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환자 돈 긁어모았는데…배당은 ‘큰손’ 사회공헌은 ‘짠손’
‘배 보다 배꼽이 더 큰’ 배당금…순이익에 수 배 달하는 곳도
사노피·바이엘·오츠카 등 매년 수 백억 송금…‘본사 배불리기’

우리나라에 진출한 일부 다국적제약사의 과도한 배당이 도마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순이익의 2배를 훌쩍 뛰어 넘는 거액을 본사로 송금하는가 하면 어떤 곳은 수 백억 원대에 달하는 막대한 돈을 수년 간 인출해갔기 때문이다.

반면, 기부 규모는 전체를 다 합쳐도 고작 수억 원에 그친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사노피-아벤티스코리아, 한국오츠카, 바이엘코리아는 이익 대비 높은 배당 정책을 유지하면서도 기부에는 인색했던 대표적인 곳들이었다.

이들 모두 국내 환자들로부터 돈을 벌어들이는 제약기업으로 사회적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만큼 인색한 사회공헌 활동에 대한 비판을 피해가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메디코파마>는 다국적제약사 28곳이 공시한 2020년 감사보고서를 근거로 지난해 배당금을 지급한 기업들의 이익과 기부금 현황을 분석했다.

≫ 다국적제약사, 본사 송금은 ‘큰손’ 기부는 ‘짠손’

지난해 다국적제약사 6곳에서 해외로 흘러 나간 배당금만 729억 원에 달했다. 최근 3년간 해외로 송금된 돈은 약 3,300억 원을 웃도는 규모다(2019년 7곳 1.165억원, 2018년 11곳 1,441억원).

그나마 배당을 결정한 기업 수는 2018년과 비교해 반으로 줄어들었다. 하지만 이마저도 앞서의 연도에서 이미 배당금을 과하게 지급하면서 작년에 한시적으로 기업 수가 감소한 것으로 풀이된다.

주목할 점은 국내 진출한 다국적제약사가 해마다 벌어들이는 돈은 더 많아지고 있는 반면, 사회적 공헌은 뒷전으로 밀리고 있다는 점이다. 이들 기업 모두 우리나라 환자들을 대상으로 매출을 올리는 곳들이다.

 

≫ 국내서 벌어들인 돈은 해마다 ‘늘고’ 기부는 ‘줄고’

다국적제약사의 수익 구조는 매년 좋아지고 있다. 실제로 본지가 조사한 기업들이 매년 벌어들인 순이익을 모두 합하면 2017년 1,261억원, 2018년 1,960억원, 2019년 2,129억원, 2020년 2,441억원으로 해마다 늘고 있었다. 지난해 이들 기업의 총 순이익은 2016년 대비 약 2배에 육박했다.

하지만 기부 규모는 정반대 양상이었다. 2018년 199억원의 기부금이 지출된 이후 2019년 158억원, 2020년 137억원으로 매년 그 규모는 줄어들고 있었다. 국내 환자들을 대상으로 매년 이익은 늘어나고 있지만 사회공헌은 뒷전으로 밀려난 것.

지난해 가장 많은 배당금을 지출한 곳은 사노피-아벤티스코리아였다. 이 회사는 작년에만 500억 원의 배당금을 해외 본사로 송금했다. 500억원 이상 거액의 배당금을 지급한 곳은 지난 2018년 업존과 분리된 한국화이자제약이 유일하다.

이어 한국오츠카(배당금 157억원), 한국쿄와기린(33억원), 프레지니우스카비(15억원), 한국룬드벡(14억원), 한국세르비에(10억원) 등이 배당금을 본사로 송금한 곳들이었다.

올해 연차배당을 의결한 곳도 있었다. 바이엘코리아(배당 결정 200억원), 한국오츠카제약(157억원), 한국세르비에(55억원), 프레지니우스카비(30억원), 한국쿄와기린(20억원) 등은 올해 지급할 배당금 규모를 지난 3월에 결정했다.

다국적기업은 국내 제약사와 다르게 중간배당을 실시하는 경향도 있어 앞서 언급된 이들 외에도 올해 더 많은 기업이 본사로 배당금을 송금할 것으로 전망된다.

≫ ‘묻지마 배당’ 속출…사회적 분위기는 ‘나몰라’

일부 다국적제약사의 경우 ‘묻지마식’ 배당으로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회사의 이익 규모나 사회적 분위기는 무시한 채 글로벌 본사의 배 불리기에만 혈안이 되있던 것이다.

우선 지난해 4,900억원의 매출을 올린 사노피-아벤티스코리아는 500억원의 배당금을 본사로 송금했다. 이는 국내 진출한 다국적제약사 중 작년 가장 큰 배당 규모다.

