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도 접종률 40%에 방역 완화…"칠레 사례 반면교사 삼아야"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효과 76% 불과”…‘돌파 감염’ 따른 재확산 우려도
“사회적 거리두기 상향 조정 및 백신 접종 속도 만이 집단 면역 달성책”

▲ 게티이미지뱅크 사진 제공
▲ 게티이미지뱅크 사진 제공

정부가 백신 접종 완료자에 한해 방역 조치를 완화하겠다고 하자 전문가들은 ‘시기상조’라는 지적이다.

방역 모범국이라는 이스라엘조차 전체 인구의 40% 이상이 2차 접종을 완료한 후에 규제를 완화했는데, 우리나라는 이제 백신 접종률이 0.3%에 불과하다는 주장이다.

전문가들은 백신 접종 후 섣불리 방역을 완화했다가 확진자가 급증했던 칠레의 사례를 반면교사 삼아 접종 속도를 높이고 사회적 거리두기를 강화하는 것만이 집단 면역을 달성할 수 있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정부는 최근 코로나19 정례브리핑에서 5월 5일부터 예방접종 완료자에 대한 자가격리를 면제하겠다고 밝혔다. 예방접종 완료자는 백신별 권장 횟수를 모두 접종한 후 2주가 경과된 사람을 말한다.

이와 함께, 요양병원 및 시설 입소자도 예방접종을 완료하면 접촉 면회가 허용될 예정이다.

정부의 이 같은 계획에 전문가들은 걱정의 목소리가 크다. 4차 유행이 현실화되는 상황에서 방역 완화를 거론하는 것 자체가 부적절하다는 이유에서다.

더욱이 앞서 백신 접종을 시작한 외국의 사례만 보더라도 방역 완화는 잘못된 선택이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실제로 지난해 12월 말 백신 접종을 시작한 칠레는 빠른 접종 속도에 자신감을 얻어 1월부터 방역 조치를 완화했다. 여름휴가를 갈 수 있도록 허용했으며, 국경을 개방했다. 그 결과, 일일 확진자가 6,000~7,000명대에 이르는 최악의 상황에 직면하면서 결국 전면 봉쇄 조치를 내렸다.

이 외에도 영국과 이스라엘 등 접종 선도국들은 대부분 초반에 방역 의식이 해이해지면서 확진자가 급증하는 양상을 보였다.

고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김우주 교수는 30일 <메디코파마>와의 통화에서 “현재 무증상 감염자가 30%에 육박하면서 사회 전반으로 확산되고 있는 상황이다”라며 “방역을 완화하면 이동량이 늘어나 감염경로 불명의 확진자 수는 크게 증가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러면서 “외국의 사례에서 보듯 접종률이 높더라도 방역을 완화하는 순간 감염 확산세는 걷잡을 수 없게 된다”며 “본격적인 접종은 아직 시작도 안 했는데 김칫국부터 먼저 마시고 있는 형국”이라고 지적했다.

≫ 이스라엘 백신 접종률 40%에 방역 완화…‘한국은 이제 0.3%’

문제는 국내의 경우 백신 접종률이 저조한 상황에서 정부가 방역 완화 카드를 꺼냈다는 것이다. 실제로 우리나라 1차 백신 접종률은 인구 대비 5.5%에 불과하다. 2차 접종까지 완료한 사람은 16만 8,721명으로 0.3%의 극소수다.

최근 실외에서 마스크 탈의가 가능해진 이스라엘과는 대조적인 양상이다. 백신 모범국으로 꼽히는 이스라엘은 지난해 12월부터 백신 접종을 시작한 이후 확진자가 폭증하자 완전 봉쇄령을 내리며 접종 속도를 높였다.

그 결과, 이스라엘은 전 국민의 54%가 백신 2회 접종을 완료했으며, 실외 마스크 착용 의무도 해제하는 등 단계적으로 방역을 완화했다.

