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스트라제네카 ‘포시가’, 베링거인겔하임 ‘자디앙’ 시장 양분
1분기 단일제 시장 팽팽…메트포르민 복합제 시장도 격차 줄어
SGLT-2i·DPP-4i 병용급여 ‘초읽기’…큐턴-에스글리토 시장 열리나

▲ 게티이미지뱅크 사진 제공
▲ 게티이미지뱅크 사진 제공

이제는 차세대 기전이 아닌 경구 당뇨병 치료의 핵심으로 자리 잡고 있는 SGLT-2 억제제. 처방량이 늘어난 만큼 시장 경쟁도 더욱 치열해지고 있다.

그간 아스트라제네카의 포시가(성분명 다파글리플로진)가 앞서나갔지만, 이제는 베링거인겔하임의 자디앙(성분명 엠파글리플로진)과 시장을 양분한 모습이다.

메트포르민 성분을 합친 복합제에서도 베링거인겔하임의 자디앙듀오가 성장 속도를 높이면서 아스트라제네카의 직듀오와 격차를 좁히고 있다.

이 상황에서 SGLT-2 억제제와 DPP-4 억제제 병용처방이 국민건강보험 적용이라는 호재가 기다리고 있다.

아스트라제네카와 베링거인겔하임의 SGLT-2 억제제 3차전은 DPP-4 억제제와 SGLT-2 억제제 두 성분을 합친 복합제 시장에서 판가름 날 것으로 보인다.

≫ 포시가-자디앙, 분기 원외처방액 격차 1억 원 안쪽으로

20일 의약품 시장조사자료 유비스트에 따르면 1분기 포시가의 원외처방액은 91억3,000만 원, 자디앙은 90억6,000만 원으로 나타났다.

포시가가 지난해 1분기 87억9,000만 원 대비 3.8% 성장하는 동안 자디앙은 8.5%(1분기 83억5,000만 원) 판매고를 늘리면서 그 격차는 1억 원 안쪽으로 좁혀졌다.

포시가는 2014년 6월 국내에 처음 출시된 SGLT-2 억제제이다. 2016년 5월 자디앙이 출시되기까지 2년가량 시장을 선점했다.

자디앙은 출시 후 4년이 지난 작년 9월 처음으로 월별 원외처방액에서 포시가를 넘어섰다. 이후 월별로 선두가 바뀌는 양상이다.

글로벌시장은 국내 상황과 다르다. 자디앙이 포시가에 비해 더 많은 매출액을 기록하고 있다. 본사 연례보고서 기준으로 지난해 자디앙의 글로벌 매출액은 3조4,327억 원(24억8,000만 유로)로 포시가의 2조2,293억 원(19억5,900만 달러)을 크게 앞선다.

이 같은 글로벌 처방 구조는 2015년 베링거인겔하임이 발표한 EMPA-Reg과 그 후속 연구 결과에 따른 것으로 볼 수 있다. 자디앙은 이 임상에서 심혈관계 혜택을 입증하는 결과를 얻었다.

이 연구 결과로 미국·유럽 등 주요 당뇨병치료 가이드라인에는 자디앙을 심혈관계 고위험군에 처방할 것을 권고하는 내용이 담기기도 했다.

2018년 포시가 역시 심혈관 관련 대규모 임상 연구인 DECLARE-TIMI를 발표했지만, 혜택 입증에는 실패했다. 저위험군 환자를 대거 포함시키는 과감한 연구 디자인을 선택한 것이 통계적 유의성을 달성하지 못한 원인으로 꼽힌다.

다만 포시가는 2020년 미국 식품의약국(FDA)로부터 박출률 감소 심부전(HFrEF) 치료제 적응증을 획득한 데 이어 지난 4월에는 만성 신장병 치료제 적응증을 허가 받았다.

반면 자디앙은 아직까지 FDA로부터 새로운 적응증에 대한 허가를 획득하지는 못 했다. 심부전과 신장병 분야에서는 포시가가 앞서나가고 있는 모습이다.

국내에서도 포시가는 지난해 12월 심부전 적응증을 획득하며 처방권에 진입했다.

