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용 승인 62개국 인구 수만 32억명…EMA도 1단계 검증 완료
유럽 뚫으면 전 세계 수요 급증할 듯…최고 백신 반열 오르나
"EMA 승인 여부 관계 없이 국내 위탁생산업체 위상 견고할 것"

▲ 게티이미지뱅크 사진 제공
▲ 게티이미지뱅크 사진 제공

코로나19 백신 ‘스푸트니크V’의 글로벌 영향력이 갈수록 확대되면서 국내 위탁생산업체에 대한 기대감도 높아지고 있다.

지난 27일(모스크바 현지시간), 방글라데시 규제당국(DGDA)이 코로나19 백신 ‘스푸트니크V’를 긴급사용승인(EUA) 했다. 이에 따라 사용 승인 국가는 총 62개국으로 늘었다. 접종 가능한 인구만 32억 명이다.

올해 2월 기준 스푸트니크V는 아르헨티나, 헝가리, 볼리비아, 알제리, 몬테네그로, 파라과이 등 20개국 이상에서 접종이 시작됐다. 투여 대상자는 벌써 200만 명을 넘어선 상태다. 작년 8월 러시아 정부가 임상 1~2상 결과만으로 승인을 내주면서 그동안 미국과 유럽 등 선진 규제기관으로부터 찬밥 대접을 받아왔던 것을 감안하면 상당한 성과다.

이 같은 분위기는 최근 더 탄력을 받는 모양새다. 러시아국부펀드(RDIF)가 스푸트니크V의 치명적인 약점이었던 과학적 근거를 확보, 신뢰성을 대폭 끌어올리겠다는 의지를 드러내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 2월 영국 의학 학술지 랜싯에 스푸트니크V 예방 효과가 91.6%에 달한다는 연구 보고서를 공개한 데 이어 지난 19일에는 러시아인 380만 명의 예방 접종 효과가 97.6%에 달했다고 발표했다. RDIF는 내달 관련 연구 데이터를 의학 저널에 공개하겠다는 계획이다.

여기에 영국, 남아프리카 변이 바이러스에 대해서도 기존 백신보다 더 효과적이라는 최근 발표도 시선을 끌고 있다.

스푸트니크V 개발을 이끈 가말레야(Gamaleya) 연구소 알렉산더 긴츠버그(Alexander Ginsburg) 소장은 최근 인테르팍스 통신 인터뷰에서 “현재 세계에서 사용되고 있는 모든 백신 중 스푸트니크V가 영국 변이 바이러스를 중화하는데 가장 뛰어났다”면서 “남아공 변이 바이러스의 경우 항체 생성 반응은 다소 떨어졌지만 항체 감소는 다른 백신들보다 현저하게 낮은 수준이었다”고 언급한 바 있다.

특히 미국과 유럽에서 승인을 받은 기존 백신이 공급 부족과 부작용 문제로 논란이 되고 있는 점도 스푸트니크V를 부각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현재 화이자와 모더나 백신은 생산 물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아스트라제네카와 얀센 백신도 혈전 이슈로 안전성에 심각한 타격을 받으며 주춤하고 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미국과 달리 백신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유럽이 최근 스푸트니크V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최근 유럽의약품청(EMA)은 스푸트니크V에 대한 1단계 검증을 완료했다는 소식이다.

여기서 눈길을 끄는 것은 EMA의 적극성이다. 세계보건기구(WHO)와 함께 승인에 필요한 데이터를 현지에 가서 확보하고, 생산공정, 임상시험기관 등이 유럽 기준에 부합하는지 직접 확인하겠다는 속내를 숨기지 않고 있다. 스푸트니크V에 거는 기대감이 상당히 크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다.

업계에서는 EMA 승인 여부가 향후 글로벌 수요를 가늠할 변곡점이 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미국 식품의약국(FDA)과 함께 세계적인 의약품 평가·감독 기구로 평가받는 EMA 장벽을 넘을 경우 가치가 재평가되면서 ‘게임 체인저’로 부상할 가능성이 높다는 이유에서다.

특히 스푸트니크V 가격이 10달러 내외로 저렴하고 상온(2~8도) 보관이 가능한 데다 안전성 측면에서도 현재까지 크게 문제가 확인되지 않은 만큼 유럽을 필두로 글로벌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설령 EMA 승인이 늦어지더라도 효과성과 안전성에 심각한 문제가 발생하지 않는 한 글로벌 수요는 지금처럼 꾸준히 늘어날 것이란 관측이다. 기존 화이자와 모더나 백신은 비싼 가격과 콜드체인 시스템을 갖춰야 하는 태생적 한계가 있고, 아스트라제네카와 얀센 백신은 부작용 이슈에서 빠져나오기가 쉽지 않아 저개발국을 중심으로 한 틈새 시장을 계속 노려볼 수 있다는 것.

이에 따라 RDIF와 손을 잡은 국내 위탁생산 업체의 수혜 기대감은 당분간 이어질 것이란 관측이다. 기존 계약 물량과 더불어 유럽 승인 시 추가적인 계약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선진 규제기관에서 허가 받은 백신 대부분이 공급에 차질을 빚고 있는 데다 안전성 이슈도 불거지고 있다. 스푸트니크V가 유럽에서 승인 받을 경우 그 파급력은 상당할 것”이라며 “수요가 많아지면 RDIF도 위탁생산 규모를 늘려야 하는데 이미 다른 백신 개발사들이 관련 업체를 선점하고 있어 기존 10여개국의 파트너사와 추가 계약을 맺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백신 확보 협상력이 떨어지는 저개발국이 스푸트니크V 도입에 적극적인 상황이라 EMA 승인이 지연되거나 무산되더라도 국내 위탁생산업체의 위상은 크게 달라지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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