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AIDS, 최대 29만명 추가 감염…관련 사망자 15만명 발생 ‘경고’
전문가, “코로나 전담 인력 배치 및 타 의료서비스 병행 시스템 시급”
질병청, “간이검사소 확대 어려워…조기검진 활성화 방안 고려 중”

▲ 게티이미지뱅크 사진 제공
▲ 게티이미지뱅크 사진 제공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후천성면역결핍증후군(HIV/AIDS·에이즈) 환자 관리에 빨간불이 들어왔다. 보건소가 신종 감염병 사태에 역량을 집중하면서 HIV 무료 검사를 포함한 모든 의료서비스가 중단됐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에이즈의 경우 조기 진단 시 치료율이 높은 만큼 보건소의 업무 재개가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하지만 정부는 예산 문제를 이유로 당장 시행은 어렵다는 입장이다. 이미 지난해 하반기부터 에이즈 환자 관리의 필요성에 대한 목소리가 나온 상황에서 ‘늑장대응’ 비난을 피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국제연합(UN) 산하 에이즈 전담기구인 UNAIDS는 최근 코로나19로 인한 보건의료 서비스의 중단으로 인해 12만 3,000∼29만 3,000건의 추가적인 HIV 감염이 발생하고 약 6만 9,000∼14만 8,000 건의 에이즈 관련 사망이 늘어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세계 각국이 코로나19 대응에 보건의료 인프라를 집중시키면서 상대적으로 에이즈와 같은 감염병 대응은 사각지대로 내몰리고 있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국내에서도 이와 비슷한 사례가 발생했다. 지난해 9월 HIV 감염인 A씨는 경기 남부지역의 한 공장에서 일을 하다 엄지손가락이 절단됐지만, 20여 개의 병원에서 HIV 감염인이라는 이유로 수술을 모두 거부했다. 결국 A씨는 사고 후 13시간이 지난 뒤에야 서울 노원구의 한 병원에서 수술을 받았고, 현재까지 손가락을 굽힐 수 없는 상태인 것으로 알려졌다.

코로나19 전담 병원으로 지정된 공공 의료기관이 일반 진료 업무를 중단하면서 벌어진 일이다.

이 뿐만이 아니다. 신종 감염병 사태 장기화로 보건소에서 시행하던 HIV 무료 간이검사(익명검사 포함)가 중단되면서 에이즈 환자들은 사각지대에 놓여졌다.

앞서 정부는 지난 2019년 ‘후천성면역결핍증 예방관리 대책’을 발표하면서 HIV 검사를 2023년까지 전국 모든 보건소로 확대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HIV 무료 간이검사는 모든 과정이 익명으로 진행된다. 노출을 꺼리는 감염인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위해서다. 결과는 검사 후 20분 뒤 나오는데, 직접 또는 전화로 확인할 수 있다.

국내에서 익명으로 HIV 무료 간이검사를 받을 수 있는 곳은 보건소와 ISHAP(Ivan Stop HIV/ADIS·아이샵) 뿐이다. 일반 의료기관에서도 검사를 받을 수 있지만 비용이 소요되는 데다 익명 보장이 어렵다는 한계가 있다.

하지만, 신종감염병 사태 직후 보건소는 코로나19 검사와 방역에 역량을 집중하면서 HIV 무료 검사를 포함한 진료와 검사 업무를 모두 중단했다.

더욱이 한국에이즈퇴치연맹에서 운영 중인 아이샵의 경우 전국적으로 총 3곳(서울 2곳, 부산 1곳)에 불과한 데다 성소수자를 대상으로 한다는 점에서 일반인이 접근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HIV 무료 간이검사가 사실상 중단되면서 에이즈 환자 관리에 빨간불이 들어온 것이다.

전문가들은 지금이라도 보건소의 업무를 재개하고 한시적으로 간이검사소를 늘릴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익명을 요구한 감염내과 교수는 “에이즈는 조기 발견과 치료가 상당히 중요한 질병이다. 제때 치료만 이뤄진다면 높은 삶의 질을 보장받을 수 있다”며 “최근 진료한 환자의 경우 코로나19 사태로 보건소의 업무가 중단되면서 제때 검사를 받지 못해 병이 상당히 진행된 상태였다. 현재 예후는 좋지 않은 상황이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보건소가 코로나19 방역에만 역량을 집중하기에는 이미 장기화 됐다”며 “이제라도 신종 감염병 전담 인력을 따로 배치하고 에이즈 검사 등 다른 보건의료 서비스 업무를 병행하는 등 시스템을 개선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또 다른 감염내과 교수도 “에이즈퇴치연맹 등 민간단체를 활용해 한시적으로 익명검사소를 운영하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며 “코로나19 때문에 못 한다는 것은 면피용이다. 6.25 전쟁 중에도 학교를 가고 할 일은 다 했다. 코로나19와의 사투 중이라도 해야 할 일은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정부는 냉담한 반응이다. 예산 확보가 쉽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질병관리청 관계자는 26일 <메디코파마>와의 통화에서 “HIV 감염인 특성상 노출을 하기 싫어하기 때문에 익명검사를 운영 중이다. 간이검사소를 늘린다고 해서 해결될 문제는 아니다”라며 “예산 확보 문제 등으로 인해 지금 당장 시행할 수도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현재 보건소에서 코로나19 대응에 모든 역량을 집중하고 있어 에이즈 검사 관련 대응이 다소 원활하지 못할 수도 있다. 하지만 그 외 HIV 감염인 지원 업무는 잘 유지되고 있다”며 “지금과 같이 검사가 원활하게 이루어지지 못하는 상황에 대비하기 위해 조기검진을 활성화 할 수 있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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