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에 학회 측 비대면 요구…제약사, ‘울며 겨자 먹기’ 설치
藥, 대면영업 불가에 홍보 효과 ‘의문’…“돈만 나갈 뿐 효과 없어”
醫, 유인 행위 없어 관람 분위기 쾌적…“최신지견 습득은 아쉬워”

▲ 사진=메디코파마 취재진이 최근 열린 
▲ 사진=최근 열린 ‘제4회 아시아·태평양 심장대사증후군 국제학술대회(4th APCMS CONGRESS)’에서 무인으로 운영되고 있는 제약사 부스의 모습.

학술대회 기간 중 무인으로 운영된 제약사 부스. 이 전시 공간을 바라보는 온도차가 뚜렷하다. 의사들은 필요한 정보만 취득할 수 있다는 점에서 쾌적하다는 입장이지만 기업은 현장에서 대면 영업이 어려워 실질적인 홍보 효과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본격적인 춘계학술대회 시즌이 시작됐다.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전면 중단됐던 지난해와 달리 올해는 다양한 플랫폼을 활용하면서 예정일대로 정상 개최하는 분위기다. 특히 온·오프라인 형태를 병행한 ‘하이브리드(hybrid)’ 모델이 인기다.

제약사들의 부스 지원도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제약바이오협회의 CP가이드에 따르면, 하이브리드 학술대회는 오프라인 참석자로 인해 부스 설치의 필요성이 인정되는 경우 200만원(VAT 별도) 한도 내에서 지원이 가능하다.

문제는 일부 학회에서 이 무인 부스 운영을 제약사에게 요구하고 있다는 점이다. 비대면 운영으로 접촉을 최소화해 감염 확산을 막겠다는 이유에서다.

실제로 최근 하이브리드 방식으로 개최된 ‘제4회 아시아·태평양 심장대사증후군 국제학술대회(4th APCMS CONGRESS)’는 제약사 홍보부스를 무인으로 운영했다.

오프라인 행사장에는 노바티스, 다이이찌산교, 사노피, 암젠, 화이자 등 다국적사 뿐만 아니라 건일제약, 녹십자, 대웅제약, 대원제약, 부광약품, 삼진제약, 유영제약, HK이노엔, JW중외제약, 종근당, 한독, 한미약품 등 국내외 내로라하는 제약기업들이 참여하고 있었다.

고혈압, 당뇨, 이상지질혈증 등 대사증후군과 심혈관 질환을 주로 다루는 학술대회인 만큼 관련 치료제를 보유한 기업들은 대부분 홍보부스를 차려놓고 있었다.

그러나 이들 부스를 지키는 사람은 없었다. 학회에서 무인 운영을 요청했기 때문이다.

일단 관람객인 의사들은 무인 부스에 대해 긍정적인 평가다.

이날 학회에 참석한 한 의사는 “기존에는 유인 행위가 불편해 부스 관람이 꺼려졌다”면서 “무인으로 운영하는 부스의 경우 보고 싶은 곳만 보며 필요한 정보를 취득할 수 있다 보니 좀 더 쾌적한 관람이 가능해져 만족스럽다”고 말했다.

또 다른 의사도 “오히려 대면 영업 시 불필요한 정보 제공으로 인해 혼란만 가중되는 경우가 있었다”며 “무인 부스에도 제품 홍보 관련 유인물이 따로 비치돼 있어 정보 취득이 가능하다보니 굳이 대면 영업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긍정적인 효과도 있지만 아쉬운 점도 공존했다.

익명을 요구한 학회 참관객은 “기존에는 부스 상담을 통해 약제 관련 최신지견을 습득할 수 있었으나 무인으로 전환되면서 해당 약제에 대한 새로운 정보를 얻기 어려워졌다”며 “부스에서 지급하던 선물도 받을 수 없다는 점은 아쉽다”고 말했다.

제약사들은 코로나19 사태라는 특수성으로 인해 무인 운영의 필요성을 공감하면서도, 홍보 효과에는 의문을 제기하는 분위기다.

학회에 참석한 국내 제약사 한 관계자는 “학술대회 세션 중 자사 제품을 이용한 교수의 발표가 있어 참가했다. 학회에서는 무인으로 운영할 것을 요청해 부스에는 사람이 없다”면서 “정부 방역지침에 따라 오프라인 학술대회 참석자가 99명으로 제한돼 부스 관람객은 예전보다 더 줄어들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제약사가 학술대회에서 부스를 차리는 이유는 매출과 의사 관리 때문이다”라며 “처방권자와 대면하지 못한다면 당연히 매출 증대는 기대하기 어렵다. 무인 부스는 제약기업 입장에서 사실상 제품 홍보나 마케팅 효과를 내려놓을 수밖에 없는 무용지물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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