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제약바이오 2021년 1분기 실적 해부(上)
외형성장은 절반이 부진...영업이익도 3곳 중 1곳만 ‘증가’
유한·대웅·JW중외·씨젠·삼바·SK바이오·휴젤, 수익성 ‘급등’

국내 제약바이오기업들이 1분기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일부 대형사와 진단기기 업체를 제외하곤 당초 기대치에 한참 못 미치는 수준이었다.

제약바이오기업 5곳 중 2곳은 전년 대비 매출이 줄었고 절반이 넘는 회사들은 영업이익이 쪼그라들었다.

특히 바이오 중심의 하위권 기업 대다수는 이익 난 곳을 찾기 힘들 정도로 적자에 시달렸다. 팬데믹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상당수 중소기업이 수익성 문제를 드러낸 것이다.

<메디코파마>는 2021년도 1분기 경영실적을 발표한 상장 제약바이오기업 120곳의 공시자료를 분석했다.

 

☞  <상장 제약바이오사 2021년 1분기 실적 현황> 전체 표 내려받기는 최하단에 박스를 클릭해주세요.

≫ 국내 제약사 10곳 중 7곳은 수익성 ‘악화’

전체 120개 제약사 중 70곳 만이 전년 1분기 대비 외형 성장에 성공했다. 나머지 50개사는 외형이 쪼그라들거나 매출이 증가했어도 수익성을 담보하기 위한 최소 성장률인 5%의 벽을 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수익성 악화를 보인 곳도 전체의 68%(82곳)에 달했다. 이들 기업은 영업이익이 줄어들었거나 적자를 낸 곳들이었다. 대표적으로 부광약품, 현대약품, 대원제약, 조아제약, 영진약품 등 16개사가 영업이익이 적자전환 했으며 44개사는 당기순손실을 냈다.

전반적인 부진 속에서 돋보인 곳도 있었다. 유한양행, 씨젠, 진양제약, 대웅제약, 휴젤, 셀트리온제약 등 9개사는 수익이 두 배 이상 늘어났다. SK바이오사이언스, JW중외제약, 이연제약, 명문제약, 제넥신, 바이오니아, 차바이오텍, 셀루메드, 메타바이오메드, 피씨엘 등 10개사는 영업이익이 흑자전환 했다.

≫ 제약바이오 10개사 1Q 매출 2,500억원 웃돌아…’1조 클럽’ 유력

1분기 매출 1,000억원 이상을 달성한 곳은 20개사로 확인됐다. 매출 1위는 셀트리온으로 전년 동기 보다 23% 늘어난 4,570억 원을 기록했다.

전통 제약사 중에는 유한양행이 3,790억 원으로 수위를 지켰다. 이 외에도 셀트리온헬스케어(3,563억원), 씨젠(3,518억원), 종근당(3,119억원), 광동제약(2,941억원), GC녹십자(2,822억원), 한미약품(2,703억원), 대웅제약(2,696억원), 삼성바이오로직스(2,608억원) 등이 최상위권 그룹에 이름을 올렸다.

이들 기업은 1분기 2,500억 원 이상의 매출을 기록한 만큼 올해도 1조 클럽 입성이 유력해졌다.

≫ 대형제약사 실적 ‘희비’…유한·중외·대웅 상승세 ‘주목’

1분기 매출 규모 400억원 이상의 상위 제약사 34곳 중 절반은 수익성이 전년보다 호전된 것으로 나타났다. 나머지 17곳은 적자거나 영업이익이 감소했다.

영업이익을 가장 많이 낸 곳은 셀트리온이었다. 이 회사는 전년 동기 대비 73% 늘어난 2,077억원의 영업이익을 달성했다.

이어 씨젠(영업이익 1,939억원, 전년比 388%↑), 삼성바이오로직스(743억원, 19%↑), SK바이오사이언스(537억원, 흑자전환), 한미약품(300억원, 4%↑), 휴젤(295억원, 139%↑), 콜마비앤에이치(284억원, 18%↑), 대웅제약(226억원, 305%↑), 동국제약(196억원, 1%↑), 바이오니아(181억원, 흑자전환), 유한양행(139억원, 1194%↑), 휴온스(136억원, 20%↑) 등이 100억원 이상의 영업 흑자를 기록했다.

이 외에도 JW중외제약(영업이익 94억원, 흑자전환), 셀트리온제약(96억원, 120%↑), 일양약품(82억원, 20%↑), 동화약품(51억원, 89%↑), 차바이오텍(50억원, 흑자전환) 등이 양호한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반면, 수익성 부진에 시달린 곳도 있었다.

셀트리온헬스케어는 올 1분기 315억원의 영업이익을 냈지만, 작년 기록했던 558억원 보다 수익이 44% 쪼그라들었다. 이런 가운데 그룹 내 셀트리온은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합격점을 받았다. 두 회사 간 괴리가 더 벌어질 경우, 향후 셀트리온그룹의 재고 논란 이슈를 재점화하는 단초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는 공매도 세력에게도 명분으로 작용할 수 있는 만큼 시장 참여자들의 주의가 요구된다.

