릭시아나 주도 가파른 성장 NOAC 시장, 오름세 ‘주춤’
엘리퀴스, 대법원 승소로 특허방어…제네릭 처방 흡수하나

▲ 게티이미지뱅크 사진 제공
▲ 게티이미지뱅크 사진 제공

규모 확대를 이어가던 비타민K 비의존성 경구 항혈전제 NOAC 시장의 성장세가 꺾였다. 이제 각사는 본격적인 처방 점유율 전쟁에 나서고 있다. 전쟁의 승패는 병원·의원급 처방에서 갈릴 것이란 예측이다.

4일 의약품 시장조사업체 유비스트에 따르면, 1분기 NOAC 시장 전체 원외처방액은 448억 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456억 원에서 소폭 줄었다.

NOAC은 심방세동 환자의 뇌졸중이나 색전증 위험을 줄이는 치료제로 2009년 바이엘이 자렐토(성분명 리바록사반)를 출시하며 국내 시장을 열었다.

이후 베링거인겔하임의 프라닥사(성분명 다비가트란), BMS·화이자의 엘리퀴스(성분명 아픽사반), 다이이찌산쿄의 릭시아나(성분명 에독사반)가 잇따라 출시됐다.

심방세동 환자의 증가와 신제품 출시로 이 시장은 2015년 345억 원에서 5년 만인 2020년 1843억 원까지 급성장했다.

다만 성장률은 2016년 132%, 2017년 44%, 2018년 32%, 2019년 18%까지 점차 떨어지다 2020년에는 3% 성장에 그쳤다. 올해는 마이너스 성장 가능성도 언급되고 있다.

NOAC 업계 관계자는 “현재 국내 NOAC 시장은 연간 2000억 원대까지 빠르게 성장했다. 지금까지는 와파린과의 경쟁이었다고 볼 수 있다”며 “앞으로는 제품별 경쟁이 더 치열하게 전개될 것으로 보고 있다”고 전했다.

≫ 최초 '마이너스' 성장 예견…NOAC 시대 끝났나

최근의 국내 NOAC 시장은 2016년 가장 늦게 출시된 릭시아나가 이끌었다. 이 약은 2016년 42억 원에서 2017년 179억 원, 2018년 340억 원, 2019년 599억 원, 2020년 640억 원으로 급성장했다.

릭시아나는 2018년 엘리퀴스를 넘어섰고 2019년부터는 국내에 출시된 NOAC 가운데 가장 많은 원외처방액을 기록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릭시아나의 성장을 두고 판매를 대행하고 있는 대웅제약의 역할에 주목했다. 글로벌 시장을 자렐토와 엘리퀴스가 양분하고 있는 상황과 국내 시장 구조가 전혀 다르기 때문이다.

또 일본계 제약사가 개발한 의약품인 만큼 임상 연구에 동양인이 다수 포함된 것도 국내 시장 선두에 오른 배경으로 꼽을 수 있다.

잘나가던 릭시아나도 올해는 주춤하는 모습이다. 1분기 이 약의 원외처방액은 158억1900만 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157억9700만 원 대비 0.1% 성장에 그친 것.

그나마 릭시아나는 성장을 유지했다. 자렐토와 엘리퀴스는 지난해 1분기 122억8300만 원, 122억8100만 원에서 올해 1분기 119억2400만 원, 107억7300만 원으로 마이너스 성장했다.

엘리퀴스의 제네릭(복제약)도 32억 원 처방되며 지난해 1분기 14억원 대비 판매고가 늘어났지만, 지난달 대법원 판결로 현재는 모두 판매를 중단한 상태다.

≫ 상급종합병원 처방 팽팽…병원·의원 처방 점유율서 승부

1분기 NOAC 시장 구조를 들여다 보면, 여전히 처방이 상급병원에 치중돼 있었다.

릭시아나의 경우 상급종합병원에서 나온 처방액은 66억9300만 원이었다. 엘리퀴스도 66억6300만 원, 자렐토는 57억4200만 원이었다. 릭시아나와 엘리퀴스의 1분기 전체 처방액 차이가 50억 원 이상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사실상 상급종합병원 처방은 차이가 없다고 볼 수 있다.

반면, 병원급과 의원급에서는 각 제품의 처방이 엇갈렸다. 릭시아나는 병원급과 의원급에서 각각 67억3300만 원, 23억9300만 원의 판매고를 올렸다. 전체 처방에서 병원급이 차지하는 비중은 42%, 의원급 15% 가량이다.

자렐토는 병원급과 의원급에서 46억1300만 원, 15억6800만 원을 기록하며 각각 39%, 13%로 나타났다.

엘리퀴스의 경우 상급종합병원 비중이 특히 높았다. 병원급에서 31억6000만 원, 의원급에서 9억300만 원만 처방되며 각각 30%, 8%에 그쳤다.

1분기 처방 구조로 볼 때, 상급종합병원 처방은 이미 각 제품이 나눠 가져간 만큼 향후 큰 폭의 변화가 발생하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결국 병원급과 의원급 처방 점유율을 두고 세 제품의 성패가 갈릴 것으로 보는 배경이다.

이제 관심은 병·의원급에서 약한 모습을 보이던 엘리퀴스의 대법원발 호재다.

≫ 대법원, 엘리퀴스 특허인정…의원급 제네릭 처방 가져올까

지난 4월 8일 대법원은 엘리퀴스의 물질특허를 인정하며 특허법원의 판결을 파기환송 시켰다. 엘리퀴스의 물질특허를 인정한 것이다.

이 특허등록무효 소송은 지난 2015년 BMS가 4개 제네릭 업체를 상대로 제기하면서 시작됐다. 2018년 특허법원은 엘리퀴스의 물질특허가 무효에 해당한다는 판결을 내렸다.

이에 제네릭 업체들은 2019년 일제히 제품을 출시했다. 현재 허가된 엘리퀴스 제네릭은 50여 종에 이른다. 엘리퀴스 제네릭 시장은 2019년 12억 원, 2020년 38억 원의 처방액을 기록했다. 이 가운데 제네릭이 강세를 보이는 병·의원급 처방이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

대법원 판결로 현재 모든 엘리퀴스 제네릭이 생산을 중단했다. BMS는 그간 엘리퀴스 제네릭으로 벌어들인 각 업체의 수익에 대한 손해배상 소송까지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향후 엘리퀴스가 제네릭 처방을 모두 흡수한다면 병원급과 의원급에서 약세를 보이던 지금까지와는 상황이 달라질 수 있다.

NOAC 업계 관계자는 “엘리퀴스의 경우 국내 판매대행사를 쓰고 있지 않는 데다 2019년 제네릭까지 출시되면서 그간 병원급, 의원급에서 어려움을 겪었다”며 “대법원 판결이 제네릭 처방 흡수로 직결된다고 볼 수는 없지만, 시장 판도는 변할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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