이 회사는 지배기업인 프랑스 사노피 측이 77.5%, 미국 젠자임이 22.5%의 지분을 소유하고 있다. 두 회사는 각각 388억원과 112억원의 배당금을 챙겨갔다.

주목할 점은 이 회사가 지난해(2020년) 169억원의 순이익에 3배에 달하는 500억원을 중간배당으로 지급했다는 점이다. 앞서 2019년과 2018년에도 사노피-아벤티스코리아의 당기순이익은 각각 208억원과 133억원에 불과했지만, 같은 기간 배당액은 327억원과 70억원이 송금됐다.

결국 3년간 누적 순이익이 510억원에 불과했던 이 회사가 본사에 송금한 배당금은 897억원으로, 배보다 배꼽이 더 큰 셈이 됐다.

반면, 기부 수준은 초라했다. 지난해 사노피-아벤티스코리아의 기부금 규모는 3억2,900만원으로 전년(3억3천만원) 보다 쪼그라 들었다. 배당은 크게 했지만, 기부는 소홀했다는 지적을 피해갈 수 없는 까닭이다.

≫ 최근 10년간 국내 기부금 지출 ‘제로’인 곳도

한국오츠카제약은 지난해와 2019년에도 각각 157억원의 이익금을 본사로 보냈다. 올해도 같은 금액의 배당을 결정하면서 3년 연속 157억원을 지급하게 됐다.

이 회사는 앞서 2018년에도 131억원을 출금해 갔다. 이는 2017년 배당한 73억 원에 비하면 4년 연속 2배가 넘는 돈이 해외로 빠져나간 것이다. 2018년부터 결정된 이 회사의 배당금은 600억원을 웃도는 수준이다.

반면, 기부금은 오히려 쪼그라들었다. 한국오츠카는 2017년 10억원을 사회에 내놨지만 2019년에는 7억원, 지난해에는 8억원대 수준에 머물렀다.

올해 연차배당을 결정한 곳들도 배당금 규모에 비해 사회공헌 측면에서 부족함이 여실히 드러났다.

바이엘코리아는 지난 3월, 200억원의 배당금을 본사에 지급하기로 결정했다. 이 회사가 작년 우리나라에서 벌어들인 순이익은 400억원으로, 여기에 절반에 해당하는 돈이 해외로 빠져나간 셈이다.

이 회사는 앞서 2019년에도 150억원, 2018년 110억원, 2017년 100억원을 본사에 배당하는 등 이익이 나는대로 줄곧 해외로 유출하면서 현재 이익영여금 잔고는 267억 원에 불과했다.

반면, 바이엘코리아의 기부금 지출은 연평균 1~2억원 수준이었다. 평소 보여준 배당 규모를 감안하면 생색내기 정도에 지나지 않는 다는 비판을 피해가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기부금이 ‘제로’인 곳도 있었다. 한국세르비에는 최근 3년간 기부금을 단 한 푼도 쓰지 않았다. 그러나 이 회사가 본사로 송금한 배당금은 올해만 55억원에 달했으며 지난해와 2019년에도 각각 10억원과 12억원을 지급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 뿐만이 아니다. 프레지니우스카비는 2010년 이후 국내 기부금 내역이 전무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15억원의 순이익을 냈던 이 회사는 중간배당으로 15억원, 그리고 올해 연차배당으로 또 30억원을 결정하면서 이익의 3배에 달하는 배당금을 본사에 송금한 것으로 본지 분석을 통해 확인됐다.

이처럼 다국적제약사들의 배당성향(순이익 대비 배당액)은 도를 넘어선 수준이었다. 구체적으로 보면, 사노피-아벤티스코리아 295%, 프레지니우스카비 300%(중간배당 포함), 한국쿄와기린 101%, 한국룬드벡 96%, 한국세르비에 92%, 한국오츠카제약 53%, 바이엘코리아 50%로 나타났다.

이들 기업의 고배당성향은 국내 제약사들과 비교해도 정도가 지나쳤다. 실제로 지난해 국내 대형제약사 배당성향은 대표적으로 광동제약 9%, 종근당 12%, 녹십자 19% 수준에 불과했다.

익명을 요구한 제약업계 관계자는 “한국법인의 제약사들이 글로벌 본사에 소속된 만큼 둘 사이에 오가는 배당금 문제에 대해 이렇다 할 지적은 할 수 없는 게 사실이다”면서도 “하지만 선을 넘어선 과도한 배당 송금은 사회적으로 오해와 논란의 소지가 있다. 특히 국내 환자들을 대상으로 벌어들이는 소득이라는 점에서 사회 공헌도가 낮아지고 있다는 점은 심각한 문제다”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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