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테오젠 박순재 대표, 주식갑부 등극…‘기부는 전액 삭감’
피씨엘 150000% 매출 성장했지만…사회공헌 내역 '전무'
"제품생산 과정서 환경 문제 따른 사회적 책임은 무시"

▲ 게티이미지뱅크 사진 제공
▲ 게티이미지뱅크 사진 제공

지난 한 해 바이오기업은 코로나19 사태의 최대 수혜사업 분야로 등극했다. 그러나 이들의 사회공헌 활동은 기대에 한참 못 미쳤다. 3곳 중 1곳은 있던 기부금마저 삭감하거나 아예 시도조차 안 한 것으로 드러났다.

<메디코파마>는 상장 바이오사 30곳이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제출한 2019년과 2020년 사업보고서의 기부금 현황을 분석했다.

먼저 30개사의 기부금은 2019년 31억원에서 2020년 144억원으로 113억원(366.75%)이 증가했다. 단순 수치로만 따졌을 때 바이오기업들이 사회공헌활동에 적극적이라고 느낄 수 있는 대목이다.

하지만, 이들 30곳 중 10곳은 전년대비 매출액은 크게 늘어났지만 기부금은 줄이거나 오히려 전액 삭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바이오기업은 지난해 신종감염병 사태로 큰 호황을 누렸다. 코로나19 치료제 관련 원료의약품 생산부터 바이오시밀러, 위탁개발생산(CDMO), 진단키트 등으로 전 세계의 주목을 받으며 국내·외 매출이 증가했고, 이는 실적 개선으로 이어졌다.

더욱이 정부에서도 바이오산업을 차세대 미래성장동력으로 지목하며 규제를 완화하고 정책 금융을 확대했다. 앞으로도 바이오기업의 매출이 계속 증가할 것으로 보는 배경이다.

하지만, 범국가적인 지원에도 불구하고 상당수 바이오기업들은 사회공헌에 인색했다.

엑세스바이오는 지난해 진단키트로 1,123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전년대비 무려 162.57% 성장한 수치다.

그렇다면 이 회사의 기부 규모는 어느정도였을까. 엑세스바이오가 지난해 선뜻 내놓은 기부금은 500만원이 전부였다. 이마저도 2019년 900만원에서 48.38% 쪼그라든 액수다.

알테오젠은 지난해 424억원 매출로 전년 보다 외형이 45.15% 커졌다. 그러나 2019년 100만원을 하던 기부마저도 지난해에는 전액 삭감했다. ‘코로나19’와 ‘기술수출’ 테마로 주가가 상승하면서 이 회사 박순재 대표가 바이오기업 중 최고 주식 갑부에 오른 것과 비교하면 실망스런 행태다.

코미팜도 마찬가지다. 이 회사 역시 지난해 매출이 4.71% 늘어났지만 기부금은 23.7% 줄어들었다. 2019년 300만원에서 2020년 200만원으로 100만원 감소한 것이다.

이수앱지스는 지난 한 해 동안 5,600만원을 기부했다. 전년 보다 13.82% 쪼그라든 규모다. 반면, 지난해 이 회사의 매출은 전년대비 21.83% 성장했다.

아직 성장 단계인 셀리드는 2019년 매출이 없었지만 100만원을 기부했다. 이 회사는 지난해 매출도 여전히 제자리걸음을 반복하면서 결국 작은 금액이었던 기부금조차 전액 삭감했다.

사회공헌활동을 아예 외면한 곳도 있었다. 진단키트로 최대 매출을 기록했다는 지노믹트리, 피씨엘, 휴마시스가 대표적인 기업들이었다.

지노믹트리는 지난 한 해 동안 339.89%의 성장률을 기록했다. 그러나 2019년에 이어 2020년에도 이 회사의 기부 내역은 전무했다.

휴마시스도 399.61%의 매출이 늘어나는 동안 기부금은 여전히 ‘0원’이었다.

피씨엘 역시 3,600만원에서 537억원으로 149805.53%의 매출 급성장을 이뤄냈지만 기부금 흔적은 찾아볼 수 조차 없었다.