이 외에도 보령제약(영업이익 108억원, 전년比 20%↓), 광동제약(85억원, 23%↓), 삼진제약(75억원, 28%↓), 하나제약(57억원, 19%↓), GC녹십자(50억원, 19%↓), 신풍제약(11억원, 46%↓), 동아에스티(9억원, 98%↓), 경보제약(6억원, 71%↓) 등은 외형과 영업이익 모두 감소하면서 ‘어닝 쇼크’를 기록했다. 또 일동제약(-137억원), 대원제약(-23억원), 영진약품(-20억원), 제일약품(-8억원) 등은 영업 손실을 내면서 적자전환 했다.

≫ 유한양행, 영업익 ‘고공행진’…씨젠, 신흥강호 입지 굳히기

올해 첫 성적표를 받아든 기업들 가운데 눈길이 가는 곳들도 있다.

먼저, 씨젠은 대형사 가운데 가장 큰 폭의 성장세를 보였다. 이 회사는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이 4배(330%) 성장한 3,518억원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 역시 398억 원에서 1,939억원으로 388% 급증했다. 백신 보급에도 불구하고 코로나19 사태가 재확산과 변이 생성을 반복하면서 진단키트 수요가 꾸준히 늘어난 데 따른 결과다. 일각에서는 이 회사의 2분기 영업이익도 2,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주목할 점은 씨젠이 진단키트로 벌어들인 현금을 최근 인수합병(M&A)과 기술 확보에 투입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 회사의 벨류에이션 가치에 대한 재평가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오는 배경이다.

전통 제약사들의 분발도 주목할 만하다.

유한양행은 20%를 웃도는 외형 성장에 성공했다. 영업이익은 1200% 가까이 급증했다. 이 회사는 지난해 2분기 357억원의 영업이익을 내고 턴어라운드에 성공한 후, 매분기 기대 이상의 성적표를 받아들고 있다. 올해도 이 추세가 이어질 것이라는 게 업계 중론이다.

JW중외제약은 본격적인 턴 어라운드에 돌입한 모양새다. 이 회사는 지난 2년간 영업적자를 냈지만 올 들어 10%의 매출 성장과 함께 94억원의 이익을 내면서 반전 신호탄을 쏘아 올렸다. 이 같은 실적개선은 전문의약품(ETC)의 판매고 증가와 중국 심시어파마슈티컬그룹에 기술수출한 통풍치료제 'URC102'의 마일스톤 유입에 따른 결과다.

대웅제약은 올해 1분기 매출 2,696억원(전년比 4.7%↑), 영업이익 226억원(305%↑)을 기록하면서 실적 개선주로서 기본 조건을 갖췄다. 당초 이 회사는 올 1분기 영업이익이 100억원대 수준으로 관측됐지만, 시장의 예상을 깨고 기대치의 100%를 웃도는 성적표를 받아들면서 턴 어라운드에 성공했다.

동화약품은 안정적인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특히 네 분기 연속 50억원 이상의 영업이익을 올리고 있는 가운데 올 1분기 역시 51억원을 달성했다. 여기에는 주력 제품인 ‘활명수’가 16.6% 성장한 190억원의 매출을 기록하면서 실적 개선에 힘을 보탰다.

셀트리온제약도 연일 축포다. 올해 1분기 영업이익도 전년보다 120% 올라온 96억원을 기록, 수익성 개선이 가속화 되고 있다. 간장용제 시장 1위 제품인 ‘고덱스’는 올 들어서도 154억원의 매출을 기록하며 성장세를 이어갔다. 또 셀트리온으로부터 제공받은 자가면역질환치료제 ‘램시마’, 항암제 ‘트룩시마’와 ‘허쥬마’ 등의 매출도 113억원을 달성하면서 실적 성장에 기여했다.

≫ 코로나19가 쏘아올린 백신 축포…위탁생산 업체 ‘인기몰이’

백신 위탁생산(CMO)으로 인기몰이 중인 기업들도 실적 상승이 뚜렷했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1분기 매출 1,127억원으로 전년대비 422% 급성장했다. 영업이익도 54억원 적자에서 537억원 흑자로 돌아섰다. 이같은 ‘어닝 서프라이즈’는 코로나19 백신 위탁생산에 따른 매출 효과가 본격적으로 이익에 반영된 결과다. 실제로 회사는 올해 새롭게 CMO 등 용역 매출로만 969억원을 올렸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매출과 영업이익이 전년 보다 각각 25.9%, 18.7% 늘어난 2,608억원, 743억원을 달성했다. 다만, 실적이 오르고도 시장의 기대치에는 못 미쳤다는 평가다. 당초 이 회사에 대한 시장 컨센서스에 약 10% 정도 부족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코로나19 팬데믹 장기화로 위탁개발생산(CDMO) 수주가 증가하면서 현재 1·2 공장이 풀가동 중이다. 여기에 3공장 가동률도 상승하고 있으며 2022년 가동을 목표로한 4공장 수주도 진행 중이다. 실제로 2019년 41.6%에 그쳤던 공장가동률은 올 1분기 75.7%까지 올라왔다. 향후 이 회사의 수익성에 대한 전망을 긍정적으로 보는 배경이다.

제약바이오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 되면서 작년 하반기부터 기업 간 희비가 엇갈리는 모습이다”라며 “급변한 제약바이오 생태계에 적응한 기업과 그렇지 못한 회사 간 격차가 커지면서 시장 참여자들의 옥석 고르기도 본격화 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메디코파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