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네릭 시장 ‘극약’ 처방…중견제약사, ‘해독제’ 마련 분주
상위사, ‘총알’ 준비…특허만료 다처방 오리지널 선점 눈독

▲ 게티이미지뱅크 사진 제공
▲ 게티이미지뱅크 사진 제공

제네릭 위주의 국내 제약산업을 관통할 대형 규제 적용이 가시권에 들어왔다. 이제 관심은 제도가 본격화 된 이후 시장의 반응이다. <메디코파마>는 이번 규제 시행의 수혜 대상을 분석했다.

지난 4월 28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는 법안심사소위원회를 열고 제네릭 생산을 위한 단일 생물학적동등성(생동성) 임상시험 참여 업체를 4곳으로 제한하는 약사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생동성을 진행하는 수탁사 1곳에 위탁할 수 있는 업체를 3곳으로 제한하는 이른바 ‘1+3 공동생동 규제’ 법안이다.

이는 2018년 발사르탄 사태로 촉발된 정부의 ‘제네릭 종합대책’의 연장선이자 핵심 규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발사르탄 사태 당시 리콜된 의약품은 영국 2개 업체 5개 제품, 미국 3개 업체 10개 제품에 불과했지만, 국내에서는 54개 업체 115개의 제품에 달했다. 국내 제약산업의 제네릭 난립 문제가 여실히 드러난 사건이었다.

이후 정부는 계단식 제네릭 약가제도 개편과 공동생동 제한이라는 두 가지 굵직한 규제 정책을 내놓았다. 하지만 2020년 4월 대통령 직속 규제개혁위원회가 공동생동 제한 규제에 대한 철폐를 권고하면서 제네릭 종합대책은 한쪽 바퀴를 잃게 됐다.

이는 최근 바이넥스 등 일부 제약사의 제네릭 품질 문제가 발생하면서 다시 수면위로 떠올랐다. 국회가 중심이 된 입법인 만큼 공동생동 제한은 이제 막을 수 없는 흐름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공동생동에 대한 규제로 시장에서 이득을 볼 가능성이 큰 곳은 어딜까.

≫ 도 넘은 과당경쟁 해소되나…자금력 갖춘 상위제약사 수혜 기대

공동생동에 대한 규제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 2006년 생동성 임상 데이터 조작 사건의 후속조치가 2007년 시행된 바 있다. 당시 규제는 단일 생동성 시험에 참여 업체를 2개로 제한하는 내용으로 2010년 11월을 일몰기간으로 설정해 시행됐다.

다만 이 규제는 2년 만에 폐지된다. 제네릭 활성화 정책의 일환으로 생동성 시험 참여 업체 숫자에 제한을 두지 않기로 한 것.

당시 국내 상위제약사는 생동성 시험 규제 철폐에 반대했다. 영세제약사가 손쉽게 제네릭 허가를 획득하면서 과당경쟁에 따른 시장교란 현상이 발생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였다.

실제로 연간 생산액 10억 원 미만 영세 업체가 2010년 57개에서 2018년 107개까지 폭증했다. 2019년에는 단일 생동성 시험에 평균적으로 28종의 제네릭이 출시되는 기현상까지 발생했다.

이번 공동생동 규제로 자금력이 충분한 상위사들의 혜택이 예상된다. 특허가 만료되는 다처방 오리지널 성분에 자본을 투입해 생동성을 진행하고 경쟁제품이 줄어든 시장에서 수익을 거둬가는 구조에 대한 기대다.

이는 연구개발에 대한 투자가 전혀 없는 영세제약사의 수익을 상위사에 분배하는 효과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익명을 요구한 국내 상위제약사 한 관계자는 “상위사들은 대부분 이번 1+3 공동생동 규제를 환영하는 분위기”라며 “그간 제네릭이 난립하면서 시장이 교란되고 과당경쟁이 벌어지는 경향이 있었다. 이번 규제가 제네릭 품질을 높이고 R&D 투자금을 확보할 수 있는 기회가 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 중견제약사, 잇딴 생동시험 의뢰…제네릭 선점전 ‘2라운드’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최근 2년여 간 승인한 생동성 임상시험 결과를 살펴보면 다소 의외한 점이 눈에 띈다. 1+3의 1에 해당하는 생동성 시험 의뢰자에 상위 제약사 보다는 중견 제약사가 다수 포진해 있는 것.

 

식약처 의약품통합관리시스템에서 검색 가능한 2018년 10월 26일부터 현재(4월 29일)까지 생동성 시험 승인은 총 758건이다.

이 중 가장 많이 생동성 시험 승인을 의뢰한 곳은 휴온스와 동구바이오제약이다. 두 회사는 각각 총 28회의 생동성 시험 승인을 의뢰했다.

그 뒤로 2020년 한국콜마 제약사업부와 콜마파마를 인수한 제뉴원사이언스가 24회 승인을 신청했다.

이 외에도 생동성 시험을 10회 이상 신청한 중견사는 환인제약, 위더스제약, 프라임제약, 휴텍스제약, 경동제약, 마더스제약, 한국파마, 국제약품, 아주약품, 비보존제약, 테라젠이텍스, 삼진제약, 동광제약, 명문제약, 알리코제약 등으로 나타났다.

상위제약사 중 10회 이상 생동 시험 승인신청을 의뢰한 곳은 유한양행, 종근당, 제일약품 정도다.

중견제약사가 국내 생동성 시험을 이끌고 있다고 보는 배경이다.

생동성 시험을 다수 진행한 중견제약사 관계자는 “1+3 규제가 시행되면 생동성 시험은 더욱 중요해질 것으로 보고 있다”며 “그간 진행했던 임상 경험을 통해 새로운 제도에서 도약을 기대한다”고 밝혔다.

≫ 생동 시험, 병원 새로운 수익 모델 되나

1+3 공동생동 규제가 시행되면 자연스럽게 생동 시험 자체가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늘어난 생동 시험을 실시할 병원에도 수혜 가능성이 점쳐지는 배경이다.

현재 생동성 시험 실시기관은 특정 병원에 몰려있다. 승인된 758건의 생동성 시험 중 465건이 에이치플러스 양지병원에서 진행됐다. 전체의 60%에 육박하는 비중이다.

부민병원에서도 92회, 메트로병원 71회, 센트럴병원 65회, 베스티안병원 24회 생동성 시험을 수행했다. 대형 병원 가운데서는 충남대병원이 9회, 서울성모병원 5회, 전북대병원 4회로 나타났다.

 

생동성 시험이 큰 폭으로 증가한다면 기존 병원들은 물론 새로운 병원들도 이를 새 수익모델로 삼아 뛰어들 가능성이 있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1+3 공동생동 규제가 국내 제약산업이 안고 있던 제네릭 난립, 이로 인한 불법 리베이트 행위들을 줄이고 제네릭 생태계와 생동성 임상 발전을 건전하게 이끌 것으로 기대한다”면서도 “실제 현장에서 변화의 폭이 클 지는 아직 지켜봐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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