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세포암 병용 이어 비소세포폐암 단독요법도 1차 라인 승인
政 면역항암제 새 급여기준, 로슈 수용 전례…'따른다면 속도↑'

▲ 게티이미지뱅크 사진 제공
▲ 게티이미지뱅크 사진 제공

로슈의 면역항암제 티쎈트릭(성분명 아테졸리주맙)이 잇따라 대형 적응증을 따냈다. 그간 이 약이 갖고 있던 적응증과는 대상 환자 수에서부터 차원이 다르다.

앞으로 티쎈트릭의 사용량이 대폭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는 배경이다. 단, 여기에는 건강보험 급여권 진입이라는 조건이 붙는다.

만약 로슈가 과거 보여준 티쎈트릭의 ‘급여 진입 기조’를 새 적응증에서도 유지한다면, 국내 면역항암제 시장이 요동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 비소세포폐암 1차 단독·간세포암 1차 병용 허가…투여가능 환자도 ‘급증’

티쎈트릭이 최근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비소세포폐암 1차 치료에 단독으로 사용할 수 있는 적응증을 획득했다. 이전에 화학요법치료를 받지 않은 PD-L1 발현율 종양세포(TC) 50% 이상 또는 종양침윤면역세포(IC) 10% 이상의 EGFR 또는 ALK 유전자 변이가 없는 전이성 비소세포폐암 환자가 대상이다.

이번 허가는 EGFR이나 ALK 음성인 PD-L1 발현율 1% 이상의 4기 비소세포폐암 초치료 환자 572명이 참여한 IMpower110 임상이 근거가 됐다.

임상 결과 PD-L1 발현율이 높은(TC≥50% 또는 IC≥10%) 하위 그룹의 티쎈트릭군은 전체생존율(OS)이 20.2개월로 화학요법군의 13.1개월보다 7.1개월 연장됐다. 같은 그룹의 무진행생존기간(PFS) 역시 티쎈트릭군이 8.1개월로 화학요법군 5.0개월에 비해 효과적이었다.

비소세포폐암은 국내 폐암 환자의 80%가량을 차지한다. 이중 EGFR이나 ALK 변이가 없는 환자는 50%를 상회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티쎈트릭의 대상 환자 수를 가늠할 수 있는 일종의 척도인 셈이다.

티쎈트릭은 간세포암 분야에서도 대형 적응증을 따냈다. 지난해 7월, 표적항암제 아바스틴(성분명 베바시주맙)과의 병용요법으로 간세포암 1차 치료제 허가를 받은 것.

전신 치료 경험이 없는 절제 불가능한 간세포암 환자 501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IMbrave150 연구에서 티쎈트릭·아바스틴 병용군은 넥사바군 대비 사망 위험을 42% 감소시켰다.

무진행생존기간 역시 티쎈트릭·아바스틴 병용군은 6.8개월로 넥사바군의 4.3개월 대비 2.5개월 효과적인 것을 확인하며 질병 진행 및 사망 위험을 41% 개선했다.

표적치료제 넥사바(성분명 소라페닙) 이후 10여년간 효과적인 치료 옵션을 찾지 못하던 간세포암 분야에 면역항암제 병용요법의 등장을 알린 연구였다.

연구에 참여한 임호영 성균관의대 교수(삼성서울병원 혈액종양내과)는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IMbrave150 연구에 따르면 티쎈트릭·아바스틴 병용요법은 소라페닙을 뛰어넘는 우수한 결과를 보여줬다”라며 “부작용도 소라페닙보다 심하지 않고 관리 가능한 수준으로 나타났다. 현시점에서 간암 1차 치료의 최적의 옵션으로 보인다”고 설명하기도 했다.

아이큐비아 기준 지난해 간세포암 표적치료제 시장은 500억원대로 집계된다. 1차로 티쎈트릭·아바스틴 병용요법을 사용할 경우 후속으로 사용할 수 있는 표적치료제는 현재로선 없는 상태다.

≫ 로슈의 ‘급여 진입 기조’, 대형 적응증서도 유지할까

일단 티쎈트릭은 경쟁력 있는 데이터를 통해 많은 환자를 끌어들일 수 있는 적응증은 확보했다. 그렇다면 앞으로 이 약의 행보는 어떨까.

앞서 출시된 면역항암제들은 그동안 대형 적응증에 대한 급여 문턱을 넘지 못했다. 전국민 건강보험을 운용하는 국내 특성상 고가항암제의 약가를 감당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다만 이번 약제가 티쎈트릭이라는 점에서 기대를 걸게 한다. 앞서 요로상피암과 비소세포폐암 2차 치료에 대한 급여권 진입 과정에서 이 약이 다른 면역항암제와 길을 달리 했기 때문이다.

최근 수년간 정부는 면역항암제에 대한 건강보험 적용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 고가인 데다 적응증을 계속해서 확대하고 있어 추후 건보재정 소요 예측이 어렵기 때문이다. 낮은 반응률 또한 정부가 기존 급여기준을 적용하기 어려운 이유다.

이에 정부는 지난 2018년 말부터 2019년 초까지 면역항암제 업체들에게 새로운 급여기준을 제시하는 협상을 진행했다.

당시 급여 협상 테이블에 올라온 MSD ‘키트루다(성분명 펨브롤리주맙)’의 적응증은 이번에 티쎈트릭이 허가를 획득한 비소세포폐암 1차 치료였다. 그러나 회사 측이 정부의 재정분담안을 받아들이지 않으면서 협상은 끝내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오노약품공업 역시 마찬가지였다. 이 회사는 2019년 당시 정부가 제안한 옵디보(성분명 니볼루맙)에 대한 급여 기준을 수락하지 않았다. 이 약 역시 여전히 급여권 진입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태다.

반면, 티쎈트릭의 비소세포폐암, 요로상피암 2차 라인 급여를 추진하던 로슈는 정부의 제안을 받아들인다. 두 적응증에 대한 급여기준을 PD-L1 발현율에서 반응여부로 변경하고 초기 투약 비용을 부담키로 한 것.

결국 2019년 7월, 티쎈트릭은 두 가지 적응증에서 빠르게 급여권에 진입했다. 로슈가 간세포암과 비소세포폐암 1차에서도 이 기조를 이어간다면 단숨에 급여권 문턱을 넘을 수 있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배경이다.

간세포암의 경우 이미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중증(암)질환심의위원회를 통과한 상태다. 이제 넘어야 할 산은 약가협상만 남았다.

다만, 해당 적응증이 또 다른 고가 항암제인 아바스틴과 병용해야 하는 만큼 급여 약가협상이 쉽지만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오히려 비소세포폐암 1차 라인의 급여권 진입이 수월할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 허가는 한발 늦었지만, 현재 급여에 난항을 겪고 있는 다른 면역항암제를 대체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로슈 티쎈트릭이 비소세포폐암 1차 라인에서 꺼낼 수 있는 카드는 또 있다. 현재 보유하고 있는 ▲베바시주맙·파클리탁셀·카보플라틴 병용요법 ▲알부민 결합 파클리탁셀·카보플라틴 병용요법 적응증의 급여권 진입도 추진할 수 있다는 뜻이다.

특히 파클리탁셀·카보플라틴 병용요법의 경우 재정 부담이 추가로 크게 들지 않아 함께 급여권에 진입할 가능성도 있다. 이 경우, 경쟁사도 과거의 급여 기조를 마냥 유지할 수만은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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