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분기 원외처방액 10% 내외 증가…은행엽엑스는 소폭 확대 그쳐
상반기 급여재평가 앞두고 보험 축소 우려…“장기 처방 이뤄진 듯”

▲ 게티이미지뱅크 사진 제공
▲ 게티이미지뱅크 사진 제공

급여 재평가 대상으로 지목되면서 시장 퇴출 위기에 직면했던 약제들이 오히려 지난 1분기 처방량이 급증했다. 특히, 비티스비니페라(포도씨 및 포도엽 추출물) 성분의 일부 품목은 올 들어 급격하게 매출이 늘어났다.

20일 의약품 시장조사자료 유비스트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급여 재평가 대상으로 지목된 5가지 성분 제제의 원외 처방액이 327억 원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년 동기 대비 6.04% 늘어난 규모다.

앞서 보건복지부는 지난 2월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를 통해 2021년 상반기에 실시할 급여적정성 재평가 대상 성분 5개를 공개했다. 선정된 성분은 ▲비티스비니페라(포도씨 및 포도엽 추출물) ▲아보카도-소야 ▲은행엽엑스 ▲빌베리건조엑스 ▲실리마린(밀크씨슬추출물) 등이다.

이들 5개 성분은 98곳의 제약사에서 157품목이 생산되고 있으며 시장 규모만 연간1,661억 원에 달한다.

이 중 ‘비티스비니페라 성분의 원외처방액은 1분기 232억 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14.28% 증가했다.

정맥림프 기능부전과 관련된 증상개선 및 유방암 치료로 인한 림프부종 등에 사용되는 이 제제는 한림제약의 ‘엔테론’, 아주약품의 ‘안탁스’가 대표 품목으로 꼽힌다.

시장에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엔테론의 경우 올해 1분기 처방액만 117억 원에 달했다. 전년 동기 대비 38.37% 확대된 규모다.

또 지난해 처방액이 200만원에 불과했던 에이프로젠제약의 비티페라는 올 1분기에만 3,900만 원이 처방되며 판매고가 2000% 가까이 급증했다.

특히 작년 처방액이 0원이었던 일화의 ‘비탁스’, 삼성제약 ‘삼티스’, 한국프라임제약 ‘안토라민’, 하나제약 ‘안토원’의 경우 올해는 각각 1억 원, 1,200만 원, 7,600만 원, 2억 원을 기록했다.

간 기능 개선에 효과가 있다고 알려진 기능성을 가진 실리마린 성분 제제는 전년 동기 대비 11.72% 늘어나면서 21억 원의 외래 처방이 이뤄졌다.

한올바이오의 ‘하노마린’은 6억 6,700만 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보다 38.15% 증가했다. 대원제약 ‘레가셀’도 4억 8,900만 원으로 6.63% 늘었다.

아보카도소야 성분 제제는 종근당의 ‘이모튼’이 유일하다. 이 성분은 골관절염과 치주질환에 의한 출혈 및 통증 치료용도로 사용되고 있다. 이모튼의 1분기 처방액은 115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8.9% 증가했다.

당뇨병에 의한 망막변성, 눈의 혈관 장애, 야맹증을 개선하는 빌베리건조엑스 성분의 제제도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5.61% 성장했다.

이 중 씨엠지제약의 ‘레티룩스’와 풍림무약의 ‘리치큐’는 처방액이 각각 48.31%, 27.45% 증가하면서 매출이 눈에 띄게 불어났다. 이 성분의 대표 품목인 국제약품의 ‘타겐 에프’도 전년 동기 대비 1억 4,800만 원(5.58%) 늘어난 28억 원의 처방액을 기록했다.

반면, 5가지 성분 중 가장 주목받던 은행엽엑스의 처방액은 소폭 증가하는데 그쳤다. 이 성분의 제제는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0.67%(6,700만 원) 늘어났다.

이명(귀울림), 두통, 기억력감퇴, 집중력장애, 우울감, 어지러움 등의 치매성증상을 수반하는 기질성 뇌기능장애에 대해 적응증을 갖고 있는 은행엽건조엑스는 SK케미칼의 ‘기넥신에프’와 유유제약의 ‘타나민’이 대표 품목이다.

타나민의 올해 1분기 원외처방액은 29억 6,300만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7.41% 증가했으며 기넥신에프는 0.45% 성장에 머물렀다.

이 외에도 한화제약 ‘세보칸’이 1억 7,300만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원외처방 대비 4,600만 원(36.41%) 증가했다. 대우제약 ‘징카신은’은 23.15% 판매고가 늘어났다.

흥미로운 점은, 정부의 급여 재평가 대상 약제로 선정돼 퇴출 위기에 직면했던 이들 성분의 처방량이 오히려 더 늘어났다는 점이다.

일각에서는 이 현상에 대해 사전 장기 처방을 이유로 보고 있다. 추후 급여 재평가로 인해 보험가에 약을 쓰지 못할 경우를 대비해 미리 처방을 끌어 받으면서 1분기 처방액이 급증했다는 것.

익명을 요구한 제약업계 관계자는 “급여 재평가 대상이 된 제품이더라도 일부 품목의 경우 처방량이 꾸준히 증가했던 만큼 매출 상승은 예견된 일이었다”면서도 “하지만 판매고가 저조했던 일부 품목의 처방액이 늘어났다는 것은 급여 축소를 우려한 의료기관이 사전에 장기 처방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고 해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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