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금운용회, 주식 보유 한도 '상향 조정'…최대 19.8%로 확대될 듯
매물폭탄 설움 대형 제약주 숨통 트이나…유한·녹십자·한미 ‘주목’
침체 빠진 제약바이오주, 매도 압박 완화에 '반등' 기대감 높아져

침체에 빠진 제약바이오주에 반등 기대감이 되살아나고 있다. 앞으로 국민연금공단이 보유할 수 있는 국내 주식 보유 한도가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당초 규정상, 공단은 이미 올해 주식 보유 한도를 넘어서면서 이익이 난 종목에 대해 매도로 일관해왔다.

그러나 최근 한도 규제가 완화되면서 그동안 쏟아져 나온 매도 물량도 축소될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현재 국민연금이 보유한 제약바이오 주식 가운데 향후 매도 압박이 덜해질 것으로 예상되는 곳은 SK케미칼, 셀트리온, 한올바이오파마, 종근당, 한국콜마, 녹십자홀딩스, 부광약품 등이다.

이와 함께 올해 국민연금이 지분을 늘린 한미약품, 보령제약 등도 향후 추가 매수 가능성을 열어놓은 상태다.

<메디코파마>는 각사 공시 자료 등을 근거로 국민연금이 5% 이상 지분을 투자한 제약사 21곳에 대한 지분 규모와 변동 내용을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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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민연금, 9조 여유 자금 확보…매도 압박 절반 줄어들 듯

지난해 12월 기준, 국민연금공단이 보유한 국내 총 주식 규모는 176조 696억 원이었다.

이는 공단이 운용 가능한 전체 자산 규모의 21.19%에 해당하는 것으로, 당초 허용범위인 18.8%를 2.39% 초과한 수치다.

그러나 최근 국민연금 기금운용회가 국내 주식의 전략적자산배분(SAA) 허용범위를 기존 ±2%에서 ±3%로 1% 확대하기로 했다. 당초 공단이 설정했던 올해 말 국내 주식 목표비중인 16.8%에 +3%를 적용하면 최대 19.8%까지 국내 주식 보유량을 늘릴 수 있게 됐다는 뜻이다.

이에 따라 공단이 올해 말까지 처분했어야 할 예상 주식 규모는 약 19조 원에서 10조 원으로 9조 원 가량 줄어들게 됐다. 시장을 누르던 매도 압박이 절반으로 줄어들게 된 셈이다.

≫ 국민연금의 선택…제약바이오 수혜주에 ‘쏠린 눈’

3월31일 기준, 국민연금이 보유한 국내 제약주 규모는 약 6조561억 원이다. 이는 공단이 사들인 국내 총 주식 약 177조 원(추정액)의 3.4% 수준에 불과하지만 이를 종목당 지분율로 따져 봤을 땐 평균 8.11%로 높은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국민연금이 가장 선호한 제약바이오주는 셀트리온이었다. 공단이 보유한 이 회사의 주식 규모만 3조 5354억 원(지분율 7.91%)에 달했다.

전통제약사 중에는 유한양행이 최대 선호주였다. 국민연금은 이 회사의 주식 5107억 원을 보유하고 있었으며 지분율만 11.59%에 달해 전체 제약바이오주 가운데 가장 높은 것으로 확인됐다.

또 국민연금은 녹십자(보유액 4158억원, 지분율 9.87%), 한미약품(3002억원, 7.85%), 종근당(1475억원, 9.35%), SK케미칼(1345억원, 4.57%), 한올바이오파마(1189억원, 9.94%), 한국콜마(1150억원, 8.76%), 녹십자홀딩스(1140억원, 6.96%), 부광약품(1080억원, 7.06%) 등에 대해 1000억 원 이상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 외에도 대웅제약(787억원, 5.09%), 동아에스티(728억원, 10.31%), 서흥(603억원, 10.21%), 동아쏘시오홀딩스(573억원, 8.63%), 보령제약(555억원, 5.12%), 삼양홀딩스(546억원, 6.8%), 종근당홀딩스(522억원, 10.07%), 일양약품(458억원, 7.26%), 한독(328억원, 8.7%), JW생명과학(254억원, 8.43%), 환인제약(204억원, 6.1%) 등이 국민연금이 보유한 제약사 투자명단에 이름을 올리고 있었다.

≫ ‘믿는 도끼에 발등’…셀트리온 주가 하락에 3800여억 ‘직격타’

국민연금이 보여준 주식 운용 결과는 낙제점이었다. 지난해 말 7조 4621억 원이던 제약주 평가액이 올해 1분기를 거치면서 1조 4060억 원 감소한 것으로 본지 분석 결과를 통해 드러났기 때문이다.

최다 손실도 가장 믿었던 곳에서 나왔다. 국민연금이 제약바이오주 가운데 가장 선호했던 셀트리온으로부터 제대로 직격타를 맞은 것이다. 이 회사의 주가 하락으로 인해 국민연금이 떠안은 손실 규모만 3759억 원에 달했다.

국민연금이 유독 제약바이오주에서 손실 규모가 큰 데에는 나름의 이유가 있다. 지난해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제약바이오주가 큰 폭으로 상승했지만, 올 들어 물량 조정에 따른 하락세가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해 코스피 의약품 지수는 91.14% 급등했다. 반면 올해 3월까지 의약품 지수는 15.51% 하락한 상태다.

≫ 국민연금 ‘새 판 짜기’ 촉각…제약바이오 보유 지분 ‘지각변동’

국민연금이 최근 들어 제약주에 등을 돌리는 모양새다. 본지 조사 대상 19곳 가운데 14곳에서 순매도가 감지된 것이다. 최근 3개월 간 매도 규모만 약 5000억 원 규모에 육박했다.

주식이 가장 많이 빠져나간 곳은 SK케미칼이었다. 이 회사의 지분 약 2561억 원이 공단 손에 의해 매도된 것이다.

셀트리온에 대한 매각 규모도 1388억원에 달했다. 지분율로 보면 0.45% 증발한 셈이다.

이 외에도 한올바이오파마(669억원, 지분 3.41%↓), 부광약품(135억원, 지분 1.12%↓), 한독(77억원, 지분 1.67%↓), 삼양홀딩스(64억원, 1.01%↓) 등이 매각 규모가 많은 곳들이었다.

국민연금이 주식을 팔아치우면서 이들 기업의 주가도 대부분 하락했다. 실제로 SK케미칼의 주가는 같은 기간 36% 급락했다. 공단은 이 회사의 지분 절반 이상에 달하는 5.56%를 매각한 바 있다.

반면, 공단이 여전히 공을 들이고 있는 곳도 있었다. 국민연금은 최근 한미약품에 대한 매수 규모를 389억 원 늘리면서 1% 이상의 지분을 추가로 확보했다. 이 밖에도 보령제약(156억원, 지분 1.09%↑), 환인제약(65억원, 1.94%↑)에 대해 매수를 확대한 것으로 나타났다.

제약바이오 업계에 정통한 증권가 전문가는 “올해 들어 제약주의 침체가 깊어진 것은 연기금의 기관 매물 출회가 투자심리를 압박했던 요인 중 하나였다”라며 “국민연금의 순매도가 대폭 감소할 경우 대형 제약주 위주로 판도 변화와 상승 모멘텀이 되살아날 것으로 기대된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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