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약기업 30곳 중 17곳 R&D 인력↑…씨젠·대웅제약 등 증가폭 ‘톱’
한미약품·녹십자·일동제약, R&D 비용은 ‘증가’ 연구인력은 ‘감원’

▲ 게티이미지뱅크 사진 제공
▲ 게티이미지뱅크 사진 제공

국내 제약바이오기업들이 지난해 인재 고용에 적극적으로 지갑을 연 것으로 나타났다. 코로나19 대유행으로 투자 활동이 위축된 상황에서도 연구개발(R&D) 인력을 대폭 늘린 것이다. 경영 위기에 정면 돌파 승부수를 던졌다는 분석이다.

메디코파마는 상장 제약사 30곳이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제출한 2019년과 2020년 사업보고서의 연구개발(R&D) 인력 현황을 분석했다.

먼저, 30개사의 연구 인력은 2019년 5,119명에서 2020년 5,473명으로, 354명(6.9%) 증가했다. 석사급은 2,552명에서 2,489명으로 63명 감소했으며, 박사급도 601명에서 587명으로 14명 줄어들었다.

30개사 가운데 연구 인력을 늘린 곳은 17곳에 달했다. 반면, 10곳은 줄어들었고 1곳은 전년 그대로였다. JW중외제약과 한독은 세부 연구인력 정보를 공개하지 않았다. 상당수 기업들이 ‘미래 먹거리’에 대한 투자를 늘려야만 생존을 담보할 수 있다고 내다본 셈이다.

구체적으로 보면, 코로나19 최대 수혜기업인 씨젠은 지난 한 해 동안 전년 대비 두 배 이상의 연구 인력을 채용하면서 R&D에 속도를 냈다.

2019년 115명이었던 이 회사의 연구 인력은 지난해 259명까지 늘어났다. 125.2%의 증가율이다. 이 중에서도 석·박사 출신은 175명에 달했다.

적극적인 인재 영입은 실적에도 고스란히 반영됐다. 코로나19 사태 발생 초기부터 진단시약인 ‘올플렉스(Allplex) 2019-nCoV Assay’를 개발하고,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긴급 사용 승인을 받으면서 국내·외 진단키트 시장을 선점했다. 그 결과, 씨젠은 창립 이후 처음으로 매출 1조원을 달성했으며, 영업이익만 6,762억원을 기록했다.

대웅제약도 연구개발 인력 확충에 속도를 냈다. 이 회사의 R&D 인력은 231명으로 전년 대비 91명(65.0%) 증원한 것으로 집계됐다.

흥미로운 점은 이 회사가 지난해 연말부터 대대적인 연구 인력 교체 작업에 들어갔다는 점이다. 대웅제약은 앞서 3분기까지만 해도 R&D 인력을 축소시키는 듯 보였다. 하지만 4분기 들어 R&D 인력을 대거 채용하면서 30개사 중 씨젠에 이어 가장 높은 증가율을 보였다.

대웅제약이 R&D 투자를 대폭 확충한 데에는 그만한 배경이 있다. 현재 이 회사는 케미칼 합성신약으로 위식도역류질환치료제, 당뇨병치료제, 폐섬유증치료제,통증치료제, 자가면역치료제 등을 연구하고 있다. 특히, 개량신약 분야에서 2022년 발매 목표로 혈압강하 및 이상지질혈증 치료제 올로스타(올메살탄+로수바스타틴)’ 4제 개발을 연구 중이다.

영진약품과 삼성바이오로직스, 경보제약도 전년 대비 연구개발 인력을 대폭 늘렸다. 영진약품은 2019년 45명에서 2020년에는 70명으로 55.6% 증가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도 같은 기간 254명에서 331명으로 30.3% 확대됐다. 경보제약은 73명에서 93명으로 총 20명의 추가 인력을 고용했다.

이어 ▲휴젤 22.8%(57명→70명, 13명↑) ▲바이오니아 20.5%(117명→141명, 24명↑) ▲동국제약 15.9%(69명→80명, 11명↑) ▲휴온스 9.9%(91명→100명, 9명↑) ▲셀트리온제약 9.3%((54명→59명, 5명↑) ▲대원제약 8.9%(112명→122명, 10명↑) ▲유한양행 6.0%(265명→281명, 61명↑) ▲동아에스티 5.0%(238명→250명, 12명↑) ▲신풍제약 4.2%(71명→74명, 3명↑) ▲삼진제약 3.0%(66명→68명, 2명↑) ▲제일약품 1.1%(94명→95명, 1명↑) ▲셀트리온 0.5%(642명→645명, 3명↑) 순으로 연구개발 인력이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일양약품은 전년과 동일하게 70명의 연구 인력을 보유하고 있었다.

반면, 10곳은 연구 인력이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중 빅5 제약사도 3개사나 포함돼 있었다.

연구 인력이 가장 큰 폭으로 줄어든 곳은 동화약품이었다. 이 회사는 2019년 110명에서 2020년 100명으로 R&D 인력을 10명(9.1%) 축소했다.

일동제약도 315명에서 288명으로 R&D 인력이 27명(-8.6%) 감소했다. 빅5 제약사 중에서는 한미약품이 연구 인력을 579명에서 538명으로 41명(-7.1%) 감원했다.

이어 ▲유나이티드제약 –4.5%(88명→84명, 4명↓) ▲GC녹십자 –3.9%(463명→445명, 18명↓) ▲보령제약 –2.8%(145명→141명, 4명↓) ▲하나제약 –2.6%(78명→76명, 2명↓) ▲광동제약 –1.9%(157명→154명, 3명↓) ▲차바이오텍 –1.6%(62명→61명, 1명↓) ▲종근당 –0.4%(549명→547명, 2명↓) 순으로 집계됐다.

아이러니한 점은 최근 R&D에 드라이브 걸고 있는 회사들이 투자 규모는 늘리면서도 인력은 감축했다는 점이다.

실제로 2019년 연구개발비로 1,507억원을 썼던 GC녹십자는 지난해 R&D 비용을 1,599억원으로 소폭 늘렸다. 그러나 연구 인력은 오히려 전년 보다 18명 감축했다.

국내 제약바이오기업 중 최다 R&D 투자비율을 기록 중인 한미약품도 마찬가지다. 이 회사는 지난해 연구개발에 총 2,261억원을 투입하며 전년 보다 100억원 이상 증액했지만, 연구 인력은 41명 감원됐다.

일동제약도 연구개발 비용을 전년 보다 200억원 이상 늘렸지만 R&D 연구원은 27명 줄인 것으로 나타났다.

익명을 요구한 제약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 사태를 겪으면서 R&D만이 살 길이라는 인식이 내부적으로 확산됐다. 특히 만성질환 치료제와 같이 외부 환경 변화에 민감하지 않은 제품을 개량신약 형태로 개발하는데 초점을 맞추는 분위기다”라며 “앞으로도 사업 다각화 차원에서 기업들이 의약품사업 뿐 아니라 의료기기나 건강기능식품 등으로 영역을 확장할 가능성이 높은 만큼 연구 인력의 폭은 더 넓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저작권자 © 메디코파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