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가검사키트, 이달부터 시중 유통…전문가들 “정부 방역 포기했나”
무증상만 30%, 방역 정책 해이해질라…“확진자 기하급수적으로 늘 것”
“의료접근성 높아 민감도·특이도 떨어지는 자가검사 도입 불필요”

▲ 게티이미지뱅크 사진 제공
▲ 게티이미지뱅크 사진 제공

이달부터 자가검사키트가 시중에 풀렸다. 전문가들은 민감도와 특이도가 떨어지는 자가검사키트를 도입한 정부를 향해 ‘방역 포기’ 선언이라는 비판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확진자 수가 많지 않고 의료접근성이 높은 만큼 자가검사키트 도입은 불필요하다는 것이다. 더욱이 시민들이 자가검사키트를 이용한 진단 결과를 맹신할 경우 확진자 수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최근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코로나19 자가검사가 가능한 항원 방식 자가검사키트 2개 제품에 대해 추가 자료 제출을 조건으로 품목허가를 결정했다. 자가검사키트는 라벨링과 가격 책정 과정을 거쳐 우선적으로 약국에 공급됐으며, 오늘(7일)부터는 편의점을 통해서도 유통된다.

관건은 코로나19 바이러스를 잡아내는 키트의 정확도다.

자가검사키트는 콧속(비강) 도말 검체에서 바이러스 항원을 검출하는 방식으로 의료진 도움 없이 개인이 검체를 채취하고 감염 여부를 15분 내외로 확인할 수 있다.

그러나 소량의 바이러스만 있어도 확진자를 가려낼 수 있는 유전자 증폭 검사(PCR)와 달리, 자가검사키트는 정확도가 상당히 낮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식약처 역시 자가검사키트를 허가하면서 사용 대상에 ‘무증상자보다 증상이 있거나 역학적 연관성이 있는데도 유전자 검사를 하기 어려운 경우 등에 보조적으로 사용’하라고 명시했다. 제품의 원리와 한계 때문에 바이러스 농도가 적은 무증상자는 결과를 확인하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결국 무증상자를 찾아내기 위해서는 PCR 검사를 받아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고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김우주 교수는 최근 <메디코파마>와의 통화에서 “환자가 폭발적으로 발생해 PCR 검사가 감당이 안 될 경우에는 자가검사키트의 도입을 검토할 수 있다. 그러나 현재 국내 상황에서는 불필요하다”면서 “외국에서 쓰니까 우리도 써야 한다고 하지만 미국 정부가 나서서 자가검사키트를 권고하지 않는다. 선무당이 사람 잡는 꼴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집에서 검사한 결과 양성이 나오면 PCR 검사를 또 받아야 한다. 음성이 나와도 증상이 계속되면 결국 PCR 검사를 받아야 한다”면서 “어차피 PCR 검사를 받아야 하는 것이라면 자가검사키트를 쓸 필요가 없는 것 아니냐”고 반문을 제기했다.

강남성심병원 감염내과 이재갑 교수도 “우리나라는 외국에 비해 확진자 수가 많지 않고 의료접근성이 높은 편이다. 민감도와 특이도가 떨어지는 자가검사키트를 굳이 써야될 이유를 모르겠다”면서 “약국에서 판매한다고 진단키트를 사러 갈 상황이면 선별진료소 가서 검사를 받는 게 더 효율적이다”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자가검사키트 도입이 감염자 수를 증폭시키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김우주 교수는 “국민 입장에서는 선별진료소에 가지 않고 집에서 진단하고 빠른 시간 내에 결과를 확인할 수 있다는 점에서 자가검사키트 도입은 솔깃할 수 밖에 없다”며 “이로 인해 시민들의 선별진료소 이용은 줄어들 것이다. 검사자 수가 줄어들면서 확진자 수도 감소하는 것처럼 보이는 착시 효과가 나타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자가진단키트에서 음성이 나왔다고 안심한 시민들의 이동량은 급격하게 증가할 것이다. 추후 위음성으로 밝혀져 확진될 경우 감염자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수 있다”며 “가짜 음성이 나온 확진자들이 다시 검사 받으러 올 가능성보다는 오히려 감염원을 못 찾게 될 가능성이 더 크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자가검사키트는 국민 개개인이 비용을 부담해야 하는 것이다. 정부가 해야 할 방역 조치를 국민한테 떠넘기고 있는 것”이라며 “사실상 정부가 방역을 포기한 것 아니냐”거 비판했다.

전문가들은 이제라도 선별진료소를 확대하고 검사량을 늘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재갑 교수는 “무증상 감염자가 30%에 육박하는 상황에서 자가검사키트 도입은 오히려 무증상 감염자를 더 양산할 우려가 있다”며 “선별진료소를 늘리고 검사량을 확대하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우주 교수도 “어차피 자가진단키트로 검사한 후에는 PCR 검사를 받아야 하는데 굳이 그럴 필요가 있느냐”며 “지금은 사회적 거리 두기를 올리고 PCR 검사를 기반으로 하는 수도권 임시선별검사소를 전국 광역시·도로 확대해 감염자를 줄이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저작권자 © 메디코파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