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상환자, 매월 간병비 300만원 이상 지출에 ‘가계 파탄’ 호소
‘애매모호’한 수가 지급 기준…병원은 경증 환자만 ‘골라 받기’
정부, 한계 인정…“중증도 따라 수가 차등 지급 방법 고려 중”

▲ 게티이미지뱅크 사진 제공
▲ 게티이미지뱅크 사진 제공

간호간병통합서비스 시범사업이 시행된 지 5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중증환자에게는 ‘그림의 떡’이다. 정부가 경증과 중증 구분 없이 배치된 간호인력에 따라 수가를 지급하면서, 일부 의료기관에서는 경증 환자 위주로만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매월 300만 원 이상의 간병비를 부담하고 있는 뇌혈관질환 등 와상환자들은 가계 파탄을 호소하고 있다.

하지만, 정부는 의학적으로 경증과 중증을 나누는 기준 자체가 명확하지 않아 구분이 어렵다는 입장이다.

간호간병통합서비스는 보호자 없는 병원, 즉 간호사와 간호조무사, 병동지원인력으로 구성된 전문 간호인력이 한 팀이 되어 환자를 케어하는 서비스다.

이 서비스는 2015년 중동호흡기증후군(MERS) 사태를 기점으로 필요성이 증가하면서 본격적인 시범사업으로 시행됐다. 현재는 간병비 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급성기 중심의 종합병원이나 상급종합병원을 중심으로 운영되고 있다.

서비스에 대한 환자 만족도는 매우 높았다.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2018 의료서비스경험조사’에서 간호·간병통합서비스에 대한 이용 환자 만족도는 80% 이상이었다.

그러나 현실에선 뇌혈관질환 등 와상환자들의 경우, 여전히 매월 300만 원 이상 되는 간병비를 부담하고 있는 것으로 <메디코파마> 취재를 통해 드러났다.

뇌출혈 수술 후 치료 중인 가족을 둔 김영미(가명) 씨는 “남편이 입원한 병원에서도 간호·간병통합서비스 병동을 운영 중이었지만 주로 암환자를 대상으로 하면서 이용은 불가능했다”며 “생계를 위해서는 어쩔 수 없이 개인 간병인을 고용할 수 밖에 없었는데 1일 12만 원씩 한 달에 360만 원을 간병비로 지출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부에서는 간호·간병통합서비스를 이용하면 간병비 부담이 완화될 것이라고 했지만 사실상 남편과 같은 환자는 이용하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라며 “실제로 혜택을 보는 환자들은 의사소통과 거동이 가능한 환자들인 것 같다. 정작 이 서비스가 절실하게 필요한 중증환자들은 이용할 수 조차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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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2019년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이 실시한 운영실태조사에 따르면 간호·간병통합서비스병동 입원환자의 53%만 돌봄이 필요하고, 47%는 자가관리가 가능한 환자였다.

더불어민주당 허종식 의원(보건복지위원회)도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간호·간병통합서비스 환자들의 평균 중증도가 중환자 기준에 한참 미치지 못한다고 지적한 바 있다.

당시 허 의원이 국민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간호·간병통합서비스를 받은 환자들의 평균 중증도는 간호활동을 기준으로 최저 0.31점 ~ 최대 0.89점이었으며, 일상생활수행능력 기준으로 최저 0.78점 ~ 최대 1.24점이었다.

이는 환자 중증도에 따른 중환자 기준이 간호활동 2점 이상이면서 일상생활 수행능력 3점 이상인 환자로 정하고 있는 것과 비교하면 한참 못 미치는 수치다.

이처럼 간호·간병통합서비스를 이용한 환자들이 경증환자에 집중된 데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간호·간병통합서비스지침에 따르면 ‘환자상태 중증도와 질병군에 제한이 없으며 간호·간병통합서비스 이용에 동의한 환자’로만 입원자격이 명시돼 있다. 즉, 입원환자의 중증도가 명확히 제시돼 있지 않다 보니 병원이 환자를 골라 받을 수 있다는 지적인 것이다.

더욱이, 수가 역시 중증도와 질병군이 아닌 간호인력 구성에 따라 차등 지급되면서 병원의 이 같은 행태에 불을 붙였다.

시민들은 간병비 부담을 완화해주겠다던 간호·간병통합서비스의 당초 취지를 유지하기 위해서라도 제도 개선이 시급하다는 주장이다.

앞서의 김 씨는 “의료기관 입장에서는 경증 환자와 중증 환자에 대한 비용 차이가 없다면 당연히 경증 환자를 선호할 수 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라며 “중증 환자도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유인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정부는 제도적 한계를 인정하며 중증도에 따른 차등 수가 지급을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보건복지부 보험급여과 관계자는 27일 <메디코파마>와의 통화에서 “간호·간병통합서비스는 정부가 강제하는 것이 아니라 의료기관들의 참여로 이뤄지고 있다보니 한계가 있다”며 “일부 병원의 경우 인력 확충 및 시설 확보 등을 이유로 상대적으로 덜 위중한 환자를 받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의료기관에서 중증 환자를 받을 수 있도록 간호인력 배치를 낮추고 중증도에 따라 수가를 차등 지급하는 방법을 고려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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