이 회사가 15만%에 육박하는 유래 없는 성장을 이뤄냈던 만큼 사회공헌에 무색했던 이유에 대해서 들어봤다.

피씨엘 관계자는 “오랫동안 적자에 시달리다 지난해 겨우 흑자로 전환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기순이익은 여전히 적자”라며 “회사가 먹고 살기도 어려운 상황에서 사회공헌 활동을 위한 기부금을 내기에는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우선 회사를 안정시킨 후 기부 여부를 따져야 한다. 회사에서는 사회공헌 활동으로 나름대로 직원 채용을 늘리는 방식으로 풀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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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공헌에 통 크게 동참한 곳도 있었다.

대표적인 진단키트 업체인 씨젠은 지난해 매분기 어닝서프라이즈를 기록하며 매출 1조 클럽에 가입했다. 전년 대비 무려 822.66%의 성장률을 기록한 것이다.

회사는 이 같은 성장에 기부금으로 화답했다. 2019년에는 0원이었던 금액을 지난 한 해 동안에만 69억원을 사회에 환원한 것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도 비슷하다. CDMO 사업으로 역대급 매출을 기록하며 1조 클럽에 들어간 이 회사는 2020년 2억 4,000만원의 기부금을 냈다. 기업 규모로만 봤을 때는 수치가 적을 수 있으나 2019년 100만원이던 것과 비교하면 무려 23958.00% 증가한 수치다.

케어젠은 지난해 마이너스 성장률에도 불구하고 기부금을 대폭 늘린 것으로 확인됐다. 이 회사는 지난해 603억원의 매출을 기록했지만 전년대비 6.81% 역성장 했다. 이런 상황에서도 기부금은 100만원에서 1억원으로 늘렸다.

씨젠과 함께 진단키트 시장을 이끌고 있는 바이오니아는 지난 한 해 동안 470.33%의 매출 성장을 이뤄내며, 기부금도 대폭 늘렸다. 300만원이었던 금액이 2억 8,000만원으로 증가한 것이다.

지난해 가장 핫한 기업 중 하나였던 셀트리온은 매출 성장률만 무려 1538.62%에 달했다. 기부금도 14억원에서 52억원으로 278.04% 증가했다. 다만, 이 회사는 30개 바이오기업 중 매출 성장률이 2위인데 반해 기부금 증가율은 이를 한참 따라가지 못했다. 매출 성장률 대비 기부금 지출은 인색했다는 뜻이다.

내츄럴엔도텍과 메드팩토, 에이비엘바이오는 지난해 처음으로 소액이지만 기부금을 낸 것으로 나타났다. 내츄럴엔도텍이 300만원, 메드팩토와 에이비엘바이오는 각각 100만원씩 기부했다.

이처럼 바이오기업의 기부금 지출은 뚜렷한 양극화를 보였다. 실제로 전체 기부 규모의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 셀트리온과 씨젠을 제외하면 2019년 17억원에서 지난해 23억원으로 고작 6억원 상승에 그쳤다.

더욱이 코로나19 사태 초기에는 사회적으로 대구·경북 지역과 의료진을 위한 사회공헌 활동이 활발하게 진행되면서 다수의 제약바이오기업들도 여기에 동참했다. 바이오기업의 기부금 지출 역시 일시적으로 소폭 증가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이다.

익명을 요구한 바이오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3~4월 전국적으로 ‘힘내라 대구·경북’, ‘덕분에 챌린지’ 등의 전개로 코로나19 위기 극복에 동참하는 기업이 줄을 이었다”면서도 “이 과정에서 바이오기업의 기부금 지출이 소폭 증가했을지는 모르지만 한시적이었다. 일부 기업을 제외하면 비약적인 매출 성장에도 불구하고 기부금은 제자리걸음을 유지하고 있거나 오히려 삭감된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바이오기업은 의약품을 팔아 수익을 내는 구조다. 제품 생산과정에서 발생하는 환경 문제와 그로 인해 건강에 미치는 영향으로 인해 사회적으로 높은 책임을 부여받는다”며 “제약바이오기업이 사회공헌활동에 적극 나서야 하는 이유다”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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