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들제약·경남바이오파마·자안·이니스트바이오제약 등 개명
최대주주 변경·기업 이미지 제고 및 사업 다각화 등 ‘각자도생’

▲ 게티이미지뱅크 사진 제공
▲ 게티이미지뱅크 사진 제공

바이오사업에 진출하는 제약바이오기업들의 사명 변경이 잇따르고 있다. 상반기에만 벌써 8곳이 회사 이름을 바꿨다. 최대주주가 변경됐거나 사업 다각화를 시도하는 기업들이 회사 이미지 수정에 나섰다는 분석이다.

21일 제약업계에 따르면 우리들제약, 경남바이오파마, 이니스트바이오제약 등 8개사가 올해 들어 사명을 변경했다.

우리들제약은 지난 3월 25일 정기주주총회에서 사명 변경을 골자로 한 정관 변경의 건을 의결했다.

이에 따라 우리들제약의 사명은 ‘팜젠사이언스’로 바뀌었다. 새 이름에는 ‘Pharm(제약), Gen(유전자), Science(과학)’ 세 가지 의미가 담겼다. 제약에서의 경험을 바탕으로 바이오 영역에 과학으로 도전하겠다는 의지를 표현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 회사가 이름을 바꾼 이유는 신사업 진출과 최대 주주 변경에 따른 것이다.

앞서 지난해 6월, 우리들제약은 김수경 우리들병원그룹 회장이 보유한 주식 전량(87만주, 지분율 6.34%)을 에이치디투자조합에 양도하면서 최대 주주가 에이치디투자조합으로 바뀌었다.

이에 회사는 지난 주총에서 사명을 변경하며 ‘우리들그룹’ 이미지를 지우는 한편, 바이오산업 진출을 본격화했다.

팜젠사이언스 관계자는 “우리들그룹에 남아있던 지분을 회수한 만큼 이제는 관계없는 회사가 됐다”며 “바이오 분야로 사업 영역을 확장하면서 사명을 변경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경남바이오파마는 이름을 바꾼지 1년 만에 블루베리엔에프티(Blueberry NFT)로 또 사명이 바뀌었다. 이 회사는 지난해 6월, 바이오제네틱스투자조합이 클라우드에어(舊 라이브파이낸셜)에 300만 8,036주(지분율 22.04%)를 양도하면서 최대 주주가 교체됐다.

콘돔과 의료용 장갑 생산을 주력으로 하는 이 회사가 이름을 바꾼 것은 이번이 4번째다. 1973년 서흥산업으로 출발한 회사는 2000년 유니더스로 한 차례 간판을 바꿔 달았다. 이후 2018년 사업 다각화를 이유로 바이오제네틱스로 개명한 데 이어 2020년 경남제약 인수와 함께 사명을 경남바이오파마로 다시 변경했다.

이 회사가 이름을 바꾼지 1년 만에 새 간판을 걸게된 데에는 최대 주주 변동에 따른 신사업 진출 때문인 것으로 해석된다.

실제로 경남바이오파마는 사명을 변경하고 사업목적에 ‘저작권 및 라이센스 유통 판매업’을 추가하며 NFT(Non-fungible token·대체불가능토큰) 새로운 사업 진출을 예고했다. NFT는 블록체인 기술을 기반으로 한 암호화된 디지털 자산을 말한다.

이 회사 관계자는 “본격적인 NFT 사업을 위해 최근 웹사이트 ‘탑플레이닷아이오’를 오픈하면서 본격적인 사업에 시동을 걸었다”라며 “국내 및 해외 시장으로 진출하는 교두보가 될 수 있도록 만들 계획이다”고 말했다.

뉴지랩과 자안도 최근 각각 뉴지랩파마, 자안바이오로 간판을 교체했다.

이들 기업은 사명 변경을 통해 그간 신규 성장 동력으로 추진해오던 바이오 영역을 핵심 사업으로 키우겠다는 계획이다.

CCTV 통신 장비 등을 주력으로 하는 뉴지랩파마는 지난 2019년 독일의 오토 워버그 박사로부터 시작한 대사항암제 이론 후계자인 재미과학자 고영희 박사와 차세대 대사항암제 KAT(Ko Anticancer Technology) 상용화 개발을 시작으로 신약 개발 사업을 확대해 왔다.

특히, KAT 외 비소세포성 폐암 치료제 ‘탈레트렉티닙’, 코로나19 치료제 ‘나파모스타트’와 경구용 코로나19 치료제 ‘나파모스타트정’ 등을 개발하고 있다. 최근 KGMP 시설을 갖춘 ‘아리제약’과 바이오콜드체인 전문기업 ‘한울티엘’ 인수에 성공하면서 신약개발, 생산, 판매, 운송을 아우르는 제약업 밸류체인을 완성해 종합 제약기업으로 도약할 준비를 마쳤다.

모바일 IT 기기의 외장에 사용되는 기능성 특수 도료를 주력으로 하는 자안바이오 역시 사명 변경으로 바이오헬스사업의 진출을 본격화 했다. 신사업을 강조하고 기업 이미지 제고에 나선 것이다.

이 회사는 지난해 신성장 동력으로 바이오헬스케어 분야를 선정하고 연구 역량 강화, 독점 유통 및 라이선스 브랜드 확보, 자체 온라인·모바일 플랫폼 ‘셀렉온 헬스’ 운영 등의 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비보존도 지난해 9월 비보존헬스케어에 인수된 이니스트바이오제약의 사명을 비보존제약으로 바꾸고, 이두현 비보존그룹 회장을 각자대표로 선임했다.

이 외에도 에이프런티어는 바이오 항체 개발 사업 고도화를 위해 ‘지더블유바이텍(GW Vitek)’으로 사명을 변경했으며, 넥스턴도 넥스턴바이오사이언스로 이름을 바꾸고 CNC 자동선반제조 사업과 더불어 바이오사업을 본격화 한다는 계획이다.

파마리서치프로덕트와 필로시스헬스케어는 파마리서치와 PHC로 각각 사명을 변경하고 기업 이미지 제고에 집중하겠다는 구상이다.

이처럼 간판을 바꿔 단 기업들은 이전 주주의 흔적을 지우거나 사업을 다각화하려는 움직임에 분주한 모양새다. 특히, 코로나19 이후 바이오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해당 사업을 영위하고 있다는 이미지를 부각하기 위해 사명 교체에 적극적인 것으로 풀이된다.

익명을 요구한 업계 관계자는 “LG, SK, KT&G는 이름을 바꾼 후 고객과 시장에서 신뢰도가 높아졌다. 이는 매출과 실적이 오르고 브랜드 가치가 상승하면서 기업이 한 단계 도약하는 계기로 작용했다”며 “코로나19를 계기로 바이오사업에 진출하는 기업이 증가하면서 당분간 사명 변경이 활발하게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과거 남양에프앤비가 건강한사람들로 사명을 변경하고, 독자 브랜드 체제 구축을 시도했다. 하지만 소비자들에게는 이 같은 행태가 오히려 ‘꼼수’ 행태로 비춰졌다”면서 “기존의 부정적인 이미지를 감추기 위해 이름을 바꾼 것이라면 변경 이후에도 신뢰를 얻지 못하고 역효과를 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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