사장은 임기 만료 1년을 앞두고 최근 경질됐다.

여기에 명문제약 오너이자 최대주주인 우석민 회장이 실적 부진에 대한 부담감으로 지분 전량 매도를 검토하면서 이 회사 매각 가능성도 언급됐다. 이는 결국 지난 12일 최대주주지분 매각 추진에 대한 한국거래소의 조회 공시를 통해 일종의 해프닝으로 끝났지만 경영 위기라는 측면에서 결코 가볍지 않은 사안이라는 지적이다.

다만, 우 회장이 그동안 2차례 공시를 통해 지분매각 검토 사실이 구체적으로 확정된 바 없다고 ‘미확정’ 공시로 일관해왔던 터라, 우 회장이 회사의 올 1분기 실적 개선에 어느정도 확신을 갖고 지분매각을 포기한 것 아닌가라는 추정도 해볼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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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회사가 한 순간에 바닥으로 추락한 이유는 뭘까. 본지가 분석한 실적 부진의 주원인은 기형적인 매출원가와 비대한 판관비(판매비와 일반관리비)가 문제점으로 꼽혔다.

실제로 명문제약의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원가율은 지난 2016년 42.86%에 달했다. 이는 낮아질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작년까지 매년 지속적으로 올라 61.86%까지 상승했다.

매출원가는 제품을 만들어 내기 위해 들어간 비용이나 도입상품을 판매하기 위한 구입 당시의 가격을 의미한다. 때문에 원가가 낮을수록 이익을 낼 수 있는 구조다. 반면 원가가 높아지면 마진폭은 그 만큼 줄어들게 된다.

명문제약은 매출에서 차지하는 판관비의 비중도 비정상적으로 많았다. 실제로 이 회사의 매출대비 판관비율은 2016년 46.51%에서 지난해 60.97%까지 증가했다. 우리나라에서 판관비율이 60%가 넘는 전통제약사는 사실상 찾아보기 힘들다. 본지 조사에 따르면 국내 주요 제약사 30곳의 판관비율은 평균 35% 수준이다.

결과적으로, 지난해 명문제약의 원가율은 앞서의 매출원가율 61.68%와 판관비율 60.97%를 합하면 총 123%에 달하는 셈이다. 이는 회사의 매출 보다 23% 원가가 더 들어갔다는 뜻이다. 즉 마이너스 마진을 기록하면서 영업적자를 낸 것이다.

이에 따라 시장에서는 한 때 유동성 위기설까지 나돌았다. 수 백억원 대의 적자가 발생한 데다 바이오공장 등 설립에 그간 수 백억원이 투입되면서 부채비율이 큰 폭으로 증가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해 말 기준 이 회사가 1년 안에 갚아야 할 단기차입금만 900억원 등 총 1,000억원대의 차입금이 존재했다. 여기에 영업에서 미지급비용 등 262억원도 잡혀 있었다. 이를 위해 토지와 건물 등에 설정된 담보액만 840억원이 넘었으며 대주주 등으로부터 지급보증 받은 금액도 600억원 규모를 웃돌았다.

한편 이 회사의 부채비율은 2019년 230%에서 지난해 3자 배정의 유상증자에 따라 168%로 감소했다.

≫ 불법 리베이트 오명, 경영위기 ‘부채질’…미래투자도 소극적

최근 6년간 2건의 리베이트 관련 행정처분 및 형사처벌에 따라 시장의 신뢰성을 잃었다는 점과 연구개발(R&D) 투자 부족으로 혁신형 제약기업에 들지 못하면서 경쟁력에서 타격을 받은 것도 수익성 저하와 무관하지 않다는 지적이다.

과거 이 회사는 지난 2010년 11월부터 2011년 3월까지, 36개의 요양기관에 35개 품목의 납품의약품을 불법 리베이트한 행위가 적발돼 2015년 3월 보건복지부로부터 약가인하 행정처분을 받았다. 또, 2014년 5월부터 2016년 10월까지는 프로바이브 의약품을 영업하는 과정에서 병의원에서 수금할인과 의료기기 무상제공 방식의 편법 리베이트 행위가 적발돼, 2019년 5월 벌금 2000만원의 형사처벌을 받기도 했다.

또 R&D 투자금액은 매출의 1% 내외로 업계 하위권 수준으로 분류됐다. 실제로 2020년 투자액은 25억원으로 1.54% 수준에 머물렀다.

이렇듯 경영위기에 빠진 회사는 지난해부터 재무구조의 개혁을 본격 진행 중이다. 실제로 지난해 9월 영업전략과 관련해 CSO(판매대행) 전환을 도입해 인건비와 판관비 축소에 들어갔다. 유상증자를 통해 305억원의 자금도 조달했다. 또 회사는 위탁생산 확대를 통해 원가 절감도 검토 중이다.

여기에 골프장을 운영하고 있는 자회사 명문투자개발의 지분도 매각 대상으로 잡아 진행 중이다. 회사가 투자한 명문투자개발의 장부가는 334억원으로 업계 일각에서는 매각 대금으로 500~600억원 사이로 보고 있다. 매각시 최소 200억원이상의 이익이 확보될 예정이다.

명문제약 관계자는 “영업체계의 CSO 전환과 일상 경비의 효율적 집행으로 올 1분기 판매비와 일반관리비를 대폭 줄였다”며 “그간 내용고형제의 다수를 외부 위탁생산하고 있는 상황에서 향남공장 신축완공으로 일부 도입상품의 자체 생산 등 위탁생산 확대를 통해 매출 증가와 원가를 절감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고정자산의 매각이 완료되지는 않았지만, 차질없이 진행 중이다”며 “구체적 수치는 밝힐 수 없지만, 1분기 흑자전환을 목표로 결산 절차를 진행 중”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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