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국 경영난에 ‘소량 주문’ 증가…주목받는 '제약사 온라인몰'
한미·대웅·일동·보령 관계사 급성장…작년 '실적 증가세' 뚜렷
기존 B2B 및 도소매 입지 ‘위축’…제약사 주도 시장 개편되나

▲ 게티이미지뱅크 사진 제공

제약사 의약품 온라인몰이 지난해 큰 폭으로 성장했다. 코로나19로 인해 매출이 급감한 중소형 약국의 이용률 증가가 이 같은 결과를 만들어 냈다는 분석이다. 특히 이들 제약사가 주문 채널을 사실상 온라인몰로 일원화한 데다 이용자들을 끌어들일 수 있는 차별성도 갖추고 있는 만큼 향후 영향력은 더 강화될 것이란 관측이다. 이에 따라 기존 B2B 업체나 오프라인 도·소매 업체의 설 자리가 더욱 비좁아질 것이란 의견에 힘이 실리고 있다.

14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의약품 온라인몰을 운영 중인 제약사(관계사) 4곳의 매출액과 영업이익이 지난해 눈에 띄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먼저, 한미사이언스의 자회사인 온라인팜(HMP몰)은 작년 연매출 8,245억5,000만원, 영업이익 169억4,000만원을 기록, 직전 연도 대비 각각 5.2%(직전 매출 7,832억2,000만원), 86.4%(직전 영업이익 90억9,000만원) 성장했다.

대웅제약의 관계사 엠서클(더샵)도 같은 기간 연매출이 21.3%(468억3,000만원→568억1,000만원) 늘어났으며 영업이익은 89.0%(33억7,000만원→63억7,000만원) 급증했다.

일동이커머스(일동샵)는 매출과 영업이익이 각각 28.9%(60억9,000만원→78억5,000만원), 94.3%(5억3,000만원→10억3,000만원) 증가하며 실적이 대폭 개선됐다.

보령컨슈머헬스케어(팜스트리트) 역시 연매출이 5.1% 늘어나며 처음으로 600억원(580억8,000만원→610억7,000만원) 고지를 돌파했다. 다만, 영업이익에서 적자전환(9억6,000만원→-4억7,000만원)을 기록해 상대적으로 빛이 바랬다.

이처럼 제약사 온라인몰 사업이 지난해 급성장의 발판을 마련한 반면 기존 B2B(기업간 전자상거래, Business to Business) 업체는 이 같은 분위기에 편승하지 못했다.

실제로 지난 2000년 국내 최초로 의약품 온라인 거래에 뛰어들며 한때 승승장구했던 ‘팜스넷(대한약사통신 2017년 인수)’은 2017년 이후 감사보고서 제출 의무가 없어질 정도로 매출이 쪼그라든 상태다.

‘유팜몰’을 보유한 유비케어의 유통 부문 의료정보 플랫폼의 연매출도 전년 대비 11.2%(463억8,000만원→412억원) 줄어들며 성장세가 확연히 꺾였다. 영업이익이 흑자전환(-1억6,000만원→3억4,000만원)된 것이 그나마 위안거리지만 규모가 매출액 대비 턱없이 낮아 크게 의미를 두기는 어렵다.

그나마 크레소티의 ‘팜페이몰’이 직전 연도 대비 연매출과 영업이익이 각각 9.6%(162억3,000만원→177억8,000만원), 13.6%(33억8,000만원→38억4,000만원) 증가하며 체면을 세웠다.

때문에 일각에서는 제약사 온라인몰의 입지가 향후 더 강화될 것이란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들 기업 모두 자사 제품을 보유하고 있는 만큼 기존 B2B나 오프라인 도·소매 업체에 비해 이용자에게 제공할 수 있는 편익이 다양하다는 이유에서다. 특히 소량 주문이 가능해 재고 부담을 덜 수 있는 데다 구매량에 따른 가격 할인 등 다양한 이벤트가 강점으로 꼽히고 있다.

실제로 제약사 온라인몰 이용 건수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는 것이 약국가 현장의 목소리다. 특히 월 제품 결제액이 300만원 미만인 소형 약국의 경우 오프라인 도·소매 업체를 통해 주문하더라도 실익이 크지 않아 점차 제약사 온라인몰 의존도가 높아지고 있다는 전언이다.

이에 따라 국내 온라인 의약품 유통 시장이 앞으로 제약사 주도로 빠르게 재편될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다. 자사 제품이 없는 기존 B2B와 도·소매 업체가 차별성을 만들어 내지 못하면 생존 자체가 쉽지 않다는 뜻이다.

다만 제약사 온라인몰이 자사 제품 외에 입점해 있는 타 업체의 낱알 반품을 받아들이지 않고 있는 만큼 도·소매 업체의 입지가 급박하게 위축되지는 않을 것이란 의견도 적지 않다. 낱알 반품 가능 여부가 약국의 거래처 결정에 중요한 고려 요소이기 때문이다.

경기지역 한 약국장은 “제약사가 운영하는 4개의 온라인몰 모두 타 업체 제품에 대해 낱알 반품을 해주지 않고 있다. 그래서 소량으로 제품을 주문할 때만 이용하는 경우가 많다”며 “처방전 건수가 어느 정도 되는 대형 약국은 금융비용과 낱알 반품 혜택 등이 있는 도·소매 업체를 통해 대량으로 물건을 들여놓는 게 일반적이다. 만약 제약사 온라인몰이 이 부분까지 개선한다면 지금보다 이용자 수가 빠르게 늘어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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