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약품, 첫 제네릭 출시했지만…장기 독점 바이엘 아성 ‘견고’
리딩 품목 야즈정 존재감 압도적…지난해 연매출 첫 200억 돌파
처방 변경 쉽지 않은 피임약 특성…시장 안착 최대 ‘걸림돌’

▲ 게티이미지뱅크 사진 제공
▲ 게티이미지뱅크 사진 제공

4세대 제네릭 사전피임약을 바라보는 업계의 반응이 싸늘하다. 현대약품이 국내 기업 처음으로 복제약 시장에 발을 들였지만 오리지널을 향한 약심(藥心)이 너무 견고하기 때문이다. 한 번 선택하면 쉽게 바꾸지 않는 피임약의 특성상 성공적인 시장 안착이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다.

현대약품은 지난 2월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품목허가 승인을 받은 4세대 사전피임약 ‘야로즈정(성분명 드로스피레논/에티닐에스트라디올)’을 정식 출시하고, 본격적인 판매에 돌입했다. 이 약은 유럽 내 호르몬 제제 전문 제조사에서 생산하고 전량 수입하는 방식으로 국내에 물량이 공급될 예정이다.

그동안 회사는 시장 조기 진입을 위한 적극적인 행보를 보여왔다. 지난 2015년에는 오리지널 ‘야즈정’의 개발사인 바이엘코리아를 상대로 특허 심판을 제기했다. 4세대 피임약 시장 선점에 대한 의지가 강했다는 것을 읽을 수 있는 대목이다.

현대약품은 이미 국내 응급피임약 시장 점유율 1~2위를 기록하고 있는 ‘엘라원정’과 ‘노레보원정’을 비롯해 2세대 사전피임약 ‘라니아정’, 3세대 사전피임약 ‘보니타정’ 등을 보유하고 있다. 이번 야로즈정의 가세로 일반약과 전문약, 사전·사후 피임약까지 모든 라인업을 구축하게 됐다.

그러나 4세대 사전피임약 시장에 첫 발을 내딛은 야로즈정이 시장에 안착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란 의견이 적지 않다. 오리지널 제품을 보유한 바이엘코리아가 입지를 워낙 탄탄하게 다져놓은 시장이라는 이유에서다.

실제로 바이엘코리아는 대표 품목인 야즈정을 비롯해 클래라정(성분명 에스트라디올 발레레이트/디에노게스트), 야스민정(성분명 드로스피레논 3mg/에티닐에스트라디올 0.03mg) 등을 보유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이들 제품의 연매출 총합이 처음으로 200억원(아이큐비아 기준)을 돌파하며 시장 지배력을 더욱 강화하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야로즈정의 직접적인 경쟁 상대인 야즈정의 성장세가 무섭다. 2016년 105억5,000만원이었던 연매출은 2017년 116억3,000만원, 2018년 137억3,000만원, 2019년 144억4,000만원, 2020년 158억6,000만원으로 매년 꾸준히 우상향하고 있다.

여기에 야로즈정이 전문의약품이라는 점도 시장 공략에 어려움이 될 것이란 분석이다. 소비자를 대상으로 한 대중 광고가 불가능해 제품 인지도를 높이는 작업에 한계가 있을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게다가 피임약은 여성들이 한 번 선택하면 기존 제품을 꾸준히 사용하는 경향이 뚜렷한 데다 의료진 역시 처방을 변경하는 데 보수적인 만큼 마케팅 전략을 세우기가 녹록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다.

이에 따라 업계는 현대약품의 다음 행보에 주목하고 있다. 야로즈정 출시가 단순히 라인업 구색 맞추기용 차원인지, 아니면 회사의 미래 주력 품목으로 전폭적인 지원을 받고 있는지 가늠해 볼 수 있기 때문이다

현대약품 관계자는 “최고 수준의 품질과 안전성을 확보하기 위해 야로즈정의 생산을 국내가 아닌 유럽 내 호르몬 제제 전문 제조사에 맡겼다”면서 “그동안 우먼 헬스케어 분야에서 강점을 유지해 왔고, 소비자를 대상으로 한 몸사랑 캠페인 등의 공익적인 활동도 활발하게 전개해 왔다. 앞으로 이러한 부분을 병·의원 마케팅에 적극 연계해 점유율을 높여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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