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 600억 시장, 화이자·노바티스·릴리 각자 무기로 ‘승부수’
‘시장 방어’ 입랜스…‘차별화’ 키스칼리·버제니오, 각자도생

▲ 게티이미지뱅크 사진 제공

유방암 치료제의 새로운 3파전에 관심이 쏠린다. 화이자와 릴리, 노바티스가 맞붙는 호르몬수용체 양성/HER2 음성 유방암 약 시장이다. 같은 계열이지만, 장단점은 분명하다.

26일 제약업계에 따르면 화이자의 ‘입랜스’(성분명 팔보시클립)의 시장에 일라이 릴리의 ‘버제니오’(성분명 아베마시크립), 노바티스의 ‘키스칼리’(성분명 리보시클립)가 올해 본격적인 처방 경쟁에 나선다.

이들 CDK4/6 억제 기전의 항암제는 공통적으로 ▲폐경 후(키스칼리는 폐경 전 포함) 여성에서 일차 내분비 요법으로서 아로마타제 억제제와 병용 ▲내분비요법 후 질환이 진행된 여성에서 풀베스트란트와 병용 적응증을 갖고 있다.

≫ 입랜스, 경쟁 제품을 만나다

호르몬수용체 양성/HER2 음성은 국내 전체 유방암의 70%가량을 차지할 정도로 환자 수가 많다. 하지만 HER2 양성 유방암 분야에서 ‘허셉틴’(성분명 트라스투주맙) 이후 효과적 치료제 개발이 이어지고 있는 것과 달리 표적치료제 개발은 더뎠다.

2015년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입랜스 허가는 호르몬수용체 양성/HER2 음성 유방암 치료의 새 패러다임을 몰고 왔다. 기존 호르몬 치료 뿐이던 옵션에 표적치료제가 더해지며 획기적인 무진행생존기간(PFS) 개선을 이룬 것.

입랜스의 허가임상에는 호르몬수용체 양성/HER2 음성 환자 666명이 참여한 PALOMA-2 연구가 사용됐다. 임상 결과 입랜스와 ‘레트로졸’(아로마타제 억제제) 병용군의 무진행생존기간은 27.6개월로 레트로졸과 위약 병용군의 14.5개월 대비 효과적으로 나타났다.

입랜스는 이 결과로 2016년 국내에 비교적 조기에 도입됐다. 2017년 11월에는 고가약 논란에도 보험급여까지 적용됐다. 급여 진입 직후인 2018년 입랜스의 아이큐비아 기준 매출액은 253억원까지 뛰었다. 이후에도 이 약은 2019년 437억원, 2020년 573억원의 판매고로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다만, 이 성장세가 올해도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2017년 FDA는 호르몬수용체 양성/HER2 음성 유방암에서 노바티스의 키스칼리(성분명 리보시클립)와 릴리의 버제니오(성분명 아베마시크립)를 잇따라 허가했다. 국내에서는 두 치료제 모두 2019년 허가됐다.

그 사이 입랜스는 내분비요법 후 질환이 진행된 환자의 2차 치료로 ‘풀베스트란트’(제품명 파슬로덱스)와 병용요법의 적응증 급여화를 모색하고 있었다.

문제는 파슬로덱스가 기존 호르몬 요법과의 비용효과성 문제로 급여 등재가 이뤄지지 않았던 것. 입랜스의 2차 치료 급여화는 ‘파슬로덱스’가 2019년 급여권에 진입한 후에야 논의를 시작해 지난해 6월 급여가 확대된다.

입랜스의 급여확대는 버제니오와 키스칼리에도 영향을 줬다. 같은 적응증을 보유하고 있던 두 치료제는 2020년 6월과 11월, 각각 1차 아로마타제 억제제 병용과 2차 풀베스트란트 병용 적응증 모두에서 급여권에 진입했다.

올해 본격화 되는 CDK4/6 억제제 시장 경쟁은 1차에서 판가름 날 것으로 예상된다.

2차 치료 시장에서는 입랜스의 1차 치료 급여 적용 이전, 호르몬 치료 후 재발한 환자로 국한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 1차에서 CDK4/6 억제제를 사용할 경우, 2차에서는 이 약을 사용할 수 없기 때문이다.

현장에서는 CDK4/6 억제제 병용요법을 초치료에 써도 급여가 되는 상황에서 호르몬 치료만 진행하는 환자는 극소수일 것으로 보고 있다.

≫ ‘작은 차이’가 처방 점유율 성패 가를까

올 본격적인 경쟁에 들어가는 유방암 치료제 시장은 어떻게 변할까. 가장 유리한 위치는 당연히 시장을 선점하고 있던 입랜스다. 하지만 키스칼리와 버제니오 또한 각 제품의 장점을 무기로 처방 점유율 확보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입랜스는 국내외에서 장기 데이터를 보유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충분한 데이터가 쌓인 만큼 안전성이 확보됐다는 설명이다. 국내 의료진의 처방 경험 또한 현장 수요에 강력한 동기를 부여할 수 있다. 또 하루 한 알 복용이라는 편의성과 위장관계 부작용이 거의 없다는 점도 강점이다.

하지만 국내 유방암 환자가 해외에 비해 비교적 젊은 층(40~50대) 발병이 많다는 점은 약점이 될 수 있다.

키스칼리의 경우 1차 치료에서 폐경 전과 폐경이행기 발병 환자까지 처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폐경 전 및 폐경이행기 호르몬수용체 양성/HER2 음성 유방암 환자 672명이 참여한 MONALEESA-7 연구에서 키스칼리·아로마타제 억제제 병용군은 42개월 기준 전체생존율이 70.2%로 위약·아로마타제 억제제 병용군의 46%에 비해 높은 개선을 보였다. 사망위험 또한 대조군 대비 29% 낮췄다.

작년 샌안토니오 유방암 심포지엄(SABCS 2020)에서 발표된 MONALEESA-7 장기 추적 결과에서도 키스칼리군은 전체생존기간(OS)이 58.7개월까지 연장된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열린 키스칼리 런칭 심포지엄에서 MONALEESA-7 연구의 제1 저자인 임석아 서울의대 교수(서울대병원 혈액종양내과)는 “키스칼리는 MONALEESA-3와 MONALEESA-7 임상연구를 통해 폐경 여부 및 내분비치료 병용요법과 관계없이 전체생존기간 개선을 입증한 유일한 CDK4/6 억제제”라고 밝혔다.

다만, ‘폐경 전’ 환자가 키스칼리를 사용할 경우 매달 호르몬 억제제인 졸라덱스 주사제를 투여해야 한다. 이 주사제는 상당한 고통을 유발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대신 입랜스와 버제니오를 폐경전 환자에게 처방하기 위해서는 난소절제술이 필요하다. 난소절제술을 받은 환자는 ‘폐경 후’ 환자로 분류되기 때문이다. 호르몬 억제제의 주기적인 투여와 난소절제술 가운데 의료진이 어떤 선택을 할지가 관건이다.

버제니오는 휴약기 없이 지속 치료가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입랜스와 키스칼리의 경우 21일 복용 후 7일간 휴약기를 가진다. 이 때 암세포가 자라날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버제니오는 없다는 뜻이다.

버제니오가 입랜스 및 키스칼리와 비교해 상대적으로 호중구 감소증이 적은 비율로 발현됐다는 점도 장점이다. 다만 버제니오의 경우 위장관계 이상반응은 타 제품 대비 높게 보고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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