≫ DPP-4i 병용처방, 급여권 진입 초읽기…복합제 시장 ‘새 국면’

SGLT-2 억제제 성분을 포함하는 복합제 시장에서도 두 회사는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포시가와 메트포르민을 합친 제품인 직듀오는 2016년 국내 시장에 출시됐다. 2017년 50억7,000만 원이던 이 약의 원외처방액은 1년 만에 120억9,000만 원까지 성장했다.

2019년에는 206억3,000만 원으로 연간 원외처방액 200억 원을 돌파했고 2020년 286억3,000만 원까지 처방 규모를 확대했다.

자디앙듀오는 출시 초반 힘을 쓰지 못 했다. 2017년 10월 출시된 이 약은 2018년 24억1,000만 원의 원외처방액을 기록하고 2019년 72억7,000만 원까지 성장했지만, 직듀오의 판매고에는 한참 못미쳤다.

그러나 자디앙듀오의 원외처방액은 지난해를 기점으로 큰 폭으로 늘어나고 있다. 2020년 157억6,000만원의 원외처방액을 기록한 이 약은 올해 1분기 49억6,000만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58% 성장했다. 경쟁제품인 직듀오의 이 기간 성장률은 18.8%였다.

SGLT-2+메트포르민 복합제의 성장은 다소 의외의 결과로 볼 수 있다.

최근 <메디코파마>와 만난 상급종합병원 내분비내과 교수는 “국내에서는 메트포르민과 DPP-4 억제제로 혈당 조절이 안 될 때 SGLT-2 억제제나 설포닐우레아(SU), 티아졸리딘디온(TZD) 등을 추가하는 처방이 일반적”이라고 설명했다.

메트포르민+SGLT-2 억제제 복합제 처방 증가는 3제 처방에서 DPP-4 억제제가 SGLT-2 억제제 대비 비급여 가격이 낮은 경향이 반영된 것일 수 있다.

현재 SGLT-2 억제제와 DPP-4 억제제를 동시에 처방할 때 1개의 품목은 비급여 가격을 지불해야 한다. 예를 들어 3제 혈당강하제를 처방할 때, DPP-4 억제제+메트포르민 제품을 쓴다면 SGLT-2 억제제가 비급여로, SGLT-2 억제제+메트포르민 제품을 사용한다면 DPP-4 억제제가 비급여가 된다. 이때 비급여 약가가 DPP-4 억제제가 낮다는 것.

실제로 보험상한가로 비급여 비용이 책정된다고 봤을 때, DPP-4 억제제가 최대용량 기준 1일 700원대 초반, SGLT-2 억제제는 700원대 후반에서 800원대 초반 수준이다.

다만 이런 고민은 조만간 사라질 것으로 보인다. 정부가 SGLT-2 억제제와 DPP-4 억제제, TZD 계열까지 당뇨병 치료 경구제의 병용처방 급여를 전면 허용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본지 3월 16일자 보도 : 먹는 당뇨약 ‘새 국면’…병용처방 건강보험 적용 ‘가시권’]

병용처방 급여화가 이뤄진다면 아스트라제네카와 베링거인겔하임은 또 다른 복합제 시장에서 맞붙을 수 있다.

아스트라제네카는 포시가에 DPP-4 억제제 성분인 온글라이자(성분명 삭사그립틴)를 합친 ‘큐턴’, 베링거인겔하임은 자디앙에 트라젠타(성분명 리나그립틴)을 합친 ‘에스글리토’를 보유하고 있다.

두 제품은 2017년 3월 동시에 허가를 획득했다. 보험급여 문제로 아직 시장에서 처방은 이뤄지지 않는 상태다.

두 회사는 DPP-4 억제제·SGLT-2 억제제 병용요법 급여화 직후 해당 제품들을 시장에 출시할 것으로 예상된다. 3차전으로 볼 수 있는 이 시장에서 두 회사의 성적표에 이목이 쏠린다.

당뇨병치료제 업계 관계자는 “병용처방 급여는 당뇨병으로 오랜 기간 약가를 지불해야 하는 환자들에게 직접적인 혜택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면서도 “업계에서는 SGLT-2 억제제의 처방이 늘어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현재로선 복합제 시장에 어떤 변화가 있을지 미지수”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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