미국 역시 마찬가지다. 18세 이상 성인의 37%가 백신 접종을 마친 지난 27일(현지시간), 접종자는 붐비지 않는 야외에서 마스크를 쓰지 않아도 된다고 지침을 완화했다. 또 보육시설이나 요양시설, 기숙사처럼 공동생활을 하는 환경에서 일하거나 살더라도 코로나19 감염자·감염 의심자에 노출됐을 때 14일간 격리하지 않아도 된다.

백신접종 완료자가 0.3%에 불과한 우리나라에서 방역 완화 카드를 꺼낸 정부의 판단이 섣부르다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이다.

김우주 교수는 “이스라엘도 백신 접종률 40%가 넘은 후에야 단계적으로 방역 완화를 했다”며 “백신 접종을 꺼리는 젊은층을 끌어들이기 위한 ‘당근책’으로 방역 완화 카드를 꺼냈겠지만 외국에서 보면 비웃음을 살 일이다”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 AZ백신 예방효과 76%…‘돌파 감염’ 따른 재확산 우려도

우리나라의 경우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접종이 더 많다는 점에서 감염 확산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앞서의 이스라엘과 미국은 각각 화이자와 모더나의 백신을 접종했다. 화이자 백신은 접종 후 2개월까지 95%, 6개월까지 91%의 예방 효과가 있다. 모더나 역시 비슷하다.

반면, 아스트라제네카는 76%에 불과한 데다 6개월쯤에는 50%까지 예방률이 떨어진다.

이러한 상황에서 전 세계적으로 변이 바이러스가 속출하면서 이른바 ‘돌파 감염’(breakthrough infection) 사례까지 잇따르고 있다. 돌파 감염은 정해진 접종 횟수를 마치고 2주간의 항체 생성 기간이 지난 후에 감염되는 경우를 뜻한다.

미 질병통제예방센터(CDC)가 지난 16일 발표한 통계에 따르면, 미국에서 백신 접종을 끝낸 7,700만 명 가운데 약 5,800건의 돌파 감염 사례가 보고됐다.

의학 학술지 뉴잉글랜드저널오브메디신(NEJM)도 21일 펴낸 보고서에서 백신 접종을 완전히 마친 400여 명 가운데 코로나19에 감염된 2명의 사례를 소개하기도 했다.

화이자 백신을 접종하고도 돌파 감염이 된 만큼 76% 예방 효과에 불과한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은 돌파 감염이 더 쉽게 가능하다는 점을 추측할 수 있는 대목이다.

김우주 교수는 “우리나라는 미국이나 이스라엘과 달리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접종률이 더 높은 상황”이라며 “예방 효과가 낮은 만큼 국내 유입된 변이 바이러스에 의한 돌파 감염은 더 쉽게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돌파 감염이 된 경우 증상은 경미한 수준이다 보니 모르고 지나갈 수는 있지만 전염력은 있다”며 “문제는 이 사람들이 백신 접종을 믿고 여기 저기 이동할 경우 바이러스를 사방팔방 뿌리게 되고 이는 결국 확진자 급증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김 교수는 방역 완화 보다는 백신 접종 속도를 늘리고 사회적 거리두기를 상향 조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1차 접종률이 5.5%에 불과한 상황에서 방역을 완화한다는 것은 ‘뒷문 열어놓고 도둑 잡는 꼴’”이라며 “백신 접종과 사회적 거리두기를 동시에 해야 상승 효과를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사회적 거리두기를 상향 조정해 변이 바이러스가 확산되는 것을 막고 백신 접종 속도를 높여 집단 면역을 형성해야 코로나19를 이길 수 있다”면서 “백신 접종 속도도 빠르지 않은 상황에서 완화할 생각만 하는 정부가 제대로된 방역을 할 의지가 있는 것인지 모르겠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외국 사례를 타산지석으로 삼아 이제라도 사회적 거리두기를 상향 조정하고 백신 접종 속도를 늘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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