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약업계, QC·QA 인력 충원 추진…약사 채용 확대 분위기
산업계 외면하는 약대생…대우 개선 등 유인책 마련 절실
긴급상황서 전문성 차이 극명…“제약사 인식 전환 필요”

▲ 게티이미지뱅크 사진 제공
▲ 게티이미지뱅크 사진 제공

의약품 불법제조 문제가 불거지면서 산업약사의 역할이 확대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최근 산업계에서 관련 인력 확충을 통해 똑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드러내고 있는데 이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필요한 인력이라는 이유에서다. 그동안 약사 인재 채용에 적극적이지 않았던 제약사들의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이다.

한국제약바이오협회가 지난 12일 ‘민관 합동 의약품 품질관리 혁신 전략회의’에서 의약품 제조소의 품질관리(QC) 및 품질보증(QA) 인력 충원을 추진하겠다고 밝히면서 산업약사의 역할론이 부각되고 있다. 관련 업무를 효과적으로 수행할 수 있는 더할 나위 없는 직능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케미칼 의약품을 생산하는 제약사의 경우 제조와 품질 부분에서 반드시 약사를 고용해야 한다. 그러나 현장에서 근무하고 있는 산업약사들은 의약품 제조·생산 과정에서의 문제점을 짚어내기가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고 토로하고 있다.

담당자 변경에 따른 내부 인수인계 절차나 시스템이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은 곳이 많은 데다 약사 출신 인력도 턱없이 부족하다는 것. 즉 품목허가 이후 시간이 지나면서 조금씩 달라진 제조·생산 히스토리를 일일이 확인하기가 어려운 구조라는 얘기다. 의약품 불법 제조가 장기간 이뤄지더라도 쉽게 적발되기 어려운 이유다.

제약업계에 몸 담고 있는 A 약사는 “제약사가 품목허가대로 제품을 제조·생산하고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서는 담당자가 시간을 내서 일일이 확인을 해야 한다”며 “하지만 안전성 등의 문제가 불거지지 않는 한 굳이 제약사가 이러한 지시를 내릴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다만 “이번에 불법제조 이슈가 워낙 크게 부각된 상황이라 개별 제약사들이 경각심을 갖는 분위기는 분명히 감지되고 있다”며 “최근 상당수 업체에서 허가증대로 제조·생산되고 있는지 면밀히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로 인해 의약품 품질관리 및 품질보증 관련 업무 인력에 대한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지만 산업계 진출을 희망하는 약사는 여전히 많지 않다. 의무적으로 고용해야 인력도 턱없이 부족한데다 대우도 형편없어서다.

제약업계 한 관계자는 “제약사 경영진들이 의약품 품질관리를 위해 제조관리약사에 대해 제대로 대우하고, 영입하려는 의지를 갖고 있었는지 뒤돌아봐야 한다”면서 “특히 우수한 약대 졸업생들이 제약사로 진로를 결정하려고 해도 연봉 측면에서 병원보다 적다 보니 이 분야를 선택하는 경우가 극히 드물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관련 업무 인력을 채용할 때 경영 효율성보다는 전문성을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품질관리 및 품질보증 업무에 종사하는 인력 상당수가 인건비가 상대적으로 저렴한 비약사 출신인데 이러한 분위기가 전반적으로 개선돼야 한다는 주장이다.

앞서의 관계자는 “비약사와 약사의 업무 역량에 큰 차이가 난다고 볼 수는 없지만 안전성 등의 문제가 발생할 경우 약사 출신들이 좀 더 빠르게 파악하고 대응할 수 역량을 갖고 있다고 본다”며 “하지만 이러한 부분이 수치적으로 명확하게 확인되는 것이 아니라 제약사들이 인건비를 중요한 채용 기준으로 보고 있는 같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의약품 불법제조 이슈를 계기로 제약사 경영진들이 의약품 품질관리 업무 인력에 대한 인식 전환이 있었으면 한다”며 “제약바이오협회가 주도적으로 나서 혁신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나선 만큼 우수한 약사 인재들이 산업계에 뛰어들 수 있는 토대가 조성